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큐레이션] 2023년 4월 27일
태권도 중주국을 대상으로 선정한 세계태권도연맹(WT)본부가 춘천시로 최종 확정돼 세계적인 태권도 성지화를 조성하겠다던 무주군은 물론 전북도까지 난처한 상황이 되고 말았다.
특히 태권도 회원국 212개국의 대회를 주관하는 세계태권도연맹본부 이전 지역으로 춘천시가 선정되고 김포시도 이전 의향서를 제출했는데 정작 무주군은 의향서 신청마저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충격과 파장이 크다.
더구나 민선 6기와 7기 내내 전북도와 무주군은 국기원 본원 유치와 국제 태권도 사관학교 설립 등 태권도 성지화를 줄곧 강조하며 홍보해 왔지만 정작 태권도 종주지역임을 전 세계에 널리 알릴 수 있는 세계태권도연맹본부 유치를 위해 강원도 춘천시와 경기도 김포시가 치열한 유치 경합을 벌이는 사이에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아 무능하고 무책임한 행정이란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강원도 춘천시-경기도 김포시, 치열한 유치전 펼치는 사이에 전북도·무주군은 뭐했나?

26일 강원도와 춘천시 등에 따르면 세계태권도연맹본부 유치 제안평가단은 지난 24일 본부 유치 우선 협상대상자로 춘천시를 최종 선정했다고 밝혔다. 평가단은 앞서 지난 18일 춘천시에 이어 지난 19일에는 경기도 김포시를 방문해 각각 현장 실사 등을 벌였다. 그 결과 춘천시가 세계태권도연맹본부 유치 우선 협상대상자로 선정됨에 따라 강원도와 춘천시는 앞으로 다양한 국제 태권도 행사를 개최할 것이라고 밝혔다.
세계태권도연맹본부의 위치도 확정됐다. 본부는 강원도 춘천의 송암스포츠타운 수변동 야외 데크에 들어설 예정이라고 춘천시는 이날 밝혔다. 앞서 피몰 스리비콘(태국 태권도협회 회장) 세계태권도연맹본부 유치 제안평가위위원장은 현장 실사 이후 기자회견을 통해 “심사 기준으로 볼 때 춘천이 가장 우위에 있다”며 “유치 평가 5개 지표 중 위치적 장점을 높게 봤다”고 밝혔다. 유치 제안 프레젠테이션에서도 “춘천시가 제안한 건축디자인과 예산 계획도 모두 흡족했다”고 평가했다.
그동안 춘천시는 김포시와 세계태권도연맹본부 유치 경쟁을 펼쳐왔다. 세계태권도연맹은 당초 4월 17일까지 유치 제안서를 접수 받아 평가 후 올 8월에 유치계약서에 서명하고 유치 지역을 확정할 예정이라고 밝혔지만 전북도와 무주군은 아예 유치 경쟁에 참가하지 않아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무주군 세계태권도연맹본부 유치전에 아예 참가하지 않아...‘태권도 성지’ 말로만 한 꼴

특히 황인홍 무주군수는 지난해 6·1 지방선거 당시 재선에 도전하면서 국제 태권도 사관학교 설립 등 태권도 성지화를 내내 강조하고 그동안 임기 중 실적으로도 자랑했지만 정작 세계태권도연맹본부 유치에는 무대응으로 임해 그 책임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무주군청 홈페이지에 소개한 황 군수의 인사말 중에도 “전 세계 212개국 1억 5천만 태권도인들의 숨결이 깃들어 있는 태권도 성지”라고 무주군을 자랑해 놓았지만 이번 일로 이마저 무색하게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에 세계태권도연맹본부로 확정된 춘천시는 그동안 유치를 위해 시민 붐업 조성을 위한 서명운동 등 다양한 노력과 정부 부처에 협력을 요청하는 등 지역 정치권과 강원도, 춘천시 등이 거도적인 노력을 이어왔다. 특히 지난달 세계태권도연맹 시범단 갈라쇼를 열어 시민들의 큰 호응을 얻는 등 유치 조성의 기반을 미리 마련했다. 또한 범시민 서명 운동을 개최해 1만 3,000여명이 서명을 얻었다.
춘천시는 이를 기념하기 위해 오는 8월 강원·춘천 세계태권도문화축제를 열고 세계태권도 비치선수권대회·옥타곤다이아몬드게임·시범경연대회 등을 동시에 개최할 예정이다. 옥타곤다이아몬드게임과 비치선수권대회의 경우 세계태권도연맹 주최 G4등급·G2등급의 대회로 세계 랭킹 포인트도 주어지는 보기 드문 국제급 행사이다.
육동환 춘천시장 등 시 관계자들은 “세계태권도연맹본부 유치를 통해 태권도의 고장 춘천이 태권도 종주국의 종주도시로 거듭나는 계기가 됐다”며 “춘천시는 명실상부한 태권도 중심 도시로 국제적 이미지를 제고하고 스포츠 교육 도시를 조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북도·무주군, 세계태권도연맹본부 이전 사실 정말 몰랐나?

춘천시의 이러한 성과와 달리 거대한 면적의 태권도원을 유치하고 세계 태권도의 중심으로 육성하는 사업을 20년째 추진하고 있는 무주군이 당장 초라하게 됐다. 그동안 ‘태권도 성지화’가 구호에만 머물렀을 뿐 정작 이렇다 할 가시적인 성과가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세계태권도연맹본부가 춘천시로 이전하게 된 사실조차 뒤늦게 인지한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일고 있다. 전북도와 무주군은 세계태권도연맹본부 이전을 위한 의향 신청서도 접수하지 않아 '성지화'에 대한 의지가 있는지도 의문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그동안 무구군은 태권도 성지화를 위해 70만평 부지에 2,400억원의 예산으로 태권도진흥재단과 국제 기준의 경기장, 훈련·연수 시설을 조성했다. 또한 태권도진흥재단 외에 국기원과 세계태권도연맹본부 등을 유치한다며 많은 사업들을 추진해 왔으나 세계태권도연맹본부가 다른 지역으로 이전하기로 한 사실조차 뒤늦게 알아 빈축을 사고 있다.
무주군 관계자 “이전 내용 몰랐다” 파장...“태권도 성지화 물 건너갈 위기”

이와 관련 무주군 담당 공무원인 문화예술과장은 26일 전주MBC와 인터뷰에서 "세계태권도연맹에서 이런 이전에 관련된 내용을 들은 적이 없기 때문에, 공모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고 하면 당연히 신청을 했을 것“이라고 밝혀 담당자 조차도 세계태권도연맹본부 선정 과정과 유치 경쟁 사실을 모르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반해 춘천시 관계자는 이날 방송과 인터뷰에서 "세계태권도연맹 본부 쪽하고 계속 접촉을 했었다”며 “'이전 계획이 있을 것이란 정보를 알고 시 체육과에서 작년 11월 말에 의향서를 제출한 것으로 안다”고 밝혀 대조를 보였다.
무주군의 태권도 성지화가 물 건너가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흘러 나오는 이유다. 전북도와 무주군의 책임 있는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박주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