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광 기자, 온몸으로 묻는다] 정인선 한겨레신문 기자

온라인 쇼핑이 활성화되면서 인터넷에서 상품 구매할 때 리뷰를 읽는 게 최근의 소비 패턴이다. 업체에서 상품에 대해 설명을 잘해도 구매자가 상품 구매 후 쓴 리뷰는 소비자에게 신뢰를 주기 때문이다. 그런데 리뷰를 조작한다는 보도가 있다. 어떻게 된 걸까?

10월 초부터 한겨레신문에서 ‘플랫폼 리뷰 조작단’이란 기획 보도를 하고 있다. 리뷰가 어떻게 조작되는지 취재 이야기를 들어보려고 지난 19일 서울 프레스센터 내의 커피숍에서 이 문제를 취재한 정인선 한겨레신문 기자를 만났다. 다음은 정 기자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했다.

“판매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500개 만들어 오라는 건 사실상 조작해서 리뷰하는 게 아니면 불가능”

"다른 리뷰와 비슷한 특징을 너무 자세히 언급했다면 일단 한번 의심을 해봐야 한다"고 말하는 정인선 한겨레신문 기자.
"다른 리뷰와 비슷한 특징을 너무 자세히 언급했다면 일단 한번 의심을 해봐야 한다"고 말하는 정인선 한겨레신문 기자.

- 이번 달 초 ‘플랫폼 리뷰 조작단’이란 기획 기사를 쓰셨잖아요. 2주가량 지났는데 기사에 대한 반응은 어떤가요?

“보도하고 사나흘 정도 뒤에 국회에서 국정감사가 시작됐거든요. 중소벤처기업부 국정감사 하는 날에 이영 장관이 이 사건 언급하면서 개선을 약속했어요. 어쨌든 정부 차원에서 이게 큰 문제라고 공감했고 바꾸겠다고 한 거여서 그게 제일 저희는 보람이 있다고 느껴요. 근데 아직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선하겠다고 계획이 나온 거는 없어서 계속 지켜봐야 될 것 같아요.”

- 리뷰 조작에 대한 취재는 어떻게 하게 되셨나요?

“민주당 김용민 의원실로 소상공인 한 분이 제보한 거예요. 본인이 쿠팡에 그 물건을 판매하려고 입점하신 지 얼마 안 돼서 쿠팡 관계자한테 어떻게 해야 상품을 잘 판매할 수 있는지 문의했대요. 그랬더니 담당자가 (하는 말이) ‘상품평이 최소 500개 정도는 있어야 상위에 노출되기 쉽다’라고 안내했대요. 근데 이 소상공인 입장에서는 판매 시작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500개 만들어 오라는 건 사실상 조작해서 리뷰하는 게 아니면 불가능한 게 아니냐는 거고 이건 쿠팡이라는 플랫폼이 조작 리뷰를 조장하는 게 아니냐라고 의원실로 제보 주셨고 그걸 이제 저희가 실제로 취재하게 된 거예요.”

- 기자님은 리뷰 많이 보세요?

“저는 진짜 많이 봐요. 특히 쿠팡에서 판매하는 물건들은 되게 자잘한 생활용품들이 많잖아요. 근데 그런 건 디자인 같은 게 조금만 이음새가 안 맞아도 사용하기 불편하잖아요. 그래서 실제로 이걸 사용해 본 사람들이 편하다고 느꼈는지가 저한테는 중요한 기준이 돼서 많이 보는 편이에요. 그런 데 알고 봤더니 실제 사용한 사람들이 아니라 돈을 받고 했거나 심지어 마치 물건을 써본 것처럼 가장해서 리뷰를 달기도 하거든요. 때문에 신뢰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요.”

- 리뷰 문제는 몇 번 나오지 않았나요?

“나왔어요. 저희 한겨레에서도 몇 달 전에 실제로 리뷰 아르바이트해보고 체험기를 쓴 기자분도 있었어요. 근데 저희가 이번에 확보한 자료가 그전에 보도들과 달랐던 건 저희가 해당 업체에 ‘크몽’ 등의 재능 거래 플랫폼들이 있는데 거기에 자신들이 마케팅 전문이고 리뷰를 많이 달아줄 수 있다고 홍보한 업체들이 많이 있었어요. 그래서 거기에 접근해서 ‘우리도 리뷰 달고 싶은데 가격이 어떻게 되냐’나 또 ‘실제로 너희가 돈만 받고 리뷰 안 달아주면 어떡하냐’라고 물어봤어요.

그랬더니 엑셀 파일을 하나 줬어요. 그 안을 열어보니까 쿠팡에 입점해 있는 상품 한 5가지 종류에 대해서 8월 말부터 9월 초까지 2주 동안 실제로 어떤 이름 그리고 어떤 쿠팡 아이디를 가진 이용자들이 어떤 상품에 어떤 리뷰를 달았고 그 대가로 어떤 은행 계좌로 돈을 환급받았는지 다 정리해 놓은 리스트더라고요. 그만큼 자기네가 실제로 그 일을 하고 있다고 저희한테 보여주고 싶었던 거죠. 이런 업체들이 어떻게 일하고 있는지까지 확보한 건 제가 기억하기로 저희가 처음이었거든요.” 

“어떤 앞치마 상품, 전체 리뷰 200여 개 달려...그 중 최소 90개 해당 엑셀 파일 내용과 일치” 

정인선 한겨레신문 기자.
정인선 한겨레신문 기자.

- 처음에 취재는 무엇부터 시작했나요? 

“실제로 저희가 190여 개 리뷰 작성 내역과 대금 환급한 내역을 확보했어요. 그래서 실제 그 상품들 페이지에 들어가서 그 이름으로 달린 리뷰들이 있는지를 일일이 확인을 해봤어요. 그랬더니 정말 있더라고요. 예를 들어서 저희가 기사에도 썼지만 어떤 앞치마 상품 같은 경우 전체 리뷰가 한 200여 개가 달려 있었거든요. 근데 그중에 최소 90개는 해당 엑셀 파일 속에 있는 거랑 일치하더라고요. 그리고 저희가 또 했던 게 일치하는지 우선 확인하고 그 리뷰들의 공통점이 뭔지 파악 해봤어요.”

- 공통점이 있나요?

“우선 사진이 되게 많고 사진을 찍은 것도 구도들이 다 비슷해요. 예를 들어 앞치마라면 전체 샷이 하나가 있고 착용 샷도 있고 그다음에 목에 거는 크기나 아니면 앞치마 주머니를 가까이서 찍은 식으로 사진 찍는 방식도 일치하고요. 상품평을 읽어보아도 거기에 언급된 특징들도 다 비슷한 거를 언급을 해놨더라고요. 그래서 알아봤더니 크게 두 가지 방법이 있대요.

첫 번째는 소상공인들이 먼저 ‘우리 상품에서 이걸를 강조하고 싶으니까 이런 식으로 리뷰 달게끔 해달라’라고 마케팅 회사에 요청하기도 하고 아니면 거꾸로 마케팅 회사들이 예를 들어서. 폼 클렌징이라면 ‘폼 클렌징에는 이런 리뷰들이 들어가면 좋습니다’라고 먼저 제안해주기도 한 대요. 어쨌든 누가 됐든 꼭 들어가야 되는 특징들을 정리한 다음에 그걸 댓글 다는 알바생들한테 넘기면 그 알바생들이 그 내용이 반드시 포함되게 하지만 너무 티 나지는 않게 자기들 말로 바꿔서 리뷰한다는 거더라고요.”

- 그럼 알바생들은 물건 만져보고 쓰는지 아니면 글만 올리나요?

“그것도 2가지가 있어요. 물건을 받아보고 쓰는 경우도 있지만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빈 박스만 받아보고 쓰는 경우도 있어요. 그런 경우 업체 입장에서 돈을 아낄 수가 있는 거죠.”

- 물건 받아보고 쓰는 경우가 낫지 않나요?

“그렇죠. 근데 사실 물건을 공짜로 제공받고 쓴 경우에 표기 광고법에 따르면 그 사실을 반드시 표기 하도록 돼 있어요. 근데 그걸 안 한 거죠. 저희 보도가 나가고 난 뒤에 다시 그 리뷰들을 찾아봤더니 ‘이 리뷰는 제품을 업체로부터 제공받고 쓴 리뷰입니다라고 한 줄씩 붙여놨더라고요. 그러니까 법 위반 소지를 피해 가려고 한 거죠.”

- 리뷰 대행 업체가 많나요?

“그게 저희가 정확히 파악되지는 않았는데 예를 들어서 크롱이라는 재능 거래 플랫폼이 있거든요. 거기에 들어가서 웹 트래픽이랑 스토어 마케팅 이런 카테고리에 들어가서 찾아봤더니 한 183개 업체가 등록돼 있었고 그중에 한 절반 가까이 되는 90여 개 업체가 그 검색 트래픽이나 그리고 상품평을 달아서 매출을 올려줄 수 있다고 홍보하고 있었어요.”

- 대행업체 부장이 “쿠팡에서 검색했을 때 10페이지밖에 노출되는 상품을 1페이지까지 끌어올리는 데 대략 보름 정도가 필요하다고 했다. ‘단기 속성’으로도 가능하지만, 너무 빨리 순위를 끌어올려 ‘작전’으로 의심받지 않으려면 시간을 두고 작업하는 게 안전하다”라고 했다던데 10페이지 밖에 있는 상품을 1페이지로 끌어올리는데 보통 보름이 걸린다는 거 같아요. 근데 일부러 업체에 맡기는 건 좀 더 빨리 올리려고 하는 것 아닌가요?

“그것도 빨리하면 무조건 좋은 게 아닌 게 너무 단시간에 너무 많은 리뷰가 집중해서 달리면 마찬가지로 이 쿠팡 알고리즘이 신빙성 떨어진다고 인식해서 판매 자격을 일시 중지시키기도 하나 봐요. 그래서 그거를 피해 가려고 약간 긴 텀을 두고 리뷰 다는 거죠.”

- 업체에 접근했다고 하셨잖아요. 어떻게 접근했고 업체는 어떻게 반응했나요?

“접근은 되게 쉬웠던 게 얘네가 순위 올려줄 수 있다고 워낙 광고 많이 해놨기 때문에 거기에 전화하니까 친절하게 답이 왔고요. 그리고 그런 게 대부분 오픈 카카오톡 채팅방에서 이루어지더라고요. 그래서 오픈 카카오톡 채팅방에 판매하려고 하는 데 도와달라라고 하면 상담받기는 어렵지 않았어요.” 

“다른 리뷰와 비슷한 특징 너무 자세히 언급했다면 일단 한번 의심해봐야” 

- 쿠팡이 알바들의 놀이터라고 나오던데 다른 플랫폼에 비해 쿠팡이 많은 건가요?

“네이버에 비해서 많죠. 저희가 취재해 본 소상공인들 말을 종합해보면 네이버는 그래도 쿠팡에 비해서 훨씬 엄격하게 걸러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조금 가짜 리뷰라고 부를 만한 게 덜하다고 해요.”

- 쿠팡은 왜 그런가요?

“아무래도 네이버 같은 경우 검색을 통해서 들어가기도 하고 되게 점유율도 크잖아요. 근데 쿠팡은 상대적으로 더 뒤따라 가야 되는 사업자이다 보니까 일단 이용자를 많이 모으는 게 더 중요하다고 판단을 하는 것 같습니다.”

- 같이 취재한 옥기원 기자님 인터뷰 보니 리뷰 조작이 불법이지만 소비자 책임으로 넘기는 거 같아요. 그럼 지금까지 처벌받은 사람은 없는 건가요?

“아직 저희가 파악하기로는 없는 걸로 알고 있어요. 이게 입증하기 어려운 면이 있는 거 같아요.”

- 소상공인들 만나보면 뭐라고 하나요? 

“남들도 다 쓰니까 안 쓰면 자기네만 리뷰가 적죠. 그러면 순위에서 밀려나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약간 보험처럼 다 같이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이야기들 많이 합니다.”

- 진짜 리뷰인지 구별할 방법 있을까요?

“우선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다른 리뷰와 비슷한 특징을 너무 자세히 언급했다면 일단 한번 의심을 해봐야 되는 것 같아요. 근데 그게 정말 딱 보면 티가 나기는 하거든요. 똑같은 게 너무 많다면 진짜 일단 의심을 해봐야 되는 거 같아요.” 

“자기를 드러내서 말하려는 피해자가 많이 없었다는 게 어렵고 아쉬웠다” 

- 취재하며 특별히 느낀 점이 있다면 무엇인지요?

“재능 거래 플랫폼들도 저희가 취재했을 때 뭐라고 반응했냐면 자기네들은 어쨌든 전문가의 재능 필요로 하는 판매업자들을 연결해 줬을 뿐이지 자기가 직접 불법 행위에 개입한 건 없다면서 ‘만약에 불법 행위를 우리 플랫폼에서 저지르는 거를 목격했다면 그걸 제보해달라 그러면 자기네가 제재하겠다.’라고 말하는 거예요. 책임을 피해 가는 거잖아요.”

- 그럼 그들은 리뷰 조작할 의도가 아니라고 하는 건지 아니면 말만 그렇게 하는 걸까요?

“둘 다일 것 같은데 어쨌든 플랫폼이라는 것 자체가 장터를 열어주는 거잖아요. 때문에 그 위에서 벌어지는 일에 대한 책임은 나 몰라라 할 수 있는 구조인 거죠. 근데 그걸 그렇게 방치해도 되는지에 대해서 이번 보도를 계기로 이야기 해봤으면 좋겠어요.”

- 법 개정이 필요할까요?

“그게 꼭 법이 아니더라도 공정위 같은 데서는 자율 규제로 그걸 해결해 보겠다는 게 일단 이번 정부의 전반적인 입장이긴 한데 그것 한계가 있다는 게 드러난 거잖아요. 그래서 법제화까지 돼야 될지 저도 확실히 말씀드리기가 어렵지만 어쨌든 논의는 활발히 시작됐으면 좋겠어요.”

"좀 더 기다려주시면 다음 얘기를 준비 잘해서 내보겠다"는 정인선 기자.
"좀 더 기다려주시면 다음 얘기를 준비 잘해서 내보겠다"는 정인선 기자.

- 취재할 때 어려운 건 뭐였어요?

“소상공인들이 제보는 해도 직접 나서기를 되게 어려워하시더라고요. 왜냐면 쿠팡에서 괜히 퇴출될까 봐 두려운 마음들이 있으신 것 같아요. 쿠팡에서 퇴출되면 사실상 온라인 판매를 못 한다는 의미나 마찬가지거든요. 그게 독과점 플랫폼들이 무서운 이유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자기를 드러내서 말하려는 피해자가 많이 없었다는 게 어려웠던 것 같아요.” 

- 취재했는데 기사에 담지 못한 게 있을까요? 

“사실 원래는 이번 주와 지난 주에 후속 취재를 더 해서 기사를 낼 계획이었는데 갑자기 카카오 이슈가 생기면서 지금 손을 못 대고 있거든요. 좀 더 기다려주시면 다음 얘기를 준비 잘해서 내보겠습니다.” 

/이영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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