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계 이슈

KBS 기자가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전주를 비하한 발언과 관련해 비난이 이어지면서 파장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지난 7일 KBS1 라디오 프로그램 '성공 예감 김방희입니다'에 출연한 KBS 해당 기자는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의 서울 이전 찬반에 관한 대화를 나누던 중 "전주에서 소 냄새, 돼지우리 냄새가 난다"고 말해 지역 비하 논란이 일었다.
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 "KBS 사장은 즉각 사과하고, 해당 기자와 관련자들 징계에 착수해야"
이에 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는 9일 성명을 내고 “’돼지우리 소 냄새’ 운운한 기자의 발언은 실제 친구의 말을 빌렸는지, 자기 상상력을 동원한 것이었는지는 그 자신만이 알 수 있다”며 “자칭 ‘국민의 방송’이라는 공영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뱉은 언사로 전주와 전북을 조롱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는 "자칭 ’국민의 방송‘이라는 공영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뱉은 언사로 전주와 전북, 나아가 대한민국을 조롱한 것에 대해 KBS 사장은 즉각 사과하고, 해당 기자와 방송 관련자들의 징계에 착수해야 한다"면서 "아울러 전북지역 자치단체와 모든 정치권은 이런 식의 막말마저 허용할 수 없도록 철저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전북기자협회 "공영방송 기자, 공정·신뢰에 씻지 못할 큰 상처...재발방지 촉구"
전북기자협회도 10일 성명을 내고 “이번 논란이 KBS가 아닌 기자 개인의 경솔함과 일탈행위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본다”며 “하지만 공영방송을 대표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기자를 사전에 검증하지 못해 물의를 일으킨 점은 크게 사과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성명은 “발언의 전후 맥락이나 취지를 차치하고 공영방송 기자가 생방송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개인 술자리 농담으로도 해당 지역 주민들에게 상처를 줄 수 있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한 셈”이라면서 “공정과 신뢰를 기치로 내건 공영방송 기자가 씻지 못할 큰 상처를 입힌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다만 정치권이 ‘이때가 기회다’ 싶어 언론사를 길들이겠다는 잘못된 생각으로 접근한다면 그 행위를 멈추라 엄중히 경고한다”며 “지역 갈등을 교묘히 부추겨 반사이익을 얻으려는 행위가 아닌 진정한 전북발전을 위해 힘을 모아줄 것을 간곡히 당부한다”고 성명은 덧붙였다.
방송법 "지역·세대·계층·성별 간 갈등 조장해서는 안 돼”
앞서 국민의힘 공정미디어위원회는 8일 성명을 내고 "기본조차 하지 못하는 KBS의 현 수준을 여실히 보여주는 증거"라며 비난했다. 위원회는 “KBS 노조도 성명서를 통해 ‘KBS의 기본 가치를 정면으로 무너뜨린 지역비하 발언’이라고 비판했다”며 “아울러 방송법 제5조 (방송의 공적 책임) 1항 ‘방송은 국민의 화합과 조화로운 국가의 발전 및 민주적 여론형성에 이바지하여야 하며 지역·세대·계층·성별 간 갈등을 조장해서는 안된다는 조항 위반’이라고 밝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위원회는 “KBS 사장은 당장 관계자들을 징계하고, 전주시민과 대한민국의 모든 시청자에게 지금 당장 사과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전라북도는 이와 관련 “KBS 소속 기자가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전주에서 소 냄새, 돼지우리 냄새난다’고 말한 사태에 대해 엄중히 지켜보고 있다”며 “그간 순직하신 소방관의 전북도청장을 치르는 중이라 해당 사태에 대한 입장표명을 자제했지만, 해당 사안은 전북도민을 모욕하는 사태인 바 엄중하게 상황을 파악하고 대응할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KBS “심의 규정에 따라 당사자 제재 절차 진행 예정”
이와 관련해 KBS는 9일 사과문에서 "지난 7일 라디오 경제 프로그램에 출연했던 기자의 부적절한 발언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진행자가 당일 방송 도중 해당 발언의 부적절함을 바로 지적한 뒤 다음 날인 8일 방송에서 사과했고, 제작진과 해당 기자는 오늘 프로그램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올렸다. 하지만 이 발언으로 상처 받고 불편하셨던 분들께는 충분치 않게 느껴졌을 수도 있을 것이라 생각돼 마음이 무겁기만 하다"고 밝혔다.
이어 "KBS는 해당 발언이 방송제작 가이드라인에 위배됐을 소지가 크다고 보고 사내 심의 규정에 따라 당사자에 대한 제재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라며 "이번 일을 계기로 구성원들의 경각심을 일깨워 향후 유사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KBS 제작진과 해당 기자도 사과문을 내고 "불필요하고 부주의한 말로 해당 지역에 거주하거나 인연을 갖고 계신 분들의 마음에 상처를 드렸다"며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문제의 발언은 7일 KBS1 라디오 프로그램 '성공예감 김방희입니다'에서 나왔다. 당시 KBS 모 기자는 전주에 있는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의 서울 이전 찬반에 관한 대화를 나눴다. 이때 해당 기자는 "제 친구 중에도 운용역(자금담당인력)으로 있다가 '도저히 못 살겠다. 여기 소 냄새난다. 돼지우리 냄새 난다' 이러면서 올라온 친구도 있다"고 말하면서 웃었다.
이어 "실제로 여기 개인에게는 굉장한 고통이다. 근데 그러면 지방은 이런 종류의 고부가가치 산업은 절대로 못 가지느냐, 이런 건 다 서울만 가져야 되느냐 이런 얘기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박주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