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
전 세계 212개 태권도 회원국의 대회를 주관하는 '세계태권도연맹(WT) 본부' 이전 지역으로 강원도 춘천시가 선정되면서 지난 20년간 줄곧 ‘태권도 성지화’를 외쳐왔던 전북도와 무주군이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신세’가 됐다.
전북도와 무주군이 거대한 면적의 태권도원 조성 이후 국제태권도사관학교 설립과 국기원 본원 이전 등에 주력해 온 사이에 'WT 본부' 유치를 위한 의향서 마저 제출하지 못하는 등 관련 정보의 어두운 그림자에 갇혀 있는 사이에 강원도와 춘천시는 태권도 종주도시임을 대내외에 알리며 태권도 성지화 사업을 위한 준비 작업을 차근차근 실시해 온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기사]
"세계태권도연맹본부 ‘춘천시 확정’되기까지 몰랐다?"...전북도·무주군 ‘무능·무책임’ 도마 위, “말로만 태권도 성지화” 비난
강원도·춘천시, 태권도 성지화 '박차'...'WT 본부' 유치 이어 각종 국제대회 개최 ‘주목’

특히 춘천시는 과거 태권도원 유치에 실패했던 일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정치권과 중앙 부처 등을 상대로 태권도 관련 인프라 구축에 주력해 온 한편 시민들의 붐업 조성에 박차를 가해 경기도 김포시를 제치고 'WT 본부'를 유치하는데 성공한데 그치지 않고 국기원 본원 유치와 각종 국제행사 유치에도 적극 팔을 걷어 부치고 나선 모양새다.
춘천시는 올해 8월 강원·춘천 세계태권도문화축제에 이어 9월에는 제14회 2024년 세계주니어태권도선수권대회를 잇따라 개최할 예정이다. 또한 ITX 등 수도권과의 접근성 등을 이점으로 내세우며 태권도 성지화 사업에 주력하고 있다.
강원도와 춘천시는 이번 'WT 본부' 유치를 계기로 ”춘천을 태권도의 고장, 태권도 종주국의 종주도시로 각인시킨다“는 계획이어서 그동안 태권도 성지화를 추진해 온 전북도와 무주군이 앞으로 태권도 성지화 사업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하는 상황이 불가피하게 됐다.
그러나 무주군은 지난 2014년 개원한 태권도원을 제외하면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어 말로만 성지화를 외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따가운 지적을 받고 있다. 이 때문에 춘천에 국기원 본원까지 내어줄 수 있을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무주군, 태권도 성지화 사업 20여년...집적화 이루지 못해 텅 빈 공간만 유지
무주군은 세계 최초 태권도 전용 T1경기장과 실내 공연장, 태권도 연수원, 태권도 박물관 등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개원 10년이 가까워지도록 명실상부한 세계 태권도의 성지로 자리 잡지 못하고 있다.
가장 시급한 현안인 국기원 본원의 무주 이전도 태권도 개원 이후로 10여년 동안 진척 없이 터덕거리고 있다. 국기원은 무주 태권도원 개원 이후 무주 이전 방침을 확정했지만 지원·기반시설 미비, 정주 여건 부족 등을 내세우며 소극적 태도로 일관해왔다.
무주 태권도원 역시 상징적인 공간의 역할을 하고 있지만 심사운영, 국제교육, 교육개발과 같은 핵심 기능은 여전히 국기원에서 이뤄지고 있어 국기원 본원 이전은 무주 태권도원 성지화의 필수 조건이다. 아울러 윤석열 대통령의 전북 7대 공약에 포함된 국제태권도사관학교 건립 공약 이행도 중요 사안이지만 무주군만으로는 무리가 있는 만큼 전북도와 지역 정치권이 합심해서 민자유치와 국제대회 유치에 전폭적인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란 지적이 높다.
국기원 본원 유치 각 지자체 경쟁 불가피...'무주 이전' 멀어질 수도

서울 강남에 위치해 있는 국기원은 1972년 태권도 중앙 도장으로 시작해 그동안 태권도의 표준화 된 기술, 철학, 역사, 정신, 교육은 물론 정통 태권도의 보급, 확산을 통해 태권도의 세계화와 활성화에 선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기관이다. '태권도가 한국을 알리고 세계인의 평화와 안녕을 유지하는데 유익한 역할과 기능을 지속할 수 있도록 모두 함께 즐기는, 태권도로 하나 되는 세상을 만들고, 나아가 진정성 있는 세계화 활동을 이어 나간다'는 국기원 설립 목적이야말로 태권도 성지에 위치해야 하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따라서 무주 태권도원 설립 당시 국기원의 무주 이전이 거의 확정된 듯했으나 정권이 바뀌면서 차일피일 미뤄지고 이제는 춘천시 등과 유치전을 벌이는 상황에 이르게 된 것이어서 그동안 전북도와 무주군, 지역 정치권의 안일한 대응이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 2월 전북도의회에서도 이 문제가 제기됐지만 전북도와 무주군, 지역 정치권은 꿈쩍도 하지 않다가 이번 'WT 본부'를 춘천으로 빼앗겼다는 비판이 나온다.
강동화 전북도의회 의원(더불어민주당·전주8선거구)은 지난 2월 2일 도의회 제397회 임시회에서 "국기원 이전 노력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당시 강 의원은 ”무주 태권도원은 내년이면 개원 10주년을 맞는다“며 ”하지만 태권도 성지 조성과 태권도원을 세계적 관광자원으로 육성한다는 야심찬 포부와 달리 현재 태권도원은 태권도 메카로서의 위상은 고사하고 시설 운영 활성화도 제대로 안착시키지 못하고 있는 상태“라고 지적했다.
"무주 태권도원 개원 벌써 10주년...이대로 두면 ‘태권도 성지’ 빼앗기는 것은 시간 문제"

이어 강 의원은 ”이런 상황에서 전라북도가 국기원 이전 논의마저 손을 놓고 있어 전 도정을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 중에서 태권도원이 배제된 것이 아니냐“며 ”최근 국기원이 서울시와 이전 협약식을 체결하면서 서울시는 물론 인근 수도권 지자체들까지 국기원 유치를 위한 물밑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 때문에 당시 도의회 안팎에선 ”국기원이 현 소재지에서 처음으로 둥지를 옮기려고 하는 것인데 이를 방치할 경우 국기원의 무주 태권도원 이전은 사실상 수포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이에 강 의원은 "국기원 이전은 곧 태권도원이 태권도 성지로서의 위상을 확보하게 되는 상징적 계기가 되기 때문에 파격적인 인센티브 제공을 통해서라도 국기원 이전 협상에 전북도가 적극 나서줄 것"을 촉구했다.
그럼에도 전북도와 무주군, 정치권 등이 손 놓고 있는 사이에 무주 태권도원 개원 10주년을 앞두고 'WT 본부'가 춘천시로 이전되고 태권도 종주도시임을 대내외에 적극 홍보하는 상황을 관망만 하게 됐다.
지난 2004년, 후보지역 선정 공모 이후 무려 10년 만에 개원식을 갖은 무주 태권도원은 백운산 자락 231만 4,213㎡ 부지에 총 사업비만도 2,475억원 규모로 건립돼 국내 최대 규모의 태권도 박물관과 태권도 전용 경기장, 체험관, 연수원 등 제반 시설이 구비됐다.
지역 정치권·전북도·무주군 '합심' 특단의 전략 마련 필요

그럼에도 10년이 다 돼가는 지금까지 국기원 본원 이전 계획은 아무런 성과 없이 겉돌고 있고, 태권도 관련 기관·단체 이전·집적화 계획도 제대로 추진되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 최근 'WT 본부' 무주 이전을 내심 기대했지만 실패한 것은 못내 아쉽다는 도민들의 반응이다.
그나마 가능성이 있는 현안 사업 중 국제태권도사관학교 설립마저 지지부진하며 시간을 끌었다가는 태권도 성지를 빼앗기는 것은 시간 문제라는 따가운 비판이 쏟아져 나온다. 무주군은 물로 전북도와 지역 정치권은 'WT 본부' 이전에 대한 정보 부족과 협력 부재를 통렬히 반성하고, 태권도 성지화를 위한 숙원 사업이 차질 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합심하고 분발해 줄 것을 많은 도민들은 기대하고 있다.
/박주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