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 진단]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이전 논란, 원인과 문제점④

지난 6일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 이전설 논란이 서울의 일부 언론에 의해 제기된 이후 사회적 갈등과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전북지역에 위치한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그동안 심심치 않게 서울로의 재이전설이 제기돼 왔기에 이번 '대통령발 이전 논란'은 전북도민들에게 큰 실망과 함께 자존심에 상처를 입혔다.
기금운용본부가 전북혁신도시로 이전할 때부터 미국의 한 언론에 의해 제기된 ‘지역 비하’ 논란은 계속해서 국내 보수언론들에 의해 경쟁적으로 이어지는 모양새다. 이런 가운데 전북을 제3금융중심지로 추진하겠다던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이후 이에 대해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않고 최근 '대통령발 가짜 뉴스?'에 대해서도 함구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공영방송인 KBS 소속 기자는 또 ‘전주 비하’ 발언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에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 재이전 논란과 악취 발생 등에 관한 원인과 문제점, 사실 이면에 가려진 진실 등을 4회에 걸쳐 진단해 본다. /편집자 주
기금운용본부 이전하면서 축산 분뇨 냄새 논란 시작...월스트리트저널 ‘포문’
국민연금공단 인근의 악취 논란은 최근에 불거진 문제가 아니다. 공단 산하 기금운용본부가 이전한 이후부터 제기돼 왔다. 국민연금공단은 지난 2013년 4월 1일 우여곡절 끝에 전주시 만성동 1165번지 일원 신청사 건립 착공 이후 2년여 만에 이전이 본격 추진됐다. 정부의 공공기관 지방이전 정책에 따라 당초 LH공사가 해당 지역에 이전해 올 것으로 에상했던 것과 달리 국민연금공단이 대체 이전 공공기관으로 확정된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전체 사업비 약 760억원이 투입돼 3만 3,840㎡부지에 연면적 3만 2,236㎡의 지하 1층 지상 10층 규모를 갖춘 친환경 녹색 건축물로 건립돼 당시 임직원 573명이 전주·완주(전북)혁신도시로 이전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이와 별도로 기금운용본부는 2013년 6월 27일 국민연금법의 '기금운용본부의 소재지를 전라북도(전주)로 변경' 개정한 후, 2014년 2월 3일 국토부의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의 지방 이전 변경 계획'이 승인돼 2016년 임직원 273명과 함께 국민연금공단 건물 옆으로 이전했다.
당시 전북혁신도시에 입주한 이전 기관은 농촌진흥청 등 12개 공공기관으로 국민연금공단과 기금운용본부는 거의 마지막 단계에 이전이 이뤄졌다. 정부는 오랫동안 '농도(農道)’로 지목하고 '소외'로 덧씌운 전북의 혁신도시를 농생명 혁신도시로 자리 잡게 했다. 전북혁신도시엔 12개 공공기관 중 농촌진흥청, 한국농업기술진흥원 등 농축산과 관련한 공공기업이 전체의 절반 이상인 7개 기관이 자리를 잡았다.
그런데 기금운용본부가 이전하면서부터 축산 분뇨 냄새 논란은 시작됐다. 그것도 맨 먼저 포문을 연 곳은 국내가 아닌 미국의 유력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이었다. 2018년 9월 11일 이 언론은 전북혁신도시에 위치한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를 비하하는 보도를 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날 오전 10시 57분(미 동부시간) 인터넷판에 “(한국)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CIO) 자격요건으로 ‘돼지와 가축 분뇨 냄새에 대한 관용은 필수’”라고 보도하며 조롱하는 뉘앙스의 '돼지 삽화'를 그려 넣었다.
"65만명 거주하는 전주를 돼지 냄새 풍기는 변두리 고장으로 만들었다”

그러자 국내 주요 언론들이 앞다투어 이 보도를 인용해 “기금운용본부장의 선임에 애를 먹고 있는데, 그 이유는 시장 평균을 밑도는 급여 수준과 공동 숙소 생활, 축산 분뇨 냄새”라며 함께 조롱했다. 일부 전북지역 언론들은 이에 “미국의 유력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이 65만명이 거주하는 도시 전주를 돼지 냄새 풍기는 변두리 고장으로 만들었다”며 “국내 주요 언론 또한 월스트리트저널의 보도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며 지역에 대한 ‘무지’를 여실히 드러냈다”고 비판했으나 서울발 여론을 잠재우지는 못했다.
당시 전북 출신인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페이스북에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이 기사를 썼는데 한국경제와 KBS가 기사를 썼다”며 “‘축산 분뇨 때문에 기금본부장을 못 뽑는다’는 기사와 ‘돼지 축사에 둘러싸인 ‘638조원’?...그게 어때서?‘란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그러면서 “매일 출근하는 나도 맡지 못하는 돼지 냄새를 기자는 어떻게 단번에 느꼈을까요?”라면서 “월스트리트저널 기자 정도 하려면 대단한 신통력이 있어야 하는 모양”이라고 꼬집었다.
보수언론들의 지속적인 비아냥, 이어진 서울 재이전설...근본 이유는?

그러나 국내 일부 보수언론들의 지속적인 비아냥과 서울 재이전설은 계속 이어졌다. 조선일보는 2018년 9월 14일 ’외국 언론에 조롱당한 벌판 속 국민연금‘이란 사설을 내보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이 1년 넘게 공석인 이유가 서울에서 멀리 떨어진 지리적 불리함 때문이라는 기사가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에 실렸다”고 밝힌 사설은 “신문은 세계 3위 규모 기금을 운용하는 국민연금 기금본부장은 '돼지 분뇨 냄새'를 견딜 수 있어야 한다며 삽화까지 그려 넣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국민연금공단이 있는 전주시 전북혁신도시에서 올 들어 155건의 악취 관련 민원이 신고됐다"며 "전 국민의 노후를 책임진 국민연금이 외국 언론의 조롱거리가 됐다”고 부추겼다. 또한 사설은 “세계 10대 연기금이 모두 수도나 금융 허브에 있지만 유일하게 한국 국민연금공단은 서울에서 약 200㎞ 떨어진 벌판에 서 있다”고 강조했다.
여기에 더해 사설은 “전주 시내까지 차로 30분 걸리고, 버스를 보기 힘들 만큼 대중교통이 불편하다. 인근 상가들은 비어 있는 곳이 많고 공터에는 쓰레기 더미가 쌓여 있다고 한다. 이런 곳에 글로벌 차원에서 635조원을 굴리는 기금운용본부가 있다는 것이 외국 언론 눈에도 황당하게 보였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종편인 채널A도 이날 ’“돼지 냄새 참아라” 전주에 있는 국민연금 비꼰 WSJ‘의 기사에서 “업계 평균보다 낮은 보수, 정치적 비판 등을 언급하면서 돼지 등 가축 분뇨 냄새를 견딜 수 있어야 한다고 썼다”며 “기금운용본부장 인선을 둘러싼 '코드 인사' 논란과 함께 전북 전주시에 있는 기금운용본부의 지리적 제약을 비꼰 것”이라고 거들었다.
“돼지 축사에 둘러싸인 ‘638조원’?”
앞서 KBS는 2018년 9월 13일 기사 ’돼지 축사에 둘러싸인 ‘638조원’?…그게 어때서?‘란 제목의 기사에서 “사실 월스트리트저널이 다룬 지리적 문제가 거론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며 “지난 달 김한준 알토스벤처스 대표가 전북 전주에 위치한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에 대해 직격탄을 날린 바 있다”고 보도했다.
이어 “김 대표는 기금운용본부가 전주에 자리 잡고 있어 유능한 인재들이 외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면서 “특히 한 외국인투자자들이 ’기금운용본부가 전주에 있는 것이 가장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는 기사는 “반면, 국민연금은 ’21세기 유비쿼터스 시대에는 적합하지 않은 의견인 듯 보인다. 이제 지역 탓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밝혔다”는 내용을 부각시켰다.
그러면서 “김성주 국민연금 이사장도 취임사에서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의 회사는 미국의 중부 네브래스카주 인구 40만의 '작은 시골 동네' 오마하에 있다‘며 ’국민연금의 기금운용은 서울이 아닌 전주에서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말했다”고 밝힌 기사는 “미국의 유력 일간지가 돼지 삽화까지 써가며, 국민연금 운용본부의 위치는 '전주'가 아니라 '서울'이어야 한다고 강조하는 배경이 무엇인지 궁금하다”고 덧붙였다.
결국 언론들에 의해 쟁점이 된 논란은 크게 두 가지였다. 하나는 ’서울에서 먼 지역에 기금운용본부가 위치해 있으면 안 된다‘는 게 주된 쟁점이고, 또 다른 하나는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 수익률과 퇴직률이 돼지 냄새 등 악취와 관련이 있다'는 내용으로 압축됐다. 그러나 두 쟁점 중에서 '지역'과 '거리'의 지리적 관점을 야기한 전자의 어젠다는 정부의 공공기관 지방이전 정책에 의해 다른 지역들과 균등하게 추진됐다는 점 외에도 전북혁신도시로 기금운용본부가 이전한 이후 지난해를 제외하면 수익률이 꾸준히 증가했던 점을 고려하면 논의 자체가 큰 의미가 없다.
"전주 이전 후 최근 5년간 운용 수익 151조원...기금운용직 퇴직률 8%대, 업계 평균 17%보다 낮아"
기금운용직의 이직률도 자산운용 업계 평균인 17%보다 낮은 8%대여서 전주 이전과 무관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민연금공단이 지난 7일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수익률은 2013년 4.19%, 2014년 5.25%, 2015년 4.57%, 2016년 4.75%, 2017년 7.26%, 2018년 -0.92%, 2019년 11.31%, 2020년 9.70%, 2021년 10.77%를 기록했다. 다만, 2022년 통화 긴축,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인한 글로벌 금융시장 경색 등 대·내외적 요인 등에 의해 -8.2% 수익률을 기록했다.
그렇다 하더라도 기금 설립 이래 누적 연환산 수익률은 5.11%에 해당한다. 기금운용본부의 전주 이전 후 최근 5년간 운용 수익은 총 151조원에 달한다. 전문인력 이탈 지적도 지역 이전과는 무관해 보인다. 지난해 공단의 기금운용직 퇴직률은 8%대 였지만 자산운용 업계 평균인 17%보다 낮고, 그 비율도 점차 낮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따라서 지역 이전으로 인한 전문인력 유출로 수익률이 떨어지고 있어 서울 이전이 필요하다는 '논란'은 불순한 의도를 가진 '지역 흔들기'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다만 후자의 논의는 검토해 볼만한 여지가 있다. 실제로 전북혁신도시 인근 지역에는 축산관련 시설 등이 있어서 바람이 불면 가축 또는 분뇨 냄새가 밀려올 수 있는 위치이기 때문이다.
또 전북혁신도시 내 12개 공공기관 중 농촌진흥청, 한국농업기술진흥원 등 농축산과 관련한 공공기업이 전체의 절반 이상인 7개 기관이 자리하고 있는 점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북혁신도시 축산 분뇨 악취 크게 줄어...악취 발생지 매입 순조”

이와 관련 전북CBS는 10일 "전주 소·돼지 냄새"…전북도 "축산 분뇨 악취 크게 줄어"의 기사에서 그동안 제기돼 왔던 돼지 냄새 논란을 이해하는데 다소 도움을 주었다. 기사는 “최근 KBS 한 기자가 전북 전주를 두고 "소·돼지 냄새가 난다"는 지인의 말을 인용해 지역사회의 공분을 사고 있는 가운데 악취 발생지로 꼽힌 전북혁신도시 일대의 축산 분뇨 냄새가 크게 줄었다는 전북도 조사 결과가 나왔다”고 전했다.
이어 10일 전북도 공개 자료를 인용한 기사는 "전북혁신도시에 거주하는 주민들로 구성된 악취 모니터단 활동 결과, 지난해 유효 악취 발생 일수는 월평균 1.4일로 지난 2016년 3.0일보다 절반 이상 줄었다”고 보도했다. 이 같은 내용은 전북혁신도시 일대에 축산 분뇨 냄새 등 악취가 전혀 무관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악취 진원지 '김제 용지 축사' 매입 진행...악취 모니터단 운영"
실제로 전북도가 운영한 악취 모니터단의 모니터링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전북혁신도시 인근 무취 일수는 월 평균 20일로, 2016년 보다 8일 증가했다. 지난해 월별로 보면 10월(25일)의 무취 일수가 가장 많았다. 이어 11월(22일), 4월(21일) 등의 순이다. 유효 악취 일수가 많았던 달은 날이 더워져 창문을 열게 되는 7월(4일)과 6·8월(각각 3일)로 나타났다.
악취 강도 역시 6년 전인 2016년에 비해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2도(보통 취기) 악취 비율은 1.7%였다. 앞서 2016년에 4.5%였던 점에 비하면 크게 낮아진 수치다. 전북도는 지난해 전주와 완주지역 혁신도시 주민 25명을 악취 모니터단으로 위촉해 운영하고 있다. 악취 모니터단은 3월부터 11월까지 악취 영향이 미치는 시기 및 강도 등에 대해 매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북도 관계자는 전북CBS와 인터뷰에서 "악취가 나면 주말과 휴일을 가리지 않고 발생지를 점검하고 있다"며 "악취 진원지인 김제 용지 축사 매입도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전북혁신도시 일대 악취 문제는 과거에 비해 크게 나아졌다"고 밝혔다.
전주MBC도 11일 '들어보니-"전주는 돼지냄새"...시민 반응은?'의 기사에서 전북혁신도시의 악취 문제를 다뤘다. 기사는 "냄새가 좀 나긴 하지만 많이 개선됐고 심하지 않다는 반응이 많았다"며 "국민연금공단 직원들에게 '일하면서 돼지우리 냄새, 소 냄새를 맡은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초창기에는 밖에 나왔을 때 좀 났던 거 같은데 최근에는 별로 못 느꼈다'고 답했다"고 보도했다.
"아직도 냄새 난다는 일부 의견도 있는 만큼 지속적인 환경 개선 노력 필요"

또 '동료 직원이 회사를 그만 둔 이유'에 대해 "냄새 때문에 회사를 그만두진 않을 거 같고 여러 가지 복합적인 이유인데 그중에 말을 하다보니까 그런 것도 들어갔을 것'이란 반응도 나왔다"는 기사는 "KBS 기자의 말과 달리 냄새 때문에 전주를 떠나는 것이 아니라는 게 전주시민과 국민연금공단 직원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라고 덧붙였다.
기사는 "하지만, 아직도 냄새가 난다는 일부 의견도 있는 만큼 지속적인 환경 개선 노력은 필요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전북혁신도시 인근의 악취는 김제시 용지면 축사 등 주변 요인에 의해 발생했음이 전북도와 지역 언론들의 보도에 의해 확인됐다.
'지역 혐오 조장, 정치적 악용' 감시·견제 중요...시민사회·지역 언론들 '몫'
이와 관련 전북도는 "축사 부지를 계속 매입하고 있다"고 밝힘으로써 악취 진원지로 꼽히는 축사 시설 부지가 더욱 순조롭게 진행되고 악취 논쟁이 종결될 수 있도록 전북도를 중심으로 전주시, 김제시, 완주군의 공동 대응과 노력의 필요해 보인다.
다만, 악취 논쟁이 지역 혐오를 조장하거나 정치적으로 악용되지 않도록 감시와 견제를 철저히 해야 하는 것은 결국 시민사회와 지역 언론들의 몫이다.
/박주현 기자
관련기사
- “버르장머리를 확 뜯어 고쳐야 한다?”...전북일보 사설, 또 다른 '갈등 유발' 논란
-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이전설에 반박도, 해명도 없는 대통령...민심을 힘으로 누르려는 것일까?
-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서울 재이전' 집요하게 주장하는 쿠키뉴스...저의가 뭔가?
- “전북 금융중심지 공약 파기, 도민 우롱·기만 책임져라” vs “앞으로 4년 남았다”...전북 국회의원들 한목소리에 대통령실 ‘느긋’
- ‘전북 금융중심지 지정’ 무산 위기, 정치권 "네 탓" 공방만... "꼴불견" 눈살
- ‘전북혁신도시는 기업하기 어려운 곳' 논리, 정부가 제공하다니...또 도진 ‘기금운용본부 흔들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