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직의 축구 이야기

우승컵을 들고 환호하는 전북 선수단(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우승컵을 들고 환호하는 전북 선수단(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전북 현대 FA컵 5회 우승, 공식 대회 9년 연속 우승컵 '금자탑' 

전북 현대가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FA컵 우승 트로피를 품에 안으며 유종의 미를 거두었다. 10월 30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2 하나원큐 FA컵’ 결승 2차전에서 전북은 FC서울에 3:1로 승리했다. 1차전 2:2에 이어 합계 5:3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바로우와 조규성이 해결사 노릇을 하며 전북의 우승을 이끌었다. 

이날 우승으로 전북은 몇 가지 기록을 새로 썼다. FA컵 대회 5회 우승으로 수원 삼성과 함께 최다 우승팀이 됐다. 9년 연속으로 하나 이상의 공식 대회 우승컵을 들어 올리는 저력을 보여주었다. 전주월드컵경기장에는 이번 시즌 최다인 17,427명의 관중이 입장해 우승의 기쁨을 함께 누렸다.

전북은 4-1-4-1 전형으로 나섰다. 조규성이 최전방에 서고, 공격 2선에는 바로우 김진규 김보경 송민규가 위치했다. 백승호가 수비형 미드필더, 김진수 윤영선 구자룡 김문환이 포백을 구성했다. 골문은 송범근이 지켰다. 경고 누적으로 박진섭이 나오지 못함에 따라 중앙 수비수 자리에 구자룡이 모처럼 선발 출전했다.

원정에 나선 서울은 4-4-2 포메이션으로 경기를 시작했다. 조영욱과 팔로세비치가 최전방에서 골을 노리고 나상호 기성용 오스마르 강성진이 중원을 형성했다. 김진야 김주성 이상민 윤종규가 수비를 책임지고 양한빈이 골키퍼로 나섰다. 2015년 FA컵 우승, 2016년 리그 우승 이후 트로피와 거리가 멀었던 서울은 어렵게 잡은 우승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가용 자원을 총동원했다. 

이태원 대형 참사 애도와 추모 시간 가져 

경기 시작에 앞서 전날 밤 이태원에서 발생한 대형 참사에 애도를 표하는 시간을 가졌다. 운동장에 나온 양 팀 선수들과 관중들은 1분 동안 묵념했다. 경기 시작 후 10분 30초가 지날 때까지 경기장에는 응원가와 함성이 들리지 않았다. 아픔을 함께하는 마음으로 10월 30일을 의미하는 시간만큼 육성 응원을 자제했다.

전반 4분에는 서울 팬들이 ‘봄바람은 영원히 분다’는 플래카드를 내걸고 박수로 2년 전 갑작스레 세상을 뜬 고 김남춘 선수를 기렸다. 김남춘 선수는 군입대 기간인 상무 시절을 제외하면 서울에서만 선수 생활을 한 서울의 원클럽 맨이었다. 그는 생전에 등번호 4번을 달고 뛰었다. 전북 팬들도 박수를 보내며 추모에 마음을 보탰다.

전북에 우승컵을 안긴 바로우와 김진수(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전북에 우승컵을 안긴 바로우와 김진수(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바로우와 조규성이 이끈 FA컵 대회 우승 

전반 10분, 바로우의 선취골이 터졌다. 서울의 좌측면을 허문 뒤 조규성 김진규를 거친 공이 바로우에게 연결됐다. 시즌 초반 팀 합류가 늦었던 바로우는 중반 이후 알토란같은 활약을 펼치며 고비마다 팀에 승리를 안겼다. 선제골을 넣은 전북은 편안한 흐름으로 경기를 주도했고 서울은 급해졌다. 서울이 승리하기 위해서는 이기거나 최소 3골을 넣고 비겨야 하는 상황이 됐다. 

45분, 바로우의 왼발 크로스가 멋진 궤적을 그리며 서울 문전으로 떠올랐다. 껑충 뛰어오른 조규성이 헤더로 골을 만들었다. 전반은 전북이 2:0으로 앞선 채 마무리됐다. 서울이 6:4의 비율로 점유율에서 앞섰지만 내용과 결과를 가져간 것은 전북이었다. 전북은 전방부터 강한 전진 압박을 바탕으로 서울의 좌우 측면을 흔들며 활발한 공격을 펼쳤다. 서울은 전북의 촘촘한 수비 조직력에 막혀 제대로 공격을 전개하지 못했다.

서울은 후반이 시작되면서 일류첸코를 들여보내 공격을 강화했다. 후반 8분, 김보경의 전진 드리블을 방해하던 기성용이 경고 카드를 받았다. 서울이 윙백 윤종규를 불러들이고 공격수 박동진을 투입하며 승부수를 띄웠다. 전북의 오른쪽 수비수 김문환이 더 뛰기 어렵다는 사인을 보내자 김상식 감독은 최철순을 대신 투입했다. 전반에 오른쪽 햄스트링 이상을 호소했던 김진수와 김문환 모두 국가대표팀의 주전 윙백이기도 해서 월드컵을 앞두고 부상 관리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후반 23분 나상호의 강력한 슛을 송범근이 쳐냈지만 바로 이어진 공격 상황에서 박동진이 골을 만들어냈다. 경기를 20여 분 남겨놓고 2:1이 되며 한 골 승부 상황이 연출되자 경기장의 분위기가 급변했다. 서울이 거세게 공격하는 과정에서 박동진과 김진수의 몸싸움이 벌어지고 양 팀 선수들이 충돌했다. 주심은 두 선수에게 경고를 주었다.

서울이 조영욱을 불러들이고 지동원을 투입했다. 지동원은 근 반년 만에 그라운드를 밟았다. 전북은 송민규를 빼고 최보경을 들여보냈다. 한 골 차 리드를 지키기 위해서였다. 후반 33분, 전북에서 뛰다 서울 선수가 된 일류첸코가 주심에게 강하게 항의하다 경고를 받았다. 39분에 바로우가 들것에 실려 나오고 이승기가 들어갔다. 정규 시간 2분을 남긴 시점에서 백승호가 경고를 받았다.

종료 직전, 조규성의 발끝에서 경기를 매조지하는 쐐기골이 작렬했다. 김보경의 로빙 패스를 받은 조규성이 양한빈 골키퍼가 손쓸 수 없는 구석으로 멋지게 때려 넣었다. 두 골을 몰아친 조규성은 경기 MVP로 선정됐다. 리그 득점왕과 베스트11 선정에 이어 이날 경기 MVP가 된 조규성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리그 우승은 놓쳤지만 전북의 마지막 자존심을 지키게 되어 다행이다. 내년에는 올해보다 더 좋은 성적을 내겠다. 카타르 월드컵에 나가게 된다면 자신감을 가지고 좋은 모습을 보이겠다”고 말했다.

전북이 4분 주어진 후반 추가시간을 잘 버티며 3:1로 승리하고 통산 다섯 번째 FA컵 우승을 차지했다. 전북이 우승하면서 리그 4위로 시즌을 마친 인천이 울산, 전북, 포항과 함께 2023년 아시아챔피언스리그(아챔)에 나가게 됐다.

전북 현대 김상식 감독(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전북 현대 김상식 감독(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전북, 다소 아쉬운 시즌...치밀한 내년 시즌 준비 필요 

무관에 그칠 위기에서 FA컵 우승을 달성한 전북이지만 다소 아쉬운 시즌을 보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리그에서는 울산에 밀려 2위에 그쳤고 아챔에서는 준결승에 오른 데 만족해야 했다. 겨우내 선수 보강과 팀 재편이 필요한 상황이다. 팬들의 사퇴 요구를 받았던 단장과 감독의 거취 문제도 팬들이 납득할 수 있는 방식으로 풀어야 한다. 

FA컵 우승을 확정지은 김상식 감독은 “올해 어느 때보다 힘들었다. 특히 홈에서 승률이 좋지 않아 팬들에게 실망감 안겨드려 죄송하다”며 “마지막에 웃을 수 있어서, 또 팬들의 오오렐레를 들을 수 있어서 기쁘다. 전북 현대는 매년 우승을 목표로 하는 팀이라 앞으로 더 강한 팀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매해 우승을 목표로 하는 전북이지만 그 어떤 우승컵도 당연히 주어지지 않는다. 전북 현대 구단이 내년 시즌을 치밀하게 준비해야 하는 이유이다. 

경기가 끝난 뒤 FA컵 시상식이 진행됐다. 김상식 감독은 지도자상을 받았고 울산시민축구단에게 페어플레이팀의 영광이 돌아갔다. 준우승 팀 서울에 대한 시상에 이어 전북 현대 선수단이 우승컵을 들고 환호했다. 팬들도 함께 기뻐하며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전북은 이번 시즌 52경기를 소화하는 대장정을 끝냈다. FA컵 결승과 함께 한국 프로축구의 2022년 모든 일정도 마무리됐다.

/김병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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