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광 기자, 온몸으로 묻는다] 법무법인 ‘가로수’ 김진형 변호사
지난 10월 29일 서울 이태원에서 핼로윈 축제를 즐기던 시민들이 압사 사고로 다치거나 죽는 참사가 발생했다. 참사가 나자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핼로윈 축제는 주최자가 없어서 정부가 개입할 수 없다”라고 책임 회피 발언을 했다.
축제 주최자 문제를 비롯해 법적 쟁점들을 짚어 보고자 지난 9일 법무법인 가로수의 김진형 변호사를 서울 신사역 근처에 있는 사무실에서 만났다. 다음은 김 변호사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했다.
“국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할 책임 방기...오히려 자기 잘못 회피하는 변명 뿐”

- 지난 10월 10일 서울 이태원에서 핼로윈 축제를 즐기던 시민 156명이 압사로 사망하는 참사가 벌어졌는데 어떻게 보셨어요?
“있어서는 안 될 참사가 벌어진 거죠. 어쩔 수 없이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참혹했던 그 기억이 떠오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생떼 같은 아이들을 허망하게 보냈던 세월호 참사의 기억이 우리 사회에 깊은 상처 남겼죠. 그런데도 다시 한번 어이없는 사고로 청년들의 생명이 사라졌다는 건 가슴 아프고요. 이번 참사에 대해 정부에서 누구도 책임지려고 하지 않는 2014년 8년 전의 행태가 또 반복되죠. 그게 너무 어이없고 분노가 일었습니다.”
- 근데 세월호와 약간 다르지 않나요? 세월호는 구할 수 있는 걸 안 구한 거고 이번엔 대비를 소홀히 한 거니까요.
“물론 그렇죠. 세월호 참사는 대통령의 탄핵을 불러올 정도에 정부의 고의에 가까운 책임 방기가 있었던 거고요. 이게 과연 세월호 참사와 동일한 정도의 형사 책임이나 이런 게 벌어지는 문제는 아닙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서울 시내 한복판에서 걸어가던 사람들이 그렇게 죽을 거라고 상상을 아무도 못 했다는 점에서 너무 어이없고, 그리고 화가 나고 충분히 방지했어야 했고 방지할 수 있었던 사고가 발생했다는 게 가슴 아프고 분노가 일고 기시감이 있는 거죠.”
- 이해가 안 가는 게 2주 전에 이태원 비슷한 규모의 행사가 있었는데 그땐 사고가 안 났잖아요. 2주 전과 차이는 뭘까요?
“2주 전 모였던 인파의 규모가 오히려 더 컸다고 합니다. 정부에서는 ‘주체자가 없기 때문에 안전 관리 대응 방안을 적극적으로 강구할 수 없었다’는 이야기를 하는데 그 이야기가 재난 안전관리법의 규정을 이야기하는 것 같아요. 거기 보면 지자체나 주최자가 있는 행사에서는 재난안전관리 대책 교통 문제라든지 혼잡 관리에 대한 대응책을 내게 돼 있어요. 말씀하셨던 용산 이태원 행사는 아마 용산구청에서 주최하는 행사였던 것 같고 그러다 보니 용산구청에서 반드시 관련 대책을 내왔어야겠죠.
지금 정부에서 하는 말들을 유추해보면, 이건 정부나 지자체가 주최하는 행사가 아니고 클럽들에서 진행하는 상업적 행사일 뿐이니 법률적으로 경찰이나 지자체에서 통제할 수 없기 때문에 대책을 세울 수 없었다는 거죠. 하지만, 제가 봤을 때 국가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할 책임을 방기한 거고 오히려 자기 잘못을 회피하는 변명이라고밖에 볼 수 없습니다.”
- 그러나 주체가 없다면 정부와 지자체는 더 안전을 신경 써야 하잖아요.
“당연하죠. 말도 안 되는 얘기예요. 한마디로 우리 책임 아니고 그 점주들이 책임져야 되는 부분이라는 한마디로 책임 회피성 발언이라고 생각해요.”
- 법적으로 정부와 지자체 중 어느 책임이 큰가요?
“이 문제에 있어서 저는 윤석열 대통령까지 법적인 책임을 묻기는 어려울 수 있다고 봐요. 그야말로 박근혜 대통령의 7시간에 버금가는 어마어마한 대통령의 의무 방기가 있지는 않을 수 있죠. 그렇다고 해서, 이 엄청난 참사에 정부의 수반인 대통령의 책임이 없다는 말이냐면 그런 건 아니거든요.”
- 일차적 책임은 지자체장에게 있지 않나요?
“글쎄요. 150명이 넘는 국민이 사망했는데 일차적인 책임을 용산구청장에게만 물을 수 있을까요? 그렇지 않아요. 국가 애도 기간으로까지 발표할 정도의 문제에 대해서 일차적인 책임이라고 하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는 모르겠지만 결국에 최종 책임은 대통령이니까요. 사실 그렇지 않습니까. 우리나라 국민 한 명이 외국에 나가서 사망했다고 하더라도 그 최종적인 책임은 대통령이 지는 거니까요.”
“150명 이상 사망한 사고, 국가적 대응 필요한 부분...이런 대응에서 최종 컨트롤타워는 대통령이 했어야”
- 물론 대통령이 무한 책임지는 건 맞아요. 근데 대통령이 대책을 세우는 건 아니잖아요. 그런 건 지자체장이 해야하지 않나요?
“그런 의미는 당연히 있겠죠. 사전에 어떤 조치를 취하지 않은 부분 취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서 용산구청장 지자체장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건 저도 공감합니다. 그렇지만 지금 여러 가지 문제 중에 하나로 원인 중에 하나로 나오는 이야기가 경찰 제도를 개편하면서 그 당시 신고 전화라든지 대응 등의 부분에 있어서 공백이 생겼다는 문제 제기도 되는 점이 하나 있고요.
또 하나는 참사가 벌어진 이후에 150명 이상이 사망한 사고에 대한 국가적 대응이 필요한 부분인데 이런 대응에서도 최종적인 컨트롤타워로는 대통령이 했어야 하는 거죠. 근데 지금 대응에 있어서 굉장히 많은 문제들이 나오고 있잖아요. 그리고 지금 엉뚱하게 토끼 머리띠에 대한 수사가 진행된다는 부분에 대해서 전반적으로 대응이 잘못되고 있는 부분에 대한 책임도 분명히 있다는 생각입니다.”
- 사고에 대해 4시간 전부터 112 신고가 있었는데 경찰이 대처 안 한 거잖아요. 이 부분에 대한 규정은 있나요?
“112 신고에 대한 대응 매뉴얼은 경찰 내부에 있겠죠. 근데 그것이 법으로 규정되어 있거나 그런 것까지는 없는 것 같고요. 어쨌든 시스템적으로 오류가 나는 것은 맞는 것 같아요. 제가 언론에서 봤더니 당시 112 신고가 70번이 넘게 있었다고 하더라고요. 지금 이야기가 나오는 게 112 신고가 잘못됐든지 마약 수사 때문에 인력이 무산됐다는 이야기들이 나오죠. 일부의 문제는 있겠지만 저는 이런 사태를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건 구조적인 문제와 시스템을 개선하는 게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움직이지 않은 것 등에 대한 규정이 없나요?
“112 신고를 수신한 담당자가 묵살했다면 당연히 형사책임까지 문제 될 수 있겠지만, 당시 상황에 대해 보다 면밀한 사실확인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실제로 112상황실의 경찰이 신고 자체를 묵살한 것인지, 아니면 현장 인력의 부족으로 도저히 대응할 수 없었던 것인지 확인해야죠. 만약 후자라면 현장의 경찰들보다 오히려 이와 같은 상황에 대처하기 위한 인력배치를 하지 않은 경찰과 행정안전부 그리고 이러한 의사결정에 관여한 정부 당국자들이 책임져야지 일선의 경찰들에게 책임을 모두 떠넘겨서는 안 된다고 봅니다.”
-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핼로윈 축제에 대한 회의에 안 들어가고 부구청장이 주재했다고 하잖아요. 그것에 문제는 없나요?
“그런 부분들이 지금 계속 나오고 있죠. 지금 언론에 보니까 용산구청에서는 핼로윈 축제의 무질서함을 기획 보도하려고 방송사하고 회의 공유도 했다고 그러더라고요. 그런 부분들은 실제로 지금 입건됐다고 하니까 수사를 통해서 확인을 해봐야 되겠지만 그런 구청장이라든지 용산 경찰서장이라든지 이런 사람들의 책임 방기 부분들은 분명히 문제 확인을 해서 문제가 있다면 처벌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정부 당국자들이 책임져야 할 것들을 일선 경찰들에게 모두 떠넘겨서는 안돼”
- 요즘 나오는 말 중 하나가 마약 수사 때문이라는 거잖아요. 근데 마약 수사하는 경찰과 치안 담당 경찰은 다르지 않나요?
“그건 경찰서장이 지원하라고 하면 되는 거예요. 근데 저는 어쨌든 이러저러한 문제 제기 아까 용산 관저 경비라든지 이런 부분들에 대한 총체적인 어떤 개선이라든지 대응 방안이 논의돼야지 이 하나로 매몰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어떤 하나의 문제로 이런 참사가 벌어진 건 아니니까요.”
- 지하철 무정차 문제에 대해서도 주장이 다른 데 어느 게 맞아요?
“저는 그 문제는 사실 정확히 잘 몰라요. 그런데 제가 언론을 찾아서 들은 바로는 지하철 이태원역 무정차를 경찰이 서울지하철 공사에 요청했냐 안 했냐죠. 근데 기본적으로 그런 요청은 공문으로 해야 된다고 하는데 공문으로는 안 했다는 거고 전화로 요청했다는 거잖아요. 결국 전화로 요청한다는 것 자체가 사전에 예방을 못 했다는 거잖아요. 만약에 미리 했으면 공문으로 했을 텐데 급박하게 신고막 들어오니까 했을지는 모르겠지만 결국에는 미리 대응하지 않았다는 거거든요. 당일 2~3시간 전에 하면 그게 되는 건가요? 그건 아닌 거죠.”
- 지하철 무정차 결정은 법적으로 누가 해야 하나요?
“물론 최종적인 권한은 지하철 시설관리 권한이 있는 지하철공사가 하겠지만, 경찰 역시 위험방지를 위한 행정경찰의 조치로서 지하철공사에 협조를 요청할 수 있습니다. 지금 쟁점은 그거를 경찰에 ‘했냐 안 했냐’인 것 같아요. 경찰은 ‘우리는 사전에 했다’고 지하철 공사는 ‘우리는 못 받았다’고 하는 것 같은데, 근데 물론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서 거짓말을 하는 것은 당연히 문제지만, 이제 임박해서 했을 때 과연 이거를 이제 통보했다고 그래서 경찰이 면피가 되는 거냐 이런 문제도 따져봐야 할 것 같아요.”
“정부·정치권, 희생자들과 국민 앞에 부끄러워 해야...집단 이익 관련 논란 벌이는 것 국민 누구도 동의하지 않을 것”
- 7일 실무자 6명이 입건되었는데 이건 어떻게 보세요?

“어찌 됐든 이런 대형 참사가 벌어진 것은 사실이기 때문에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진상이 규명되고 시스템에 어떤 부분에 문제가 있는지 확인하고 책임져야 될 사람들은 책임 지는 것들은 당연히 필요할 거로 생각합니다. 근데 어떻게 보면 그런 책임을 져야 되는 당사자가 정부이고 경찰이죠. 그러나 이런 사람들이 마치 자기들이 피해자인 것마냥 해요. 보니까 한 500명 규모의 수사본부를 꾸며지고 밀친 사람을 찾거나 문 닫은 상인 찾는 것들은 이해하기가 어려운 상황이죠.”
- 예전엔 대형 참사를 검찰이 수사 했지만, 검찰 수사권 박탈로 경찰이 수사하는 데 괜찮나요?
“지금 이 상황에서 검경 수사권 조정 이야기를 꺼내는 것 자체가 국가적 참사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순수하지 못한 의도라고밖에 볼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형사소송법 개정을 통해서 검찰의 수사권이 없어진 모든 사안에 대해서 ‘옛날에는 우리가 할 수 있었는데 너네가 가져가서 우리를 못 한다’는 걸 법무부 장관이 할 말은 아닌 것 같아요.”
- 경찰이 잘 못 한 게 있는데 경찰이 하는 건 셀프 수사라는 비판도 있잖아요?
“그건 검찰이 수사권 가졌을 때도 마찬가지였는데요. 검찰에 대한 수사도 검사가 했었죠. 그래서 지금 합동수사본부를 어마어마한 규모를 꾸렸잖아요. 합동수사본부라는 게 검찰도 들어가 있는 거 아닌가요.”
- 야당은 국정조사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여당은 일단 경찰의 수사를 지켜보자는 건데.
“지금 여야 간의 정치적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데 사실 필요하면 국정조사를 하면 된다고 생각하는데 저는 그 부분에 대한 논란을 벌이는 것 자체가 문제죠. 어찌 됐든 이 사태 참사에 대한 책임 정치권이 저는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이런 논란을 한다는 것 자체를 부끄러워해야 하죠. 아까 말씀드렸던 검경 수사권 조정 사안을 여기다 갖다 붙인다든지 국정조사냐, 무슨 셀프 수사냐는 이야기를 한다는 것 자체가 저는 정부와 정치권이 희생자들과 국민 앞에 부끄러워 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어떤 식으로든 빨리 결정해서 진상을 파헤치고 왜 이런 참사가 벌어졌는지 재발하지 않으려면 어떤 노력 해야 하는지에 관해서 진지한 논의를 해야죠, 이걸 가지고 정치 집단의 이익에 관한 논란을 벌이는 것에 대해서 국민 어느 누구도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솔직히 생각합니다.”
- 마지막으로 한마디 해주세요.
“너무 가슴 아파요. 어쨌든 빨리 진상이 규명되고 사태의 원인 책임이 확인되어서 다시는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희생자분들한테 너무 안타깝다는 말씀드립니다.”
/이영광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