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제 강점기부터 6·25전쟁까지 비극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군산대학교 내 인공동굴에 대한 발굴 조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군산대 박물관(관장 박시균 국어국문학과 교수)은 26일 열린 ‘굴삭조사 개토제’를 시작으로 군산대 캠퍼스 내 인공동굴에 대한 기본조사에 착수한다고 이날 밝혔다. 군산대 교내의 인공동굴은 지난해 2월 발견돼 사회적으로 많은 관심을 끌었다.
그동안 활용 방법에 대한 논의가 이어져 온 끝에 이뤄질 이번 조사는 1년 동안 군산대가 다각적인 방안을 모색하며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인 결과로, 국립대학육성사업 ‘이야기가 있는 캠퍼스-미룡역사길 조성’ 사업비 지원을 받으며 탄력을 받게 됐다. 군산대를 우선 조사연구비로 7,400만원을 투입해 첫 단계의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군산대 7개 동굴 중 4곳 조사 발굴 시작
군산대가 자리한 관여산 일원은 마한시대에서 현대까지 군산과 군산사람들의 굵직한 역사적 순간들을 담은 유적들이 많이 남아있는 곳으로, 대학 측은 이 유적들을 활용해 ‘이야기가 있는 캠퍼스-미룡역사길’을 조성하고 있다. 이번에 본격적으로 조사를 하는 인공동굴은 미룡역사길의 중심에 있다. 이 동굴은 일제 강점기부터 6·25전쟁에 이르는 어두운 시기 군산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돼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인공동굴 기본조사는 학술연구와 함께 앞으로 교육자원으로서의 보존과 활용 방안 수립을 위해 필요한 연구 과정이다. 지표 물리탐사를 통해 7기에 대한 정확한 위치와 동굴 현황을 파악하여, 비교적 상태가 양호한 동굴 4기를 대상으로 땅 파기 조사를 시행할 예정이다.
앞서 맨눈으로 발견된 6개 동굴에 이어 나머지 한 곳의 위치까지 최종 확인돼 총 7개 동굴이 발견됐다. 이 동굴들 중에는 일부가 일제 강점기에 무기고 등으로 쓰였을 것으로 연구자들은 보고 있다.
“군산지역 유례 없는 이야기가 있는 탐방로 조성될 것”

군산대 박물관 측은 “7기의 동굴 중에서 지표 물리 탐사를 통해서 내부 진입이 가능한 3곳에 대해서 굴삭 조사를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연구진은 7개 동굴 가운데 '6호 동굴'을 특히 주목하고 있다.
입구부터 대부분 무너져 내려 접근이 쉽지 않지만, 한국전쟁 당시 민간인 120명이 학살 된 우리 민족의 비극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장소로 보고 있다. 유족회도 꾸려지지 않은 채 방치됐던 이 곳을 군산대는 과거사 정리를 위한 진실화해위원회와 협의 끝에 조사를 시작하기로 했다.
박시균 군산대 박물관장은 “학교 내 인공동굴의 기본조사 및 땅 파기 조사는 가장 기본적인 학술조사의 첫걸음이고 이를 계기로 꾸준한 연구와 보존 및 개발이 잘 이루어진다면 미룡역사길은 군산지역에서 유례 없는 이야기가 있는 탐방로로 조성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이 중요한 과제는 우리대학 뿐만 아니라 군산시와 전라북도가 함께 힘을 합하고 더 나아가 국가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경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