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광 기자, 온몸으로 묻는다]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

지난 9월 말 한미 군사훈련이 시작될 시점부터 북한은 이틀에 한 번 꼴로 미사일을 발사했다. 때문에 국민의힘 의원들을 중심으로 전술핵 재배치나 자체 핵 개발하자는 주장 혹은 한반도 비핵화 선언 파기 주장도 나왔다. 

지금 상황에서 이 같은 이야기가 가능한 걸까? 최근 국민의힘 의원들 중심으로 나오는 핵 관련 주장에 대해 전문가 의견을 들어 보고자 지난 20일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와 전화 연결했다. 다음은 정 대표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했다.

“힘의 과시 통해 상대방에게 강력한 군사적 경고 보내는 양태 지속...악순환”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

- 9월 말부터 북한이 미사일 발사를 했잖아요. 때문에 국민의힘 내에서는 전술핵 재배치나 핵 개발론이 나오는데 지금 상황 어떻게 보고 계세요?

“한미동맹과 북한이 무력 시위를 통한 힘의 대결 양상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발단은 미국의 항공모함이 부산항에 9월 23일 입항하면서 여기에 대해 북한이 사전에 경고한 것처럼 미사일 시험 발사로 응수했고 뒤이어서 계속 한미 연합훈련이 실시되자 북한도 미사일을 발사하는 과정이 한 달 가까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서로가 일종의 힘의 과시 통해서 상대방에게 강력한 군사적 경고 보내는 양태들이 지속되고 있고요. 이걸 통해 과연 서로가 군사력에 의한 평화 추구하는 것이 평화를 증진시키는 데 도움이 되는지 아니면 양측이 군사적 활동을 자제하면서 대화를 모색하는 것이 중요한지 같은 근본적인 질문 던지는 상황인 것 같습니다.”

- 그럼 북한이 미사일 쏘는 게 한미 군사훈련 때문이라고 보세요?

“상황을 복기해 보면 2019년 당시 미국 대통령이었던 트럼프가 한미 연합훈련 중단하겠다고 약속했었잖아요. 그런데 그 약속 깬 건 한미동맹이었죠. 그래서 냉정하게 보면 북한이 자꾸 미사일을 쏘니까 한미 연합훈련 한다기보다도 오히려 한미가 북한과의 약속에도 불구하고 연합훈련을 재개함으로써 북한의 미사일 발사 빌미를 제공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고 볼 수 있겠죠.”

- 근데 지금까지 이렇게 많이 미사일을 쏜 적은 없지 않나요?

“그렇죠. 올해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과거에 비해서 훨씬 많아지죠. 그것은 이미 김정은 위원장이 작년 1월에 있었던 8차 당 대회에서 다양하고도 여러 종류의 미사일을 개발하겠다고 공언한 거였죠. 그러니까 전반적으로 한미동맹은 말할 필요도 없고 한미일과 비교를 해볼 때 북한의 군사력이 굉장히 열세에 있잖아요. 그 상황에서 북한은 핵탄두를 실어 나를 수 있는 미사일의 능력을 다중화하고 그걸 시험 발사 통해서 과시함으로써 전쟁 억제력을 확보하겠다는 입장인 것이죠.” 

“호국 훈련, 한국군 독자적으로 했는데 미군 가세...북한 타격 훈련 전개” 

SBS 10월 24일 뉴스 화면(캡처)
SBS 10월 24일 뉴스 화면(캡처)

- 한미 군사훈련 끝났는데도 북한은 미사일 쏘는데? 

“한미 훈련뿐만이 아니라 지금 호국 훈련도 해요. 과거에 호국 훈련은 주로 한국군 독자적으로 했는데 이번에는 미군도 가세해서 북한의 핵과 미사일에 대한 타격 훈련을 전개하고 있거든요. 그리고 곧 있으면 비질런트 에이스라고 한미 연합공중훈련이 예고되어 있습니다. 그러니까 대규모의 연합훈련은 끝난 상황이지만 호국 훈련도 지금 실시가 되고 한미 군용기가 동원돼서 비질런트 에이스도 굉장히 큰 규모로 계획되는 것이거든요. 그래서 군사훈련이 끝났다라고 보기는 어려워요.”

- 국민의힘에서 전술핵 배치나 핵 개발론이 나오잖아요. 이건 어떻게 보세요?

“실현될 수도 없는 걸 자꾸 반복하는 건 정치인으로서 무책임한 태도라고 생각합니다. 얼마 전에 필립 골드버그 주한 미국 대사도 그런 얘기를 했잖아요. 전술핵 재배치나 한국의 독자적인 핵무기 개발 주장은 대단히 무책임하다고요. 왜냐하면 미국은 한국에 대해서 핵우산 포함한 확장 억제를 제공하고 있잖아요. 이런 상황에서 전술핵을 재배치해야 된다거나 한국이 독자적으로 핵무기 개발하겠다는 주장은 미국의 안보 공약을 믿을 수 없다는 걸 바탕에 깔고 있는 거죠. 미국은 이거에 대해 상당히 불쾌하게 생각하는 거죠.”

- 전술핵 재배치와 핵우산은 뭐가 다른가요?

“전술핵 재배치도 확장 억제의 일환입니다. 즉 전술핵 재배치한다는 건 핵무기 전진 배치해서 확장 억지를 제공한다는 의미이죠. 그렇지만 전술핵 재배치한다고 해서 그 사용 권한이 한국한테 있는 게 아니거든요. 전술핵이든 전략핵이든 최종 결정권자는 미국 대통령에 있기 때문에 미국이 얘기하는 게 핵무기가 한국 땅에 있든 없든 미국의 핵우산이 활짝 펼쳐져 있다는 것이죠. 그리고 흔히 얘기하는 것처럼 북한 도발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고 또 중국과 러시아가 또 강력하게 반발할 거 아닙니까. 그러니까 군사적인 실효는 없고 외교적인 또 안보적인 역효과만 내는 것이기 때문에 전술핵 재배치는 불필요하다고 미국은 인식하는 거죠.”

- 그럼 나토식 핵 공유도 어려운가요?

“우리가 나토식 핵 공유에 대해 오해하는데 그건 미국 핵무기를 나토 회원국이 공유하는 게 아니에요. 나토에 있는 독일이나 네덜란드 이탈리아 같은 나라들이 핵 투발 수단으로 자국의 전투기를 미국과 공유하는 것이죠..”

- 그러면 우리가 핵 개발하는 건 불가능한 건가요?

“핵무기를 개발하겠다고 결심하면 전혀 불가능하다고 말씀드릴 수는 없겠죠. 그렇지만 그것은 미국에서 바라볼 때 한국이 자기들의 핵우산을 못 믿으니 독자적으로 핵무기 개발한다고 생각하겠죠. 그렇게 되면 한미동맹의 기초라고 할 수 있는 신뢰 관계가 무너지게 되겠죠. 그래서 미국이 그걸 갖다가 환영할 리 만무하고요. 그리고 한국이 핵무기를 만들려면 NPT를 탈퇴해야 합니다. 또 IAEA 감시단을 한국에서 추방해야겠죠. 그렇게 되면 한국이 유엔 안보리에 회부될 가능성이 굉장히 높습니다. 그리고 여러 가지 형태의 경제 제재가 부과될 가능성도 상당히 높고요. 우리가 보통 무역으로 먹고산다고 하는데 핵을 개발하면 대한민국 경제의 엄청난 부담으로 작용하게 되겠죠.”

- 만약에 우리가 핵 개발하면 일본도 핵 개발할 수 있다고 하던데.

“일본의 입장에서는 중국도 핵을 갖고 있고 러시아도 핵을 갖고 있고 북한도 핵을 갖고 있고 이웃하고 있는 한국마저 핵무기를 만들겠다고 한다면 일본도 핵무기 개발을 심각하게 고려할 가능성이 높아지겠죠.” 

“북한의 핵 위협에 대한 우려는 충분히 가질 수 있지만 마치 종말 다가올 것처럼 과도한 피해망상 갖지 않는 게 중요”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

- 우리는 지금 상황에서 어떻게 하는 게 현명할까요?

“일종의 지피지기가 필요하죠. 북한에 대해 있는 그대로 바라볼 필요가 있고 또 한미동맹도 있는 그대로의 능력을 바라볼 필요가 있죠. 북한이 핵무기 갖고 있다고 해서 한반도의 군사력 균형이 근본적으로 달라졌다고 얘기하기는 어렵거든요. 왜냐하면 한국의 군사력도 세계 6위에 달할 정도로 상당히 높은 수준에 있고 2만 8,500명의 주한미군이 주둔하고 있고 또 미국에 안보 공약도 굉장히 확고한 상태예요. 북한의 핵 위협에 대한 우려는 충분히 가질 수 있지만 마치 대한민국의 종말이 곧 다가올 것처럼 과도한 피해망상 갖지 않는 게 일차적으로 중요하죠.”

- 정진석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1991년에 했던 한반도 비핵화 선언을 파기해야 한다던데.

“파기 선언을 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 파기 선언할 경우 미국이 그걸 환영할 리 만무하겠죠. 왜냐하면 미국의 대북 정책 목표는 여전히 한반도 비핵화에 있는데 한국이 비핵화 선언을 파기한다고요? 그건 한미 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겠죠. 그렇다고 미국이 전술핵을 재배치해주면 만무하겠죠. 한국이 독자적으로 핵무기를 개발할 수 있는 유리한 환경이 만들어지기도 만무합니다. 공연히 분란만 커지는 것이지 아무런 실익이 없는 거죠.”

- 북한이 핵 개발했으니 한반도 비핵화 선언은 의미 없다는 것 같은데.

“그런 주장은 얼마든지 할 수 있습니다. 저도 일정 부분 그렇게 생각하고요. 그렇지만 그렇게 인식하는 것과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 파기한다고 얘기하는 건 차이가 있다는 거죠.”

- 어떤 차이인가요?

“파기 선언한다는 건 더 이상 한반도 비핵화를 추구하지 않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잖아요. 그러니까 제가 드린 말씀은 비핵화 공동선언이 사문화되어 있다는 주장 얼마든지 할 수 있지만 그걸 선언하는 건 아무런 실익이 없죠. 오히려 북한의 핵무장을 거꾸로 인정해 주는 결과 낳을 가능성이 더 높아지고 또 한미 관계는 한미 관계대로 악화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거죠.”

“지금일수록 남북한 사이 작은 충돌 만들지 않는 게 굉장히 중요”

- 그럼 9.19 군사합의 파기 주장은 어떻게 보세요?

“그러니까 지금 한반도 정세가 굉장히 메말라 있잖아요. 우리가 산불을 보더라도 굉장히 날씨가 건조하면 작은 불씨 하나가 큰 산불로 이어질 수 있는 것처럼 지금일수록 남북한 사이의 작은 충돌을 만들지 않는 게 굉장히 중요합니다. 그러니까 북한이 최근 포 사격을 통해 한반도 9.19 군사합의를 위반하는 행동을 하고 있다고 해서 우리도 파기한다고 하면 우리에게 무슨 실익이 있냐는 거예요. 그러면 한반도 위기관리가 굉장히 어려워집니다. 그것은 과거처럼 접경지역에서 군사적 긴장이 높아지고 우발적인 충돌이 발생하면 확전으로 치달을 위험성도 과거보다 훨씬 더 높아진 것이거든요. 대한민국의 안보 정책의 핵심은 전쟁을 방지하는 데 있잖아요. 그러나 9.19 군사합의 파기 선언은 가장 중요한 목표인 전쟁 방지에 역행하는 결과 초래할 것이기 때문에 안보를 위태롭게 하는 조치가 되겠죠.”

- 지금 김정은 위원장은 대화할 생각이 아예 없는 것 같아요?

“아예 없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예를 들면 90% 이상은 없죠. 북한의 입장은 과거에 남북 정상회담 또 북미 정상회담을 해봤는데 다 부질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대화를 위한 대화는 하지 않겠다는 거거든요. 과거에는 대화를 통해서 자신들이 추구하는 목표를 이뤄내겠다는 생각이 강했다면 2020년 이후로는 다 부질없고 한국과 미국이 이른바 북한이 얘기하는 적대시 정책을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처리하는 걸 보여줄 때만 대화에 대해서 한번 생각해 보겠다고 지금 나오고 있는 거예요.

대표적으로 얘기하는 게 바로 한미 연합훈련인 거죠. 그래서 북한의 한국과 미국에 대한 불신 부분들을 조금이나마 해결하려면 결자해지 차원에서 ‘이번에 한미 연합훈련은 유예할 게 그러니까 당신들도 핵실험이나 탄도미사일 발사를 자제하고 대화를 통해서 상호 간에 만족할 방법 서로에게 이익을 증진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 얘기해 보자’라는 거 외에 제가 보기에는 한반도의 위기를 해결할 방법은 없다는 생각이 드는 거죠.”

“북한, 7차 핵실험으로 가려는 빌미 주지 않는 게 중요”

MBN 10월 221일 뉴스 화면(캡처)
MBN 10월 21일 뉴스 화면(캡처)

- 북한은 비핵화 의지가 있다고 보세요?

“100% 없어졌다고 얘기할 수는 없고 90% 이상 비핵화에 대한 생각이 없어졌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핵은 안보뿐만 아니라 경제 발전과 핵 무력 병진 노선을 사실상 다시 시작한 것이거든요. 예를 들면 재래식 군사력을 유지 강화하려면 엄청난 돈이 들어가잖아요. 근데 자기들은 핵을 통해서 안보 문제를 해결하고 재래식 군사력의 비중을 줄여서 경제 발전과 인민 생활 향상에 쓰겠다는 입장이에요. 또 외교적으로도 자기들이 핵을 가짐으로써 누구도 무시할 수 없는 지위를 갖게 됐다는 거죠. 때문에 제 생각에는 당분간 비핵화는 물 건너갔어요.”

- 그럼 비핵화가 물 건너간 상황에서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요?

“그 현실을 인정하는 데서 출발해야겠죠. 그러니까 북한을 핵 보유국으로 공식 인정할 수는 없습니다. 히지만, 북한의 핵 보유를 인식하고 있는 상황에서 핵이 터지면 안 되잖아요. 그래서 핵전쟁 방지를 위해 어떻게 신뢰를 구축하고 소통 구조를 만들어내고 관계를 개선해 나갈 것인가란 부분들에 대해 먼저 우리가 신경을 써야 될 상황이 온 것이죠.”

- 북한의 7차 핵실험 전망이 나오는데 대표님은 어떻게 보세요?

“북한으로서는 군사적인 필요가 있느냐는 판단이 중요한 것 같아요. 그러니까 북한이 예를 들면 극초음속 미사일이나 순항 미사일이나 최근에 연구 개발 또 시험하고 있는 신형 미사일에 핵탄두를 장착하려면 전술 핵무기용 핵실험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을 가능성은 존재하죠. 그렇지만 북한이 굉장히 중시하는 게 북중 관계란 말이에요. 중국이 북한의 핵실험을 아주 강력하게 만류하고 있어요. 이런 상황에서 핵실험을 강행하면 중국과의 관계가 또 흔들릴 수 있겠죠. 그래서 이런 부분들을 두루 고려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해요.

그래서 7차 핵실험을 할 것이다나 말 것이다로 예상하는 건 굉장히 어려운 일이고 꼭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할 수도 있고 안 할 수도 있겠죠. 안 하는 게 좋다고 한다면 계속 한미 혹은 한미일이 군사훈련을 통해서 북한을 자극하는 방향보단 연합훈련 유예를 선언하면서 북한이 7차 핵실험으로 가려는 빌미를 주지 않는 게 중요하고요. 또 중국의 당 대회가 끝난 다음에는 중국을 적극적으로 설득해서 남북 대화나 북미 대화 혹은 중국을 포함한 다자 대화에 시동을 거는 것이 북한의 추가 핵실험을 막을 수 있는 현명한 선택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영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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