뉴스 큐레이터 시선
지난 정권만 해도 새만금이 ’K-그린 뉴딜사업‘의 최적지로 여겨지면서 전북도는 신재생에너지 관련 산업을 적극적으로 육성해왔다. 그러더니 정권이 바뀌고 불과 3개월여 만에 신재생에너지 정책과 사업들 전반에 먹구름이 드리우기 시작했다.
문재인 전 정부의 '탈 원전 정책'이 윤석열 정부 들어서면서 비판을 받기 시작하더니 “국민의 혈세가 이권 카르텔로 사용됐다”는 대통령 말 한마디에 신재생에너지 사업 전반에 후폭풍이 거세게 몰아치기 시작했다.
'이권 카르텔 해체' 후폭풍...'신재생에너지'에 영향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9월 국무조정실의 전력산업기반 기금사업 합동점검 결과가 나왔을 당시 출근길 문답에서 “(국민 혈세가) 이권 카르텔의 비리에 사용되었다는 것이 참 개탄스럽다”며 "엄정한 법적 조치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윤석열 정부가 내세운 ‘이권 카르텔 해체' 작업의 일환으로 해석됐다.
그러더니 감사원은 한달 뒤인 지난해 10월부터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실태' 감사를 대대적으로 벌이기 시작했다. 무려 9개월여 만에 감사 결과가 나왔다. 지난 13일 감사원은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실태' 감사 중 비위 혐의가 드러난 38명에 대해 수사를 의뢰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그러나 그게 끝이 아니다. 감사원이 문재인 정부 당시 진행됐던 대규모 신재생에너지 사업과 관련한 부당 보조금 집행과 직권 남용 등의 비리 혐의를 발견했다며 해당 부처와 지자체, 관련 공사·업체 관계자 등을 비위 대상으로 지목했으나 '빙상의 일각'임을 강조했다.
감사원은 38명에 대해 수사를 의뢰하는 선에서 그치지 않고 한국전력공사(한전) 등 유관기관 8곳에서 비위 추정 사례자 250여명을 확인해 수사 요청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최재해 감사원장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감사원이 이번 감사 중 한전, 한전발전자회사, 지방자치단체 공무원 등의 관련 자료를 받았다”고 암시한 바 있다.
'낙익찍기·하이에나 저널리즘' 등장

이밖에 감사원은 정부와 지자체 등의 관리 소홀을 틈타 농업인 대상 발전사업 혜택을 받으려고 위조서류를 제출한 사례 등도 700여건 파악했다고 밝혀 감사와 수사의 폭이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이로 인한 파장이 전 지역으로 확산될 것은 자명하다.
게다가 윤 대통령은 감사원이 감사 결과를 발표한지 불과 하루 만인 14일 "사업 의사 결정 라인 전반에 대해 철저히 조사하라"고 지시했다. 감사를 통해 각종 비리 혐의가 적발되면서 후속 조치를 주문한 것이다. 비리 사업은 최근 4~5년 사이 진행됐다는 점에서 전임 문재인 정부를 겨냥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조사와 수사 방향에 따라 전 정부 공직자들이 대거 수사 대상에 오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기다렸다는 듯 주요 보수언론들은 ‘문 정부의 태양광’, ‘혈세 도둑’, ‘비리’, '누수‘ 등의 선정적인 제목과 함께 전 정부가 역점적으로 추진했던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부실 덩어리' 취급하며 부정적으로 보도하는 이른바 ’낙인 찍기 저널리즘‘과 ’하이에나 저널리즘‘을 동시에 보여주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물론 당시 고위 공직자들을 향한 수사 칼끝을 주목하는 기사와 사설도 눈에 띄었다. 게다가 “이번 감사는 특혜 비리 의혹이 있는 일부 대규모 신재생에너지 사업 4건만 선별해 감사한 결과”라며 “조사 결과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할 수 있다”고 밝힌 감사원 관계자의 발언을 부각시킨 기사들도 많다.
감사원, 강임준 군산시장·전북대 교수 등 38명 수사 의뢰...당사자들 ’반발‘

감사원이 밝힌 수사 요청 대상 중에는 전북지역에서 강임준 군산시장과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문제가 제기된 전북대 S모 교수가 포함돼 눈길을 끌었다. 강 시장의 경우 2020년 10월 군산시가 99㎿ 규모 태양광 사업의 건설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때 강 시장의 고교 동문이 대표이사로 있는 특정 업체에 태양광 특혜를 제공했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해당 업체가 사업 추진을 위한 연대보증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음에도 강 시장은 이 업체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계약을 밀어붙였다는 것이다. 감사원은 이에 따라 대출금리와 연동된 군산시 수익금이 향후 15년간 110억원 이상 줄어들었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특히 강 시장이 이 과정에서 해당 업체가 연대보증 조건을 갖추려는 의지가 없는데도 이 문제를 해결해주라고 직원에게 지시하는 등 계약을 밀어붙였다고 지적했다.
더욱이 금융사가 연대보증 없이는 계약할 수 없다고 통보했음에도 군산시는 최소 연 1.8%p 더 높은 금리를 제시한 다른 금융사와 자금 약정을 체결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감사원은 새만금 해상풍력발전과 관련해 허위 자료 등으로 사업권을 받은 뒤 착공하지 않다가 사업권을 팔았다며 전북대 S교수에 대한 수사도 의뢰했다고 밝혔다.
감사원에 따르면 해당 교수는 친형이 대표로 있는 풍력사업 관련 업체를 경영하며 풍력 분야의 권위자가 해당 업체를 소유한 것으로 주주명부를 조작하고, 허위 투자 계획 등을 제출해 사업권을 따냈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S교수는 전북에 100㎿ 규모 풍력사업을 추진하겠다며 풍력 분야의 권위자가 자기 회사를 100% 소유한 것으로 주주명부를 조작하고 투자기관의 투자 계획을 마음대로 작성해 정부로부터 사업허가를 받은 혐의 등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군산시와 해당 교수 측은 “사실이 아니다”고 즉각 반박했다. 하지만 감사원이 밝힌 내용을 검찰이 수사하는 과정에서 추가로 비리 혐의가 더 드러날 것이란 지적이 높다. 따라서 진실 공방은 법정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상당 기간 신재생에너지 사업 비리 여부를 놓고 논란이 가열될 전망이다.
"새만금을 신재생에너지 메카로 육성하겠다" 강조하더니...

무엇보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주력했던 새만금지역에 타격이 클 것으로 보인다. 지난 문재인 정권 내내 새만금은 신재생에너지의 메카로 부각됐기 때문이다. 문 전 대통령은 각 부처 장관들, 관련 기업 대표 등과 함께 새만금을 직접 방문해 ’신재생에너지 메카 육성‘과 ’신재생에너지 비전 선포‘ 등을 주도하며 관심을 기울였다.
그러나 새만금 재생에너지 사업이 총체적 난국에 빠지면서 답보상태에 머물렀다. 특히 수상태양광의 경우 수개월 동안 논의가 진척되지 않고 있다. 가장 큰 원인은 새만금 수상태양광에서 생산된 전기를 육지 등으로 보내는 시설인 송·변전설비 건설공사 분담이 해결되지 않아 장기간 제자리에 머물고 있다. 송·변전설비는 사실상 새만금 수상태양광 사업에 참여한 이들의 경제성을 보장하는 가장 기본적인 시설임에도 해당 시설의 구축 문제 해결 전까지는 사업 시행자체를 논의할 수 없는 상황이다.
새만금새발청과 한국수력원자력, 한전 등 관계 기관들의 협력과 협치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사업임에도 서로 다른 이해 관계 때문에 동력을 얻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해상풍력사업은 지난해 국정감사와 감사원 감사 이후 중단 상태에 놓인 데다 수사가 진행 중인 상태에서 정상 추진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또 육상태양광의 경우도 감사원 조사를 받고 있는 데다 정부의 부정적 기류 등으로 인해 전체적으로 위축된 가운데 난국에 빠졌다.
더욱이 윤석열 정부의 에너지 정책 기조가 변하면서 새만금의 신재생에너지가 가장 타격을 보는 것은 아닌지 해당 지자체들은 물론 관련 업체들의 불안과 우려가 크다. 정권이 바뀌고 불과 1년 만에 새만금이 신재생에너지의 메카로 부각할 것이란 기대감이 먹구름에 가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이미 투자를 했거나 투자 예정인 업체들 사이에는 “정권이 바뀌자마자 범죄인 취급하듯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는 태도가 이해할 수 없다”는 푸념과 볼멘소리가 높다.
에너지 정책, 100년 이상 내다봐야...공정하고 정의로운 추진을
더욱이 지구촌 곳곳에서 폭우, 폭염, 산불, 가뭄, 홍수 등 기후 이변을 넘어 기후 재앙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지구 표면 온도 1.5°C 상승 제한'이 전 세계 공동 목표가 됐을 정도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화석연료를 신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에너지 전환이 전 세계적으로 붐을 이루고 있다. 신재생에너지 정책을 많은 국가들이 펼치고 나선 이유다.
그래서 우리나라도 지난 정권에서 신재생에너지 확대 필요성에 공감하고 신재생 분야의 기술 개발 등에 중점적으로 투자하고 관련 사업들을 추진해 왔다. 그런데 에너지 정책의 기조가 이념·정치적 논란에 휘말려 정권이 한번 바뀌더니 크게 흔들리고 있다. 100년 이상을 바라보고 추진해야 할 에너지 정책의 기류가 변했다.
이 과정에서 신재생에너지 사업 전반이 비리와 불법의 온상 취급을 받고 있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100년 이상 장기적으로 내다보고 추진돼야 할 에너지 정책이 정권이 바뀌었다고 해서 손바닥 뒤집듯 바뀌어서는 안 될 일이다. 에너지 정책이야 말로 긴 호흡으로 과정은 공정하고 투명하게, 결과는 정의롭게 추진돼야 한다.
/박주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