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계 이슈

“전용기 사유재산으로 착각하는 대통령실···트럼프 복사판” 

대통령실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차 캄보디아·인도네시아를 순방하는 윤석열 대통령의 전용기에 MBC 취재기자를 탑승시키지 않기로 하면서 파문이 점점 고조되고 있다. 현업 언론단체들은 '대통령실이 언론탄압을 하고 있다'며 일제히 비판하고 나섰다. 

방송기자연합회,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기자협회,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 한국사진기자협회, 한국여성기자협회, 한국영상기자협회, 한국PD연합회 등 8개 언론 현업단체는 10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인근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대통령은 반헌법적 언론 탄압을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언론 현업단체들 “헌정사 유례 찾을 수 없는 언론탄압, 폭력, 언론자유에 대한 명백한 도전”

MBC 11월 10일 뉴스 화면(캡처)
MBC 11월 10일 뉴스 화면(캡처)

언론 현업단체들은 이날 ‘윤석열 대통령은 반헌법적 언론탄압 즉각 중단하라’는 긴급 공동성명을 통해 “9일 늦은 밤 대통령실은 MBC 취재진에 대해 동남아 순방 전용기 탑승을 불허한다고 통보했다”며 “대통령실이 권력 비판을 이유로 특정언론사에 대해 취재 제한 및 전용기 탑승을 배제하는 것은 대한민국 헌정사에서 유례를 찾을 수 없는 언론탄압이자 폭력이며, 헌법이 규정한 언론자유에 대한 명백한 도전”이라고 비판했다.

단체는 또 “대통령실의 이번 조치는 대통령의 해외순방 욕설 비속어 파문, 이태원에서 벌어진 비극적 참사에 대한 무책임한 대응 등 자신들의 무능과 실정이 만든 국정난맥상의 책임을 언론에 돌리고 일부 극우 지지층을 결집하기 위한 저열한 정치적 공격으로 볼 수 밖에 없다”며 “대통령 전용기는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며, 취재비용은 각 언론사들이 자비로 부담한다. 대통령이라는 공적 인물의 공적 책무 이행에 대한 언론의 취재와 감시는 민주주의의 기본이다. 마치 대통령 전용기 탑승을 개인 윤석열의 사유재산 이용에 시혜를 베푸는 것으로 착각하는 대통령실의 시대착오적 인식에 경악을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언론자유·민주주의에 대한 중대한 위협...윤석열 정부와 전면전도 불사”

8개 언론 현업단체는 10일 긴급공동성명을 발표했다. 
8개 언론 현업단체는 10일 긴급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이어 “언론자유에 대한 몰지각한 인식수준을 드러낸 윤석열 정부의 폭거는 비판 언론을 ‘가짜뉴스’로 매도하며 CNN 기자의 백악관 출입증까지 박탈했던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복사판”이라고 꼬집은 단체는 “이번 사안은 진영을 뛰어넘어 언론자유 보장이라는 민주적 기본질서에 대한 정면 도전”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단체는 “대통령실 출입기자단은 물론 사용자 단체를 포함한 언론계 전체의 공동대응을 강력히 촉구한다”며 “오늘 MBC를 겨눈 윤석열 정부의 폭력을 용인한다면 내일 그 칼 끝은 언론계 전체를 겨눌 것이며, 피흘려 쌓아온 언론자유와 민주주의의 기틀을 무너뜨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이번 취재제한 조치에 책임 있는 대통령실 관계자들은 즉각 파면 조치하라”고 촉구한 단체는 “윤석열 정부가 납득할 만한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이번 사태를 언론자유와 민주주의에 대한 중대한 위협으로 규정하고 윤석열 정부와의 전면전도 불사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학계·외신기자클럽 “언론 자유 침해할 수 있는 심각한 문제” 우려

한편 대통령실은 지난 9일 밤 대통령실에 출입하는 MBC 기자에게 “대통령실은 이번 순방에 MBC 기자들의 대통령 전용기 탑승을 허용하지 않기로 했다”고 통보했다. 순방 출발까지 이틀이 남은 때였다. 대통령실은 취재진의 대통령 전용기 탑승에 대해 “외교·안보 이슈와 관련해 취재 편의를 제공해 오던 것”이라며 “최근 MBC의 외교 관련 왜곡·편파 보도가 반복돼 온 점을 고려해 취재 편의를 제공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혀 논란이 커졌다. 

특히 대통령 전용기가 ‘사유재산’이 아니라는 지적과 함께 언론탄압이란 비판이 확산되고 있다. 학계와 외신들도 “언론 자유를 침해할 수 있는 심각한 문제”라며 비판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전 세계 100여개국 언론사 소속 500여명의 회원들로 구성된 서울외신기자클럽(SFCC, The Seoul Foreign Correspondents' Club)은 "대통령실이 대통령 막말 보도를 이유로 MBC에 제한 조치를 내린 것은 언론 자유에 대한 우려를 일으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외신기자클럽은 이날 성명을 내고 “(대통령실이) ‘왜곡’으로 간주한 보도를 이유로 매체에 전용기 탑승을 불허한 것은 내외신 모든 언론에 대한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며 “언론 보도의 논조나 성격에 관계없이 모든 미디어에 동일한 접근 원칙이 적용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박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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