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언론 이슈
우범기 전주시장이 지난해 6월 당선인 신분으로 '전주시의원 당선인 워크숍 만찬 행사'에 참석해 욕설과 막말 등 폭언을 해 물의를 일으킨데 대해 더불어민주당이 1년여 동안 시간을 끌다가 지난 16일에야 ‘당직 자격정지 3개월'의 징계를 내려 논란이 일고 있다.
이를 두고 일부 지역 언론들은 이번 징계를 ‘경징계’라고 평가하며 ‘정치적 부담을 덜고 행정에 가속 드라이브를 밟게 됐다’는 점을 강조해 싸늘한 시선을 받고 있다. 우범기 시장의 징계와 관련된 논란의 쟁점은 무엇인지, 두 사례를 통해 짚어보았다.
”가해 행위 두둔하는 보도 행태, 피해자 목소리는 없었다”

먼저 전북민주언론시민연합(전북민언련)은 19일 지역 언론의 뉴스 모니터 보고서(전북 주요 뉴스 ‘피클‘)에서 우범기 전주시장의 민주당 징계 결정과 지역 언론들의 보도에서 드러난 문제점들을 지적했다.
이날 보고서는 “지난해 성희롱 발언 논란을 일으킨 더불어민주당 최강욱 의원(비례대표)이 받은 당원 자격정지 6개월 징계 사례와 비교해 이번 우범기 전주시장의 음주 폭언과 불미스러운 신체 접촉은 최 의원 사례에 비춰 결코 가볍지 않다는 게 정치권의 일반적인 시선”이라며 “그럼에도 지역의 대부분 언론 보도에서는 ‘족쇄 풀린 우 시장’, ‘정치적 멍에 벗은 단체장’ 등의 표현이 이어져 결과적으로 가해 행위를 두둔하는 보도 행태이며 피해자 목소리는 없었다”고 평했다.
전북민언련은 특히 “전북일보, 전북도민일보, 새전북신문, 전북중앙신문 등 지역 주요 일간지들에서는 우범기 시장의 잘못이 인정돼 징계를 받았음에도 향후 정치적 영향이 없는 경징계라는 이유로 오히려 정치적 부담을 덜었다”며 “전주시정 행보에 탄력이 붙을 것이라고 보도했다”고 꼬집었다.
대표적 사례로 전북민언련은 “18일 전북일보 보도에서 민주당 지도부에 소속된 한 국회의원은 ‘다음 선거 준비에 무리는 없는 처분, 이번 결정으로 우범기 시장의 정치적 아킬레스건이 크게 완화된 것이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고, 전북 정치권 관계자는 ‘우범기 시장에게 기회를 준 것이며, 당사자로선 전주시정 외에 주변에 있던 악재들이 거의 해소된 느낌일 것’이라고 말했다”는 보도 내용을 지적했다.
또 전북민언련은 “18일 전북도민일보 보도에서도 민주당 관계자가 ‘빅 3 단체장들이 정치적 족쇄를 모두 벗은 만큼 현안사업 해결부터 예산 확보까지 많은 것을 기대하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면서 그러나 ”징계 수위를 떠나 우범기 전주시장의 잘못이 인정된 상황에서 일부 익명의 정치인들이 ‘경징계니까 괜찮다’는 도덕 불감증을 보이고 있다“고 보도 행태를 비판했다.
그러면서 전북민언련은 ”이러한 시각을 일부 언론들이 그대로 보도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범기 시장의 폭언 피해자들의 입장 또한 드러나지 않아 이번 언론 보도에 대한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강조했다.
”’죽여버리겠다‘는 표현, 전쟁 중에도 부하들에게 하면 안 된다“

이어서 이 문제는 22일 KBS전주방송총국 라디오 시사프로그램 ‘패트롤 전북-월요 정치'(함윤호 앵커 진행, 김로연 작가 기획·섭외)에서도 제기됐다. 매주 월요일 고정 패널로 참여하는 송기도 전북대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더불어민주당 선출직공직자평가위원회 위원장)는 이날 방송에서 민주당의 우범기 전주시장에 대한 징계 조치에 대해 혹평을 했다.
송 명예교수는 ”이번 징계는 있을 수 없는 일이며, 우 시장의 자질 문제“라며 ”자질은 크게 행정과 정치적 자질로 나눌 수 있는데, 우 시장의 경우 전주시장이 되기 전까지 오랫동안 공무원으로서 일해 왔기 때문에 행정가로서의 삶을 30여년 살아왔기에 행정 문화에 오랫동안 배어왔지만 정치는 그와 다르다“고 설명했다.
이어 송 명예교수는 ”정치는 유권자, 즉 사람의 마음을 얻어야 하기 때문에 행정과 정치는 다르며,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이라며 ”당선인 신분으로 전주시민을 대표하는 시의원들에게 욕과 폭언을 하며, 심지어 ’죽여버리겠다‘는 표현은 전쟁 중에도 부하들에게 하면 안 되는데 했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용서를 바란다'거나 '술 먹고 한 일이다'고 했지만, 철저한 자기 성찰과 반성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 송 명예교수는 ”당에서 당직 자격정지 3개월은 약한 경징계이며, 그것도 1년 다 돼서 내린 결정이어서 잘못된 것(결정)이다“고 비판했다.
송 명예교수는 더 나아가 ”징계가 크게 네 가지인데, 가장 큰 것(징계)은 제명, 다음으로 당원 자격정지, 당직 자격정지, 경고로 구분한다“며 "경징계를 받은데 대한 지역 언론들의 보도 행태도 문제"라고 제기했다.
”따끔한 지적과 충고보다 언론의 역할을 저버린 보도“ 비판
송 명예교수는 ”전북일보, 전북도민일보, 새전북신문, 전북중앙신문 등은 우범기 시장이 잘못으로 징계를 받았다고 보도하면서 ’향후 정치적 영향이 없는 경징계다‘, ’향후 정치적 부담을 덜고 전주시정 행보에 탄력이 붙을 것이다‘ 라고 표현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송 명예교수는 ”'조심해야 한다'거나 '앞으로 우 시장을 잘 지켜보겠다'며 시민들을 대표해서 따끔한 지적과 충고를 하기보다 언론의 역할을 저버린 보도를 했다“고 비판했다.
그러자 이날 패널로 함께 출연한 이경재 전북일보 객원논설위원은 ”언론은 팩트를 보도하고 팩트 이외의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에 대한 분석과 전망을 내놓는 게 관례이고 의무이다“며 ”그런 측면에서 (우 시장이) 탄력이 붙을 것이라고 한 것 같고, 그런 부분은 앞으로 어떻게 돌아갈 것인지 전망을 (지역 언론이) 당연히 써야 된다고 본다“고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그 나물에 그 밥’, ‘가재는 게 편’, ‘악어와 악어새 관계’...또?
하지만 뒤늦게 우 시장의 잘못을 인정한 상황에서 언론이 ‘경징계니까 괜찮다’는 식의 도덕 불감증 발언을 여과 없이 내보내고 당시 폭언 피해자들의 입장이나 지역 사회에 안겨줬던 파장과 충격 등에 대해서는 문제 제기하지 않은 보도 행태는 비난 받아 마땅하다.
더욱이 지난해 6월 20일 폭언과 욕설 등으로 물의를 빚었던 우 시장에 대해 민주당은 1년여 동안 시간을 끌어오다 당직 정지 3개월의 경징계 처분을 내렸지만, 징계 기간이 지나치게 긴데다 사고 당시 제기됐던 '불미스러운 신체 접촉' 의혹 등은 제외돼 ‘봐주기’ 논란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일부 지역 언론들은 문제 제기는커녕 책임도 묻지 않고 ‘전주시정에 탄력이 붙게 됐다’는 식의 긍정 일변도의 기사를 내보내고 있다. 이를 바라보는 시민들 입에서 저절로 나오는 핀잔은 정녕 안중에도 없는 것일까?
‘그 나물에 그 밥’, ‘가재는 게 편’, ‘악어와 악어새 관계’라는 말은 그동안 귀가 따갑도록 들어왔던 터라 더 이상 놀라울 것도, 새로울 것도 없다.
/박주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