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현의 'ESG 리포트'(36)
필자는 최근 개인적인 문제로 병원에 자주 가게 됐는데요. 병원에서라고 ESG가 없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있습니다. 기업이 ESG 경영을 시작한다고 하면 가장 먼저 해야할 것, 그리고 가장 어려운 것, 또 가장 중요한 것이 뭘까요? 바로 ESG 경영의 목표를 세우는 것입니다.
그게 뭐야, 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ESG를 바탕으로 한 회사의 이념과 목표를 설정하는 것이야말로 실무에서 가장 골머리를 썩는 부분이라고 합니다. 전북대학교병원을 볼까요? 전북대학교 병원은 병원 내 게시판에 병원의 목표와 이념을 포스터로 만들어 환자와 직원들이 언제나 볼 수 있도록 게시해두었습니다.
전북대병원의 '미션'
전북대학교 병원의 미션은 ‘생명존중의 정신으로 진로, 교육, 연구를 통하여 인류의 건강과 행복한 삶에 기여한다’이고 핵심 가치는 ‘SPECIAL’인데요. S는 Self-Esteem, 자긍심, P는 Patient-oriented, 고객 중심, E는 Expertise, 전문성, C는 Challenge, 도전 정신, I는 Innovation, 창의, A는 Alliance, 협력, L은 Loyalty, 신의를 의미합니다.
이를 통해 병원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은 직장에 소속감을 느낄 수 있고, 내가 어떤 일을 하는지, 내가 하는 일의 의미가 무엇인지 알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병원에 내원하는 환자와 가족들도 병원에 대한 신뢰가 형성될 것입니다. 핵심 가치를 ESG로 분류해보자면 일단 전북대학교 병원은 E영역은 없습니다.
S영역은 고객중심, G영역은 협력과 신의 정도로 볼 수 있겠네요. 그렇다면 전북대학교 병원은 E영역을 병원의 특성을 고려하여 어떤 식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인가, 바로 환자들의 정신건강 뿐만 아니라 고된 의료 행위로 인해 피로한 직원들을 위한 자연친화적인 환경을 조성하는 것, 위 내용을 핵심 가치에 포함하는 것이 필요해 보입니다. 이 경우 E영역과 S영역의 점수를 한 번에 획득할 수 있겠죠.
필자가 재활센터에 있으면서 재활센터 내에 화분 등이 꽤 많이 있긴 했지만 옥상공원이나 산책로가 있었다면 오랜 시간 병실 안에 있는 환자들과 환자가족들에게 한줄기 쉼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었거든요(필자의 단순한 생각입니다). 전북대학교 병원은 병원 내 게시판에 미션과 핵심가치 뿐만 아니라 불만 고충처리에 대한 안내, 폭력 예방 안내, 건강한 직장 문화 만드는 법 등이 게시되어 있는데요.
불만 고충처리의 경우 고객의 불편 사항을 접수하는 방법, 처리 절차에 대해 구체적으로 안내하고 있고 특히 고객의 불편사항 접수 후 처리 결과를 회신하는 등 단순히 고객의 소리함을 설치하는 이전의 방법과는 다르게 적극적으로 고객과 소통하고자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소통과 배려, 인권 보호 위해 계속 노력해야
또한 전북대학교 병원은 인권경영팀을 운영하면서 이 팀으로 하여금 폭력 및 성폭력 신고 및 상담을 할 수 있도록 하고, 특히 성폭력의 경우 남 직원과 여 직원의 내선 번호를 다르게 하는 등으로 피해자를 최대한 보호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건강한 직장 문화와 관련하여 병원 내 성희롱 방지를 위한 실천 방법과 대응 방법을 안내하고, 직원고충상담센터를 별도로 운영하여 직원들의 접근성을 높이고 있었습니다.
전북대학교 병원이 외부에 ‘우리 병원은 ESG 경영을 하고 있다’라고 적극 홍보하는 것 같아 보이지는 않지만, 병원 곳곳에 ESG 경영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병원의 이해 관계자는 소비자인 환자 뿐만이 아닙니다. 병원에 근무하는 직원, 병원을 상대로 영업을 하는 사람들, 그리고 병원이 소재하는 지역 주민들 전부가 이해 관계자이지요.
따라서 전북대학교 병원은 병원이라는 특수성을 바탕으로 ESG 경영에서 특히 소셜 영역, 이해 관계자와의 소통과 배려, 인권 보호를 위해 계속하여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김도현(변호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