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뿌리 지역언론 돋보기] 완주신문
‘전북의 어머니 산’으로 불려 온 모악산 정상 부근의 유서 깊은 사찰 ‘수왕사’가 다른 곳으로 이전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불교계는 물론 지역사회에 파문이 일고 있다.
특히 모악산 정기를 받기 위해 수왕사를 찾는 많은 등산객들과 절 바로 옆 약수터를 애용하는 시민들은 갑작스런 절 이전 소식에 실망과 함께 안타까움을 잇따라 표출하며 허술한 행정의 지원·관리에 따가운 시선을 보내고 있다.
“바위 틈 생겨 갈라져...구이면 술공장 옆으로 이전?”
이 문제를 26일과 27일 중점 보도해 시선을 끈 완주신문에 따르면 지난해 5월 모악산에 있던 수왕사는 직선거리로 5km가량 떨어진 구이면 한 술공장 옆으로 이전해 준공됐으며, 새로 옮긴 수왕사 앞에 설치된 안내판에는 '사찰 주변의 바위가 틈이 생겨 갈라지고 있는 것이 포착돼 부득이 이곳으로 문화재를 옮겼다'고 이전 이유가 적혀 있는 사실이 최근 확인됐다.
그러나 기존 사찰 자리에는 옛 건물만 남아 있는 상태인 수왕사 이전에 혈세가 투입됐다는 사실이 전해지면서 비난이 이어지고 있다. 완주신문은 해당 기사에서 “모악산 8부 능선에서 구이면 외곽 한 술공장 옆으로 이전한 수왕사 건물은 혈세 7억원이 지원돼 지난해 5월 준공됐다”고 전했다.
이어 기사는 “해당 건물은 완주군에서 보조금이 지원돼, 10년간 완주군수의 승인 없이 보조금 교부 목적에 위배되는 용도에 사용, 양도, 교환, 대여 및 담보를 제공할 수 없다”고 밝혔다. “반면, 건물이 있는 토지에 대해서는 이러한 제지 수단이 없다. 해당 건물은 한국불교태고종수왕사 소유로 돼 있으나 토지는 개인 것으로 확인됐다”는 기사는 “이에 건물이 있는 토지는 언제든지 사고파는 게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기사는 또 “게다가 혈세 지원으로 준공된 수왕사 건물은 한국불교태고종수왕사 것이지만 대표는 토지 소유주와 동일 인물이기에 실질적으로 한 사람이 소유한 것과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해석된다”며 “수왕사 옆 술공장 또한 같은 인물이 주인이며, 수왕사 대표 A씨는 승려이면서 1994년 대한민국 전통식품 명인으로 지정된 술 제조자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그런 뒤 "그런 그가 1992년 이곳에 술공장을 만들었으며, 2013년 전북도 무형문화재로도 지정됐다”고 덧붙였다.
7억원 혈세 지원 이전 도마 위...'불공정' 논란
“이 때문에 매매나 대여가 아니더라도 권리 관계 문제로 문화재 보전시설이라는 공공성을 상실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힌 기사는 “이로 인해 완주군의 허술한 예산 지원이 도마 위에 올라 논란이 가중될 전망”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이전 장소에 지어진 새로운 수왕사 건설에 혈세 7억원이 투입된 사실은 불공정 의혹까지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에 다른 사찰 관계자는 완주신문과 인터뷰에서 “전북도와 완주군도 현 장소를 유지하는 방안 대신 이전을 돕는 지원으로 상식에서 벗어난 방안에 장단을 맞춘 게 더 놀랍다”고 말했다.
이에 완주군은 "문화재로 지정된 불상이 현재 이전 위치에 있어서 ‘문화재 보존정비사업’ 일환으로 대웅전을 짓는데 지원했다"는 입장이지만 형평·공정성 논란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오래된 사찰, 보존하지 않고 혈세 들여 이전하는 것은 쉽게 납득 안 돼”
한편 수왕사는 고구려 보장왕 때 백제로 망명한 보덕이 680년 수도 도량으로 창건했으며, 1125년에 숙종(1095~1105)의 넷째 아들인 징엄이 중창한 것으로 전해오고 있다. 이어 1597년 정유재란 때 불에 탄 것을 1604년에 진묵대사(1562~1633)가 재건했으며, 1951년 한국전쟁 당시 모두 불에 타 소실된 것을 1953년에 석진이 중건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모악상 정상 인근 수왕사 옆 바위틈에서는 피부병, 신경통, 위장병에 효험이 있다는 석간수가 흘러와 많은 등산객이 애용하는 약수터로도 유명했다. 이에 완주군은 지난 2019년 7월 1일 환경부 국비를 지원받아 사업비 4,000만원을 투입해 모악산 수왕사 약수터 시설개선을 시행했다고 언론에 대대적으로 홍보한 바 있다.

당시 완주군이 밝힌 주요 개선사항은 노후 물탱크 및 집수정 교체, 광촉매 살균장치와 석조(수각) 설치 등이다. 군 관계자는 “개선사업과 함께 지속적인 관리와 연 6회에 걸쳐 정기적인 수질검사를 실시한다”며 “수질검사 결과는 약수터에 게시해 등산객들에게 정보를 제공한다”고 밝혔다.
"역사적 사찰 이전, 허탈하고 아쉬워"...시민들 호소

그러나 이 같은 역사적인 사찰이 구이면 외곽에 위치한 술공장 옆으로 이사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등산객들은 잇따라 허탈감과 아쉬움을 지어보이며 전북도와 완주군의 허술한 관리와 이전 지원에 대해 불만과 비판을 연신 토로하고 있다.
모악산을 찾은 이 모씨(전주시 중화산동·49) 등 시민들은 “전북의 명산인 모악산의 상징이기도 하고 불교계에서는 한국 불교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진묵대사와 관련된 유서 깊은 장소가 사라지는 것 같아서 너무 안타깝다”며 “문화재급 사찰을 잘 보존하지 않고 혈세를 들여 이전했다는 것은 쉽게 납득하기 어럽다”고 입을 모았다.
/박주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