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
“2040세대가 봉이냐?”
“국민연금 내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가?”
“왜 언론은 연금 고갈됐다는 정부 방침을 그대로 보도만 하는가?”
최근 정부가 국민연금 재정추계 결과 발표를 통해 국민연금 고갈 시기가 또 앞당겨질 것이라고 밝히자 국민연금이 뜨거운 감자로 부상하면서 청년세대 등 20~40대 직장인들의 불안과 불만이 커지고 있다. 국민연금 재정추계 때마다 고갈 시기가 앞당겨질 것이란 정부 방침을 그대로 따라 전하는 언론에 대한 불만도 나온다.
“저출산‧고령화에 국민연금 2055년 바닥…고갈 시점 2년 빨라져”...불확실성 고조

보건복지부 산하 국민연금 재정추계 전문위원회는 27일 국민연금 재정추계 시산(잠정 결과)을 발표했지만 국민연금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뮤니티 공간 등에서 고조되는 분위기다. 발표 내용 중에는 국민연금이 현행대로 운영되면 지금으로부터 32년 뒤인 2055년에 기금이 완전히 바닥날 것이라는 전망이 포함돼 사회적 논란이 급속히 가열되고 있다.
저출산‧고령화 현상 심화로 5년 전 전망치보다 2년 앞당겨졌다는 게 이번 발표의 핵심 내용이다. 국민연금은 2003년부터 5년 마다 재정계산을 실시하고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을 수립한다. 이번 재정계산은 제5차 재정계산이다. 그러나 이번 추계 결과는 ‘2057년 기금 소진’을 예측한 5년 전 추계 결과보다 한층 더 비관적이란 점에서 불안과 우려가 크다.
특히 MZ세대(밀레니얼+Z세대)들 사이에서 불만이 확산되고 있다. 자칫 세대간 갈등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시각도 나온다. 그동안 정부와 주요 언론들은 이러한 원인을 인구 구조의 저출산 및 고령화 경향이 더욱 확산되고 있는 추세라며 고갈 시점이 당겨질 것이란 지배적인 분석을 내놓아 MZ세대 등을 자극시켜왔다.
국민연금 재정계산은 재정수지를 계산해 연금보험료 조정 및 기금운용계획 등이 포함된 국민연금 운영 전반에 대한 계획을 수립하는 과정으로, 국민연금법 제4조에 따라 5년에 한 번씩 실시하고 있다. 당초 복지부는 국민연금법에 따라 오는 3월까지 결과를 도출할 예정이었지만 지난 9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일정을 이달 내로 당기겠다고 밝힌 바 있다.
고갈 시점 2060년에서 2057년 예측, 다시 앞당겨져...불안·불만 확산

앞서 1차(2003년) 계산 때 예측된 고갈 시점은 2047년이었고 2차(2008년)·3차(2013년) 때는 2060년으로 전망됐다. 이후 2018년 당시 4차 재정추계에선 기금이 2042년 적자로 전환해 고갈 시점이 오는 2057년으로 예측된 바 있다. 재정추계는 연금개혁의 첫 단추인 국민연금 개혁안의 근거자료로 쓰이는데 도출된 국민연금 기금 고갈 시점이 당겨질수록 개혁 강도도 세질 수밖에 없다.
이번 시산 결과에 따르면 보험료율 9%, 소득대체율(생애 평균 소득 대비 연금액 비중) 40%인 현행 제도를 유지할 경우 국민연금은 2040년 적립기금 1,755조원으로 최대를 기록한 후 2041년 적자로 돌아선 뒤 2055년에는 기금이 고갈될 것으로 추산됐다.
2018년 발표된 제4차 재정계산에서는 국민연금 기금의 적자가 시작되는 시점은 2042년, 기금이 소진되는 시점은 2057년으로 예상됐지만 5년 사이 적자 시작은 1년, 기금소진은 2년 빨라졌다. 적립기금 최대치 규모도 4차 때의 1,778조원(2041년)에서 감소했다. 이처럼 연금 재정 전망이 나온 이유는 5년 전과 비교해 저출산·고령화 심화로 인구구조가 악화되는 데 있다는 지적이다.
출산율 하락은 보험료를 내는 가입자가 줄어드는 것을 의미하며, 고령화는 연금을 타 가는 수급자가 증가하고 있다는 뜻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올해 24%였던 제도부양비는 55년 후인 2078년 143.8%까지 오를 것으로 분석됐다. 미래 세대의 가입자 1명이 1.43명의 연금을 책임지는 상황이 올 것이란 분석이다.
이 외에 복지부는 오는 3월 다양한 시나리오별 분석이 포함된 최종 추계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다. 또 기초연금과 연계한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은 오는 10월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전 연령 공감할 수 있을지 '관건'...MZ세대 직장인들 '불만'

지난 1988년 출범한 국민연금은 정부가 운영하는 공적연금으로, 현재 기준으로 전체 가입자 수는 약 2,200만명에 수급자 수는 약 640만명에 달한다. 국민 개개인이 소득 활동을 할 때 납부한 보험료를 기반으로 나이가 들거나 갑작스러운 사고나 질병으로 사망 또는 장애를 입어 소득 활동이 중단된 경우 본인이나 유족에게 연금을 지급함으로써 기본 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다.
하지만 초기 3%였던 보험료율을 1998년 9%로 높인 이후 25년째 유지되고 있지만, 고령화 가속화 및 저출산 여파로 일각에선 윤석열 정부의 연금 개혁 시계가 빨라질 것으로 전망돼 왔다. 따라서 노후 준비에 나서야 할 5060세대와 국민연금제도에 대한 청년층 우려가 맞물려 전 연령대가 공감할 수 있는 방안이 나올지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특히 MZ세대 직장인들의 불안과 불만이 가장 크다. 이들은 국민연금이 고갈될 경우 수급을 받지 못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가장 크다. 그동안 꼬박꼬박 부은 연금을 돌려달라는 주장도 나올 정도다. MZ세대 누리꾼들은 국민연금 고갈 시기가 앞당겨진다는 소식에 “그동안 정부는 뭐했느냐”, “왜 우리 세대만 희생을 강요하냐”, “강제로 납부하지 말고 자율적으로 납부하는 연금제도로 개선하라” 는 등의 글들을 잇따라 올리며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이와 관련 “현재의 국민연금 체계를 유지할 경우 2055년에 국민연금 수령자격(2033년부터 만 65세 수급개시)이 생기는 1990년생 이후부터는 국민연금을 한 푼도 받지 못하게 될 수 있다”며 “만일 국민연금을 계속 지급하려면 보험료율이 치솟아 미래세대가 과도한 부담을 떠안아야 한다”는 우려의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고소득자 부담 늘려 국민연금 고갈 문제 해결해야...정부, 국민연금, 무비판 언론 등 모두 책임”
앞서 지난해 4월 5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실시한 ‘차기 정부의 연금개혁 전제와 방향 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정창률 경실련 사회복지위원장(단국대 사회복지학과 교수)은 현재 국민연금의 기금고갈 문제에 대해 “적게 내고 많이 받는 설계로 인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정 위원장은 노후소득 안정을 위해 ‘많이 받는 구조’를 유지하는 대신 ‘적게 내는 구조’를 손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보험료 인상 방식으로는 고소득자의 부담을 높이는 방안을 제안해 주목을 끌었다. 정 위원장은 이날 “보험료 부과소득 상한을 높여 고소득자의 보험료 부담을 높여야 한다”며 “다만 보험료율 인상은 사회적 합의의 영역이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용인되는 수준에 따라서 급여가 조정될 필요가 있다”고 제언해 많은 공감을 이뤘다.
또 다른 재원 마련 방안으로는 기초연금을 없애고 국민연금에 편입하는 방안과 퇴직연금 가입을 의무화해 재원을 마련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아울러 국민연금의 최저연금제 도입도 방안으로 제시돼 눈길을 끌었다. 정 위원장은 “국민연금은 보편적인 노후소득 안전망으로서 기능을 수행하도록 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국민연금의 최저보장연금 제도를 도입하여 최저 가입기간을 충족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국민연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와 관련해 많은 국민들 사이에는 “국민연금 고갈 시기가 앞당겨 질 것이란 소식이 나올 때마다 불편하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며 “그동안 계속 제기된 문제임에도 이를 방치한 정부와 국민연금 관계자들, 이를 액면 그대로 보도하기만 하고 제대로 문제점을 비판하지 않은 언론 등 모두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박주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