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분석

선거 과정에서 상대 후보를 떨어뜨리기 위해 또는 자신의 강점을 지나치게 부각시키기 위해 일부 후보들은 학력과 이력을 부풀려 홍보하거나 심지어 허위로 홍보물을 만들어 배포하다 당선 이후에 곤혹을 치르는 경우가 많다. 

지난해 실시된 6·1 지방선거기간에 전북지역에서도 허위 학력과 허위 이력 등의 시비로 선거 기간 내내 논란이 불거진 사례가 있다. 최근 이러한 사례들 중 재판 결과가 잇따라 나오고 있지만 무혐의, 선거유예, 직을 유지할 수 있는 벌금형 등 가벼운 처벌이 이어지고 있어 주목을 받고 있다. 그러나 엇갈린 지적을 받고 있는 사례 ‘3제’를 톺아본다.

#전북교육감 선거 ‘허위 사실 공표 혐의’ 천호성 전주교대 교수 벌금 70만원…선고유예

천호성 전주교대 교수
천호성 전주교대 교수

지난해 6·1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진 전북교육감 선거 과정에서 허위 이력를 기재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천호성 전주교육대학 교수가 선고유예 판결을 받았다. 전주지법 제11형사부(노종찬 부장판사)는 24일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 위반(허위 사실 공표) 등 혐의로 기소된 천 교수에게 벌금 70만원의 선고를 유예했다.

천 교수는 당시 선거 홍보물에 ‘세계수업연구학회 한국 대표 이사’ 이력을 기재한 혐의로 수사를 받으며 기소됐다. 또 자신을 '민주진보 단일후보'로 내세워 홍보활동을 벌인 혐의로도 기소됐다. 천 교수는 KBS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2위를 했음에도 민주 진보 교육감 단일화 후보 중 적합도 1위'로 게시, 여론조사를 왜곡 공표한 혐의도 받았다.

이에 이날 1심 재판부는 세계수업연구학회 한국 대표이사로 기재한 혐의에 대해서는 유죄로 판단했다. 다만 민주진보 단일후보 명칭 사용과 SNS 등에 여론조사를 왜곡 공표한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 선고유예란 가벼운 범죄를 저질렀을 때 일정 기간 형의 선고를 유예했다가 기간이 지나면 면소(공소권이 사라져 기소되지 않음)된 것으로 간주하는 판결이다.

재판부는 “한국 대표 이사라는 명칭은 피고인이 마치 국내에서 유일하게 대표의 지위를 얻은 것처럼 선거인들을 오해하게 할 수 있다”며 “한국 대표 이사라는 명칭을 일반이 이해하는 대표의 뜻과 거리가 멀다”고 말했다. 이어 “피고인이 초범이고 허위 사실 공표의 기간이나 허위성의 정도 등을 고려하면 선거에 미친 영향이 크지 않은 점 등을 참작해 형을 정했다”고 판시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여론조사 왜곡 공표에 대해선 "해당 여론조사는 예비후보자 등록조차 이뤄지지 않은 시점에 이뤄졌던 점 등을 고려할 때 검찰이 제출한 증거만으로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 선고 이유를 밝혔다.

#최경식 남원시장, 허위 학력 기재 혐의 항소심 '벌금 80만원'

최경식 남원시장
최경식 남원시장

앞서 지난해 지방선거 과정에서 허위 학력 기재 혐의로 기소된 최경식 남원시장이 항소심에서도 원심과 같은 벌금 80만원을 선고받았다. 이 같은 형이 확정될 경우 최 시장은 시장직을 유지하게 된다.

광주고법 전주제1형사부(부장판사 백강진)는 지난 3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허위사실 공표)로 기소된 최 시장에 대한 항소심에서 피고인과 검사의 항소를 기각하고 원심과 같은 벌금 80만원을 선고했다.

최 시장은 2021년 7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행정학 박사, 소방행정학 박사로 기재된 명함을 돌리고 소방행정학 박사가 기재된 프로필을 기자들에게 배포한 혐의로 기소됐다. 최 시장은 2017년 2월 원광대 소방행정학과에서 소방학 박사를 받았다.

검찰은 소방학 박사이나 ‘행정 전문성’을 강조하기 위해 '행정'이라는 단어를 넣어 허위로 학력을 기재했다고 판단해 재판에 넘겼다. 이에 1심 재판부는 “소방행정학 박사를 취득한 것처럼 표기한 것은 유권자들의 공정한 판단을 막으려는 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그 죄질이 좋지 않다”면서 벌금 80만 원을 선고했다.

하지만 최 시장은 “학력을 잘못 기재한 것은 고의가 아니었다”며 무죄를 주장하고 항소장을 냈으며, 검찰도 양형부당을 이유로 항소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행정학은 사회학의 대표적 학위로 부여하도록 규정돼 있지만 소방학은 학문적 표현이 아직도 불문명하다”며 “이것이 쉽게 혼용돼 사용될 수 있는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고인은 일부 명함에 소방행정학 박사를 보기 쉽게 표기하고, 스스로 이 명함을 배포한 데다 강의까지 한 것을 보면 당내 경선을 위한 행위가 아닌 시장 당선을 목적으로 한 행위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다만 “피고인의 행위가 선거 결과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며 “원심형이 양형 기준에서 벗어나 크게 부당하다고 보긴 어렵고, 민주주의 원칙에 따라 결과를 존중해야 한다는 점에서 원심의 형을 유지한다”고 판시했다.

#검찰, '허위 이력 의혹' 최경식 남원시장 무혐의 처분...시민사회 “면죄부” 비난

전주MBC 2022년 11월 22일 뉴스 화면(캡처) 
전주MBC 2022년 11월 22일 뉴스 화면(캡처) 

이밖에 허위 이력 의혹을 받아 온 최 시장은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전주지검 남원지청은 지난해 11월 28일 공직선거법 위반(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송치된 최 시장에 대해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최 시장은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열린 TV토론회에서 무소속 강동원 후보가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최 시장에게 "중앙당에서 20년 근무를 했다고 했는데 본 일이 없다"고 묻자 그는 "근무가 아니라 중앙당 정치 활동을 20여년 한 것"이라고 답해 허위 이력 논란에 휘말렸다. 

그러나 검찰은 “최 시장이 2008년부터 2010년까지 민주당 당대표 특별보좌역에 대해 임명장을 받고 활동한 점, 2017년 민주당에 입당한 뒤 다수의 직책을 수행한 사실을 확인했다”며 “사실관계와 법리 검토를 거쳐 처분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와 관련 강동원 전 국회의원은 올 2월 20일 전북도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경식 남원시장은 '한양대 허위 학력, 민주당 중앙당 20년 허위 이력' 등 명백한 허위사실공표죄를 범했지만, 검찰은 불기소 처분의 면죄부를 줬다”고 비판했다. 앞서 강 의원 등 남원시민 30여명은 지난해 11월 14일에도 전북도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남원시민은 검찰의 최경식 시장 허위 학력 불기소 결정에 분노하고 있다"며 "항고 이유서를 충분히 재심해 엄중하게 기소 처분 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이들은 "불기소 처분 이유는 검찰의 자의적인 법리 해석일 뿐"이라며 "공직선거법보다 검사의 법리 해석이 우선되는 것은 부당하다"고 지적한 뒤 “최 시장의 '한양대 경영학 학사' 부분에 대한 불기소 처분은 전관예우”라고 주장해 시선을 끌었다.

이처럼 지난 지방선거 과정에서 허위 학력과 허위 이력 혐의 등으로 지역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사건들이 최근 잇따라 선고유예 또는 무혐의 외에 직을 유지할 수 있는 벌금형이 재판 결과 선고되면서 선거 토론회 등에서 말 한마디의 중요성이 부각되는가 하면 파장에 비해 너무 가벼운 처벌 아니냐는 엇갈린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박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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