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비평

‘둘로 쪼개진 대한민국’ 

‘진보·보수 도심 대규모 맞불 집회’ 

‘서울 도심서 충돌한 보수·진보 집회’  

마치 대한민국 수도 서울이 둘로 쪼개진 듯한 모습이 지난 22일부터 23일까지 일부 언론들을 통해 반복적으로 중계·전달됐다. 그동안 이어져 왔던 소규모 집회와 달리 이번 서울 한복판 거리 집회는 규모가 급격히 커졌다는 점에서 많은 이목을 끌었다. 

지역에서도 많은 시민들이 둘로 쪼개진 모습의 영상과 사진을 관심 있게 지켜보았다. 그런데 이를 전달하는 일부 방송과 통신, 인터넷 언론들의 기계적 중립과 이분법적 프레임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기계적 균형 편집’, ‘반복적 의제 설정’...파급 효과 ‘톡톡’

그도 그럴 것이 진보단체로 구성된 촛불승리전환행동이 22일 오후 서울 시청역 주변에서 ‘김건희 특검·윤석열 퇴진을 위한 전국집중 촛불대행진’을 진행할 때 불과 약 100m 떨어진 곳에서 ‘이재명 구속’ 등을 외치는 보수단체의 집회가 동시에 열렸다.

마치 언론의 '편 가르기' 의제 설정을 용이하게 해주려는 것처럼 동시에 나란히 두 집회가 열렸다. 그러자 이를 기다렸다는 듯이 일부 서울 언론들은 이러한 두 모습의 장면을 나란히 배치하며 묘하게 오버랩시키는 기법까지 사용한 균형적 편집과 반복적 보도로 의제 설정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의제 파급력까지 발휘하는 언론들이 많았다. 

그러나 이러한 이분법적 프레임의 의제 확산은 국민들의 눈과 귀를 진실에서 멀어지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위험하다. 따라서 주말과 휴일 내내 이어진 이러한 반복 장면들은 섬뜩한 느낌을 주기에 충분했다. 이를 바라본 시민들 사이에는 앞으로 5년 내내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감을 호소하기도 했다.

‘5년 후 대한민국이 어떤 나라가 되려고 저럴까’하는 암묵적 메시지를 전달하기도 했지만 도구적 프레임 보도는 많은 우려와 걱정을 자아냈다. 22일 상황을 자세히 보면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지 6개월이 채 되지 않아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대규모 규탄 시위가 서울 중심 거리에서 펼쳐진 사실에 언론은 더 무게를 뒀어야 맞다는 게 중론이다. 

더욱이 윤석열 대통령 퇴진을 요구한 시위는 지역에서도 그동안 자주 목격돼왔다는 점에서 이번 주말 서울의 대규모 집회는 지역의 주목도 역시 높았다. 실제로 이날 서울에서 열린 촛불행진 집회에는 전국 20여 곳에서 모인 시민들이 참석했다. 

취임 6개월도 안 된 대통령 퇴진 요구, 왜?...주목할 필요 

TV조선 10월 22일 뉴스 화면(캡처)
TV조선 10월 22일 뉴스 화면(캡처)

진보단체로 구성된 촛불승리전환행동이 주관한 행사는 이날 오후 4시부터 서울지하철 2호선 태평로 시청역 인근부터 숭례문교차로 방향까지 ‘김건희 특검·윤석열 퇴진을 위한 전국집중 촛불대행진’으로 진행됐다. 

경찰 추산으로 이날 오후 5시 기준 약 1만 5,000여명이 촛불집회에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경찰이 애초에 예상한 참석자 7,000여명보다 2배가량 많은 인원이 모였다. 더욱이 주최 측은 이날 오후 6시 기준 30만명에서 40만명 사이로 참석 인원을 추산해 예상보다 훨씬 많은 인원이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촛불승리전환행동은 11월 19일에도 대규모 집회를 예고했다. 

여론조사기관의 조사에서 대통령 국정 지지도가 최근 연속 20%대에 머물 정도로 윤석열 정부에 대한 국민의 불만과 불신이 커진 상황에서, 검찰발 사정정국이 본격화하자 반발 강도가 거세진 것이란 분석들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임기 초반부터 퇴진 요구가 격렬하다는 점에서 예사롭지 않다. 

그런데 보수단체도 이날 집회로 결집하면서 시선을 끌어모았다. 정치의 중심축이 광장으로 옮겨붙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와 불안감을 키운 보수단체의 집회는 이날 오후 광화문 동화면세점에서 시청역까지 이어졌다. ‘자유통일 주사파 척결 국민대회’로 집회를 진행한 보수단체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측근인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불법 대선자금 수수’ 의혹으로 구속된 점 등을 언급하며 “이재명을 당장 구속하라”는 등의 구호를 집회 내내 외쳤다.

국내 주류 언론들의 물타기 의제 설정, 외신들은 어떻게 바라볼까?

이에 일부 언론들은 ‘대한민국 서울이 두 쪽으로 갈라졌다’며 ‘맞불’, ‘쪼개기’, ‘이분법’ 프레임을 꺼내 들어 보수와 진보의 대결 구도로 몰아갔다. 이른바 ‘물타기 의제 설정’들이 눈에 띄었다. 

그러나 취임한 지 6개월도 안 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며 많은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섰다는 점에서 언론들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지율과 국정운영이 한창 탄력받아야 할 시기에 “무능·무지 정권은 퇴진하라”는 요구를 받으며 과연 남은 4년 6개월의 국정을 어떻게 이끌어 갈 것인지, 냉철한 반성과 대안을 주문하는 게 바람직한 언론의 태도 아닐까? 

둘로 쪼개진 듯한 모습의 사진과 영상을 똑같은 크기로 균등 편집해 ‘대한민국이 둘로 갈라졌다’고 외쳐대는 국내 주류·보수 참칭 언론들의 물타기 의제 설정을 외신들은 어떻게 바라볼까? 겉으로는 균형성을 강조하면서 슬며시 꺼내든 이분법적 프레임 사용을 중단하고 성찰부터 하는 게 우선일 것 같다. 

/박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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