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현의 'ESG 리포트'(29)
요즘이라고 하기에는 요즘이 너무 빠르게 지나가버리니까 이제는 시간이 지난 이슈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바로 챗GPT인데요. 몇 주 동안 챗GPT가 언급되지 않은 기사가 없을 정도였습니다. 어떤 이슈던지 챗GPT와 함께 했더라고요. 그래서 필자도 챗GPT와 ESG의 관계에 대해서 생각해봤습니다.
챗GPT의 등장으로 리서치를 담당하는 직원, 프로그래머, 회계 관련 직업이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있고, 얼마 전엔 챗GPT가 미국의 의사 시험과 로스쿨 시험에 합격했다는 소식도 있었습니다.
필자 역시 변호사로서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법령과 판례, 법 이론 등을 꾸준히 검토하고 사건에 적용하는 업무를 하기 때문에 챗GPT를 이용하면 좀 더 많은 사건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과 변호사나 직원을 추가로 채용할 필요가 없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챗GPT로 인해서 많은 사람들의 직업이 사라진다면, 과연 챗GPT가 사람을 위한 기술일까요?
'러다이트 운동'과 '챗GPT'
과거 러다이트 운동(기계파괴운동이라고도 합니다)을 기억하시나요? 영국의 산업혁명시대, 대량의 물건을 만들어낼 수 있는 기계의 발명으로 사람들의 일자리가 사라지자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이 공장의 기계를 파괴하는 일이 생겼고, 정부에서 이를 통제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됩니다. 러다이트 운동은 1811년경부터 1816년경까지 장기간 동안 영국의 직물공업지대에서 일어났는데요.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들의 러다이트 운동으로 인해 영국에서는 기계를 파괴하는 노동자들을 사형에 처하는 법안을 만들었고, 결국 10여명의 노동자들이 사형에 처해집니다.
필자 주변에서는 한 때 고속도로에 하이패스가 도입되면서 고속도로 요금소에 근무하는 사람들의 일자리가 사라질 수 있기 때문에 하이패스를 일부러 사용하지 말자는 운동 아닌 운동(?)이 있었습니다. 하이패스를 사용하면 나무는 살리지만 사람은 죽는다, 이런 말도 했었던 기억이 납니다. 러다이트 운동과 성격이 비슷하죠?
ESG는 사람이 필요
다시 챗GPT와 ESG로 돌아와 볼까요? ESG는 결국 사람을 위한 기업의 경영 방식입니다. 기업이 진정 지구를 걱정해서, 지구를 위해서 환경친화적인 방식으로 기업을 운영하려는 것일까요? 지구를 걱정하기 전에 기업의 물건을 소비하는 사람을 한 명이라도 더 살려내기 위해서 환경친화적인 방식을 경영에 도입하는 것입니다. 그동안은 환경을 중심으로 한 기술이 ‘지속가능성’이라는 주제로 소개됐었는데, 챗GPT는 소셜과 관련한 기술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소셜을 볼까요? 소셜은 아예 대놓고 사람이 중심입니다. 소셜영역에서는 근로자의 근로환경이 1번이고, 최우선인데요. 다양성을 존중하는 채용과 승진부터 아동과 여성의 근로환경, 한국에서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제정되어 시행되고 있는 안전의 문제, 그리고 2번이 기업의 지역사회에 대한 선한 영향력입니다. 마치 소셜이 과거 CSR처럼 기업이 지역에 좋은 일하는 것처럼 생각하는 분들이 아직도 있는데 ESG의 소셜은 CSR보다는 기업의 근로자와 근로예정에 있는 자들에 더욱 집중하고 있습니다.
기업의 ESG 경영을 “내가 다니고 싶은 회사”, “내 가족이 다니고 싶은 회사”, “자랑하고 싶은 회사”로 브랜딩하기도 하는 것을 보면, ESG 경영은 진정 사람을 위한 경영이라고 할 것입니다.
챗GPT는 사람이 필요 없을까?
러다이트 운동은 공장의 근로자들의 일자리를 잃게 했고, 하이패스는 고속도로 요금소에 근무하는 사람들의 일자리를 잃게 했고, 챗GPT는 영역을 불문하고 다양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의 일자리를 잃게 할 수도 있습니다
또한 챗GPT는 앞으로 더욱 발전하여 사람과 같이 말하고 이해하고 적용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그렇다면 기업은 기존에 채용한 직원이 챗GPT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면 추가로 직원을 채용하지 않거나, 또는 신규 직원을 채용할 때 챗GPT에 능숙한 직원을 채용함으로써 기존 직원을 해고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더 넓게 생각해봅시다. 기업에서 외부에 비용을 들여 법률자문, 세무자문, 노무자문을 받아오다가 챗GPT를 이용해서 이러한 자문을 대신한다면요? 변호사, 회계사, 세무사, 노무사는 고객을 잃게 될 것입니다. 공무원이라고 다르겠습니까?
간단한 예로 특정 사업의 인허가를 신청하러 온 민원인에게 인허가가 가능한지 여부를 판단할 때 관련 법률과 이전에 유사한 사업의 인허가가 어떤 식으로 진행됐는지, 챗GPT가 더욱 정확하고 빠르게 민원에 대응할 수 있는 것입니다. 공무원도 국가에서 더 이상 임용할 이유가 없습니다.
ESG와 챗GPT가 공존하는 방법
자 그럼 이제 우리는 챗GPT의 사용과 발전을 전면적으로 금지시켜야 할까요? 신러다이트 운동을 시작해봐야 할까요? 기업의 ESG 경영과 챗GPT가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깊이 고민해봐야 할 필요가 있는 문제이지만 기본적으로 사람의 업무의 편의를 위해 개발된 챗GPT와 같은 기술의 발전을 막을 수 없는 상황에서(또 막아야 할 특별한 이유도 없습니다), 우리는 기업에게 사람이 챗GPT의 도움을 적절하게 받으면서 효율적인 일 처리를 함으로써 이전보다는 쉼이 있는 삶을 살 수 있도록 기업환경을 조성하길 바래야겠습니다. 이 정도가 기업의 ESG 경영과 챗GPT가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요?
/김도현(변호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