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

삼성이 지역 균형발전을 지원할 목적으로 앞으로 10년 동안 60조 1,000원을 쏟아붓는다는 계획이지만 전북은 이에 포함되지 않아 삼성과 전북과의 악연이 12년 전 새만금 투자 약속 백지화 이후 지속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삼성은 15일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 삼성SDI, 삼성전기 등 주요 계열사가 향후 10년간 전국에 위치한 주요 사업장을 중심으로 제조업 핵심 분야에 총 60조 1,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10년 간 충청·경상권 등에 60조 투자...일자리 창출, 균형발전 위해?
지역 풀뿌리 기업과 산업 생태계의 경쟁력을 높이고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 지역 균형발전을 지원한다는 취지다. 앞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도 지난해 10월 말 취임 이후 광주를 시작으로 지방 사업장을 두루 돌며 생산 현장을 점검하고 상생과 지역 경제 활성화를 강조해 왔다. 그러나 이러한 삼성의 지역 투자와 행보에서 전북은 찾아볼 수 없다. 삼성은 충청권과 경상권에 집중 투자하고 호남권에서는 광주지역만 투자 대상에 포함시켰다.
삼성은 우선 충청권에 반도체 패키지 특화단지를 조성할 계획이다. 이 외에 첨단 디스플레이 종합 클러스터, 전고체 배터리 마더 팩토리 등도 함께 조성하기로 했다. 삼성전자는 천안·온양 사업장의 반도체 패키지 연구개발 역량을 강화하고 생산량 확충을 위한 시설 투자를 확대할 예정이다.
또 삼성디스플레이는 아산에 디스플레이 종합 클러스터를 구축하고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와 퀀텀닷(QD) 등 최첨단,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 비중을 확대할 계획이다. 삼성SDI는 천안에 '꿈의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 마더 팩토리 등을 구축, 차세대 배터리 기술 연구와 양산 체제를 강화하고, 삼성전기는 세종에 고부가가치 패키지 기판 생산 거점을 확대할 계획이다.
경상권에서는 갤럭시S23과 폴더블폰 등 삼성전자의 플래그십 스마트폰을 연간 1,600만대 생산하고 있는 경북 구미 사업장은 '글로벌 스마트폰 마더 팩토리'로 구축하고 구미에서 개발한 생산 기술을 전 세계 생산 공장으로 확산한다는 방침이다.
삼성SDI는 구미를 QD 등 반도체·디스플레이용 첨단 소재 특화 생산 거점으로 육성하는 한편 울산에서는 배터리 성능을 결정짓는 '양극활 물질' 등 배터리 핵심 소재에 대한 연구와 생산 시설 투자를 확대할 방침이다. 삼성전기가 적층세라믹캐패시터(MLCC)용 핵심 소재 내재화를 위한 연구에 집중 투자해 부산을 '첨단 MLCC 특화 지역'으로 육성할 예정이다.
호남권, 광주에 '글로벌 스마트' 거점 육성·투자
울산에서는 배터리 성능을 결정짓는 ‘양극활 물질’ 같은 배터리 핵심 소재에 대한 연구와 생산시설 투자를 확대한다. 삼성중공업은 LNG 운반선 들 고부가 제품 중심의 수주를 확대해 수익성을 개선하는 한편,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해 경남 거제지역 경제 활성에 이바지한다는 것.
호남권의 경우 삼성전자가 현재 광주사업장에서 생산 중인 가전제품을 프리미엄 스마트 제품 중심으로 확대·재편해 '글로벌 스마트 가전 생산 거점'으로 육성한다는 방침이다.
이처럼 삼성이 지역 산업 생태계 육성을 위해 향후 10년간 전국 주요 사업장을 중심으로 60조 1,000억원 투자 말고도 지역 산업을 부흥하려고 반도체 생태계 육성 프로그램, 기술과 자금, 지역 인재 양성 등을 지역기업에 지원한다는 계획이지만 어디에서도 전북은 찾아볼 수 없다.
삼성, 2011년 새만금 7조 투자 약속 철회 '악몽' 다시 떠올려
삼성은 지난 2011년 당시 국무총리실장과 전북도지사와 함께 ‘새만금 사업투자 및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해 새만금에 7조 6,000억원대 투자를 약속했지만 5년여 만에 입장을 철회해 거센 비난을 산 바 있다.
삼성은 당시 이 협약을 통해 2021년부터 2040년까지 새만금 신재생에너지 부지에 총 사업비 7조 6,000억원을 투자해 풍력과 태양전지, 연료전지 등을 포함한 ‘그린에너지 종합산업단지 구축 계획’을 내놓았지만 2016년 불투명한 경제 상황에 따른 신사업 투자 여력 부족 등을 이유로 '새만금 투자 계획 철회'로 입장을 바꾸고 말았다.
이 때문에 삼성의 향후 10년간 60조원 규모의 지역 투자 계획에서 전북이 배제되자 "12년 전 악몽을 다시 떠오르게 한다"는 목소리가 도민들 사이에서 높게 일고 있다.
/박주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