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기획] '패트롤전북jj' 2023년 5월 18일

KBS전주방송총국 라디오 시사프로그램 ‘전북언론 돋보기-패트롤전북jj' 5월 18일 방송에서는 <오월 정신, 그리고 전북>, <이기동 전주시의장, 전북·세종에 농지·임야 등 부동산 대량 보유 ‘투기 논란’...“시세보다 싸게 매입” vs “조경 등 목적”>, <주목 받던 수소기업의 갑작스러운 직장 폐쇄, 왜?> 등의 이슈를 놓고 진단했다.

이날 방송은 김로연 작가의 기획·섭외와 함윤호 앵커(언론학 박사)의 사회로 진행됐으며, 손주화 전북민주언론시민연합(전북민언련) 사무처장과 박주현 전북의소리 대표(언론학 박사)가 패널로 출연해 토론을 펼쳤다. 다음은 이날 방송에서 다뤄진 이슈들의 주요 토론 내용이다.


KBS전주방송총국 '패트롤전북jj' 5월 18일 방송 모습(유튜브 화면 캡처)
KBS전주방송총국 '패트롤전북jj' 5월 18일 방송 모습(유튜브 화면 캡처)

#1. 오월 정신, 그리고 전북

함윤호 앵커: 오늘은 5·18민주화운동 기념일이다. 전북에도 희생자가 있다. 기억해야할 분들 그리고 그 역사를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신흥고와 같은 당시 청소년들도 나선 역사적 사실이 있다. 5·18의 정신, 반드시 새겨봐야 할 오늘이 아닌가 싶다. 어떻게 생각하는지?

박주현 대표: 5·18민주화운동이 43주년을 맞았다. 한국 현대사의 가장 큰 비극이자, 아이러니하게도 한국 민주화의 획기적인 디딤돌이 된 5·18민주화운동은 여전히 미완의 과제들이 산적하다. 미완의 규명은 광주와 인접한 전북에 대한 당시 상황이 제대로 조명되지 못하고 역사의 뒤안길로 점점 사라지고 있다는 점에서 아쉽다.

이 때문에 전북은 5·18과는 아무런 관계도 없는 한낱 변방이라고만 생각하는 사람들이 지금도 많다. 그러나 실상을 들여다보면 전북은 5·18과 직접 관계가 있을 뿐만 아니라 민중항쟁의 발화지점이었음을 여러 자료와 기록들에서 찾아볼 수 있다.

1980년 5월 17일 전북대에서 계엄군을 상대로 농성하다가 이튿날인 5월 18일 새벽에 전북대 학생회관 아래에서 숨진 채 발견된 고 이세종 열사는 당시 단순 추락사라고 경찰과 정부가 밝혔으나 무려 20여년의 시간이 지나서야 1998년 5·18민주화운동 첫 희생자로 인정 받아 국립 5·18 민주묘지에 안장됐다. 따라서 전북은 5·18의 병방이 아닌 도화선이 된 지역이다.

전북지역에서 5·18과 관련된 민중항쟁은 매우 다양하게 전개됐다. 우선 전북대 시위현장에서 체포 또는 구금된 시민과 학생 외에도 5월 18일 직후 전주시내 거리에서 목숨을 걸고 '광주살육작전' 유인물을 배포하고 민주화를 외친 시민들과 학생들이 줄을 이었다.

대표적으로 전주신흥고 학생들의 시위가 5월 27일 이어졌다. 5·18 이후 광주항쟁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유인물과 시위가 번지자, 신군부는 이들을 학교에서 쫓아냈다. 이밖에 원광대 임균수 열사도 전북대 이세종 열사, 박창신 산부 등과 함께 민주항쟁의 도화선 역할을 했다. 이러한 내용들을 당시 언론들이 신군부의 통졔 때문에 보도하지 못해 아쉬웠다. 최근에야 많은 언론들이 보도하고 있지만 이러한 혁혁한 민주열사들이 전북에 있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되겠다. 

"신흥고 3학년 재학 중 광주 진압 비판하는 유인물 배포하다 구속...학교 제적, 구타·가혹행위 당해" 

함윤호 KBS전주총국 앵커
함윤호 KBS전주총국 앵커

함윤호 앵커: 역사 있는 신흥고등학교가 5·18 이후 전국 최초 고교생 시위로 주목을 받았다. 그런가 하면 얼마 전에 의미 있는 판결 하나가 나왔다는 보도가 있었다. 어떤 내용인가?

손주화 처장: 지난 4월 초 ‘광주 진압 비판해 266일 구속 고교생…43년 만에 국가배상 판결’이란 기사가 전국적으로 나왔다. 의미 있는 판결이 나왔는데 당시 전주신흥고에 재학중인 학생들과 관련된 내용이었다.

이 내용이 4월 17일 지역 언론에도 실렸는데, 보도된 내용을 보면 당시 신흥고 3학년에 다니던 이우봉 씨는 1980년 6∼7월 당시 국군보안사령관이던 전 전 대통령과 군부의 광주 진압을 비판하는 유인물 ‘학생에게 드리는 글’ 등을 제작해 전주 시내에 배포했다. 그러나 당시 수사관은 사전 검열 없이 유인물을 출판해 계엄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이씨를 구속했다. 그는 고등학교에서 제적당하고 구타와 가혹행위를 당하며 수사를 받았다. 이씨는 사전 검열 없이 불온 유인물을 출판해 계엄법을 위반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장기 9개월 단기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으나 이후 1981년 4월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고 풀려났다.

이에 이씨는 재심을 청구해 2021년 서울고법에서 무죄를 받았고, 이씨와 가족은 ‘국가의 불법행위로 피해를 봤다’며 (총 1억 2,000만원의) 위자료를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전 전 대통령 등이 5·18을 전후해 저지른 행위는 내란죄이며 계엄포고령은 폭력적 불법수단을 동원해 발령된 것”이라며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시한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2. 이기동 전주시의장, 전북·세종에 농지·임야 등 부동산 대량 보유 ‘투기 논란’...“시세보다 싸게 매입” vs “조경 등 목적”

함윤호 앵커: 최근 전주시의회 이기동 의장이 농지·임야 등 부동산을 대량 보유하고 있다며 투기 논란이 일고 있다는 보도가 이어졌다. 어떤 내용인가?

박주현 대표: 지난해 자신과 아버지가 일정 지분을 소유한 업체가 전주시와 수의계약을 한 사실이 드러나 사퇴를 요구 받은 이기동 전주시의회 의장이 최근 전북은 물론 세종시에도 농지와 임야를 대량 소유한 것으로 드러나 투기성 의혹을 받고 있다.

특히 '가족회사 불법 수의계약'에 이어 '셀프 징계' 논란의 중심에 섰던 이 의장에 대한 전주시의회 윤리심사자문위원회의 징계 면피에 이어 시의회 차원의 징계조차 없이 마무리돼 거센 비난을 받아 온 이 의장에 대한 투기 의혹이 다시 제기되면서 따가운 눈총이 쏠리고 있다.

15일 KBS전주총국은 관련 기사 2꼭지를 통해 문제를 제기해 시선을 끌었다. 먼저 ‘전북·세종에 농지·임야 소유…전주시의장 “조경 등 목적으로”’의 기사에서는 “이기동 전주시의회 의장이 전북은 물론 세종에도 농지와 임야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농지의 경우 몇몇 사례를 제외하고는 소유자가 직접 농사를 지어야 하는데, 이 의장은 가족이 건설과 조경업을 하다 보니 매입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취재진은 이 의장이 가장 최근에 사들인 전주대 주변의 625m² 넓이의 땅을 살펴봤는데, 이 의장이 2021년 3억 8,000만원에 매입한 뒤 지난해 말 소유권을 이전한 땅으로 지목은 논”이라고 밝힌 기사는 “도로와 맞닿아 있는 해당 농지를 둘러본 농민회 관계자는 농업을 목적으로 산 땅이 아니라고 말했다”며 “이에 대해 이 의장은 가족이 건설업체를 운영하다 보니 가족과 함께 조경 등의 목적으로 땅을 매입하게 됐다고 해명했다”고 전했다.

이날 방송은 또 다른 기사 ‘“시세보다 싸게 매입”…전주경륜장 주변에 가족 소유 땅 다수’의 기사에서 “이 의장은 전주대 주변 땅을 조경 목적으로 샀다고 밝혔는데 매입가가 시세의 반밖에 되지 않았다”며 “이 땅의 전 주인은 이 의장 가족이 지분을 갖고 있던 건설업체 관계자였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문제의 핵심은 헌법에 명시된 경자유전의 원칙 위배 논란이 거세다. 

“이기동 전주시의장 부동산 투기 의혹, 민주당 전북도당은 입장 분명히 밝혀야” 

함윤호 앵커: 이와 관련해 시민사회계에서도 비판의 목소리 나왔지?

손주화 전북민언련 사무처장
손주화 전북민언련 사무처장

손주화 처장: 부동산 불법 투기와 농지법 위반과 관련해서 그동안 시민사회계가 주목해왔다. 전주시민회는 11일 이기동 전주시의회 의장의 불법 투기 의심 분야의 시민 제보를 받겠다는 내용을 밝히기도 했다. 이어 16일 성명에서는 “전주시민의 분노를 사기에 충분하다”면서 “전주시 아파트(부동산) 불법 투기 조사단 활동을 피하기 위한 차명 소유 등 의혹이 충분하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또한 “6개 시·군(세종시 포함)에 산재해 있는 이기동 전주시의장과 그 배우자 소유의 농지와 임야는 어떠한 변명이 통하지 않는다”며 “연관성 없는 농지에 대한 부동산 투기”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전주시민회는 “민주당은 이기동 전주시의원을 제명할 것”과 “이기동 의장은 모든 공직에서 사퇴할 것”을 촉구했다.

전국농민회총연맹 전북도연맹도 이날 성명을 통해 "농지에 투기한 이기동 전주시의회 의장은 공직자 신분으로 헌법에 명시된 농사를 짓는 사람이 농지를 소유해야 한다는 '경자유전의 원칙'을 정면으로 위배했다"며 "본인 스스로가 불법적인 일을 하지 않아서 억울하다고 하는데 그 자리는 법적으로 뿐만 아니라 도의적인 책임까지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더불어민주당은 불법을 저지른 고위 당원에 대해서는 탈당과 당의 사과를 포함한 책임 있는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와 관련 정의당 전북도당도 16일 논평을 내고 "민주당 전북도당이 전주시의장 등 자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들의 계속되는 실책에 모르쇠로 일관하는 것도 정치적인 '업무상 배임'일 수 있다"며 ”이기동 전주시의장의 부동산 투기 의혹과 관련해 민주당 전북도당이 입장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함윤호 앵커: 최근 우범기 전주시장도 민주당 자격정지 3개월을 맞았고 전주시의장의 수의계약에 이어서 농지 관련 투기 의혹이 제기됐다. 지방의회 의원들의 비위들을 시민들은 어떻게 바라볼까?

박주현 전북의소리 대표
박주현 전북의소리 대표

박주현 대표: 이기동 전주시의장은 전주시민의 대의기관 대표다. 도의적 책임이 크다. 지역의 언론 보도들에 이어 농민단체와 시민단체 등의 비판 성명이 잇따르고 있다. 민주당의 책임 있는 해명과 사퇴 요구까지 나오고 있지만 정작 당사자는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침묵으로 일관하고 시간만 가면 그만이란 인식은 그동안 자치단체장이나 지방의원들의 행태에서 많이 보아 왔다.

전 전주시장의 경우는 약간 다르지만, 지난해 농지법 위반 논란이 일자 사과와 함께 배각 등의 후속 조치가 있었던 것은 헌법에 명시된 ‘농사를 짓는 사람이 농지를 소유해야 한다’는 경자유전의 원칙 때문이었다. 이기동 시의장의 경우도 세종시 외에 도내 5곳의 자치단체에 소유한 농지에 과연 농사를 짓고 있는지 여부가 도마에 올랐다. 그런데도 아무런 말이 없기 때문에 더욱 비난의 소리가 높다.

#3. 주목 받던 수소기업의 갑작스러운 직장 폐쇄, 왜?

함윤호 앵커: 다음은 직장 폐쇄를 통보한 일진하이솔루스 노사 갈등 문제가 커지고 있다. 현재도 농성이 진행 중이라고 하는데 이런 노사 갈등 문제가 있을 때 지역 언론 보도는 어떤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는지, 모니터 결과는 어떻게 나왔는가?

손주화 처장: 지난 5월 1일 노동절 오전 10시에 완주군 산업단지에 있는 수소연료탱크 생산업체 일진하이솔루스가 직장 폐쇄를 통보했다. 노동절에 공격적인 직장 폐쇄를 강행했다고 노동조합원들은 이날 페이스북 등에 알렸다.

직장 폐쇄에 항의하는 노동조합의 시위가 있어 왔고, 8일에는 경찰이 대체인력 불법 투입을 주장하는 조합원 11명을 체포해 갈등이 더 심해지고 있다. 지역 언론들은 노사 양측의 입장을 정리해 보도했는데, ‘노동절의 공격적인 직장 폐쇄’, ‘과도한 노동자 탄압’등이 제목으로 등장했다. 노조와 경찰이 충돌 사실이 강조한 보도도 방송과 신문을 통해 나왔다. 특히 뒤로 수갑을 묶는 행위가 인권 침해라는 논란도 제기됐다.

‘20여년 전부터 반복돼 온 일진기업의 형태’라는 보도도 나왔는데 주목할 점은 JTV전주방송에서는 해당 보도를 찾아볼 수 없었다는 점이다. 9일 이후에야 단순 보도가 나왔지만 언론사 지배구조 관계를 보았을 때, 일진홀딩스가 전주방송의 지분 40%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직장 폐쇄와 관련해서 JTV전주방송이 9일이란 기간 동안 무보도를 했던 것은 최대 주주를 의식해서 그런 것 아니냐는 비판적인 모니터 보고서가 나왔다.

미디어 비평 매체인 미디어오늘에서 JTV전주방송 관계자를 취재한 결과, JTV는 ”일진하이솔루스와 관련해 좋은 보도든, 좋지 않은 보도든 일진과 관련된 보도는 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이는 최대 주주를 의식한 보도를 해왔다는 것을 자인한 결과로 보아진다.

함윤호 앵커: 주제가 약간 다르지만 이 시간에 전북의 저널리즘 구조를 그동안 많이 논의해 왔다. 특히 지역의 작지만 풀뿌리 언론의 역할에 대해서 그 중요성을 부각시키기도 했다. 전북의소리가 최근 3주년을 맞이했다. 독자적인 길을 걸어왔는데 독립적인 언론을 운영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박주현 대표: 방송사나 일간지들처럼 대주주 또는 주주들이 있는 언론사와 달리 독자적인 대안언론, 풀뿌리언론으로 운영해 올 수 있었다. 광고나 후원, 협찬을 요구하지 않고 자발적으로 운영하는 것은 당연한 것인데 이를 잘못된 시각으로 보는 것 자체가 오히려 부끄러웠다.

그럼에도 지역에는 자생적으로 풀뿌리언론의 토대를 일궈 나가는 언론들이 많다. KBS전주총국이 이 같은 풀뿌리언론을 발굴해 전국화하기도 했다. 하지만 대주주와 관련된 보도는 하지 않는 언론들이 있다는 것은 과연 언론이 무엇인가, 언론의 제기능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창간 3년을 맞아 지역언론으로서 더욱 활성화를 기하고 뿌리를 굳건히 내리기 위해 후원제를 시행한다고 선포한 이유다.

”일진하이솔루스 대표, 두 달 전 완주 방문 자랑 인터뷰했는데 직장 폐쇄...안타깝다“ 

KBS전주방송총국 '패트롤전북jj' 5월 18일 방송 다시 듣기(유튜브 동영상)

함윤호 앵커: 완주의 수소 분야는 그동안 많은 언론에 의해 보도됐다. 지난 3월에는 일진하이솔루스 대표이사가 직접 방문해 기술력을 앞세운 기업이라고 인터뷰도 했다. 그런데 5월, 갑자기 직장폐쇄로 이어졌는데 이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박주현 대표: 일진하이솔루스의 문제는 노사 갈등의 문제다. 지역 언론들이 약자인 노동조합의 편에서 보도하기 보다는 주로 사측 임장을 주로 많이 보도해 왔다. 이는 주주와의 ‘관계성’ 때문에 이러한 경향이 많다. 그런데 하필 세게 노동절의 날에 직장 폐쇄를 통보하고 다음날 직장 폐쇄를 한 일진하이솔루스에 대해 지역 언론들이 어떤 보도를 취하고 있는지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앞서 3월 8일 양성모 일진하이솔루스 대표가 완주 테크노밸리 제2산업단지에 있는 일진하이솔루스 R&D센터에서 언론들과 인터뷰한 기사가 나왔다. 그는 "현재 10만대가 넘는 일진하이솔루스의 수소연료탱크가 세계 곳곳을 달리고 있다”면서 “기술과 양산에서 타사가 따라올 수 없는 경험과 노하우를 갖췄다"고 자랑했는데 불과 두 달여 만에 직장 폐쇄를 단행해서 더욱 안타깝다.

/박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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