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구의 '생각 줍기'

한국은행에서 기준금리를 또 인상했습니다. 현재의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과거에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결정하는 정책금리였으나 지금은 말 그대로 ‘기준금리’라고 표현을 합니다. 그리고 실제로는 자금 시장에서 거래되는 다양한 금리는 기본적으로 자금 수요자와 공급자에 의해 결정됩니다. 

그러나 한국은행이 제시하는 기준금리가 중요한 이유는 한국은행은 채권의 매매나 금융기관의 지급준비율 또는 재할인율 등 통화정책을 통해 통화량이나 물가, 나아가 시중의 금리에 영향을 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기 때문에 정책금리에서 기준금리로 말만 바뀐 것이지 정치권에서 말하는 정부의 가이드 라인과 같은 의미로 인식하고 있으며 실제로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이 실효를 거두려면 정책금리 역할을 해야하는 측면도 분명히 있습니다. 

그런데 요즘에 보면 미국의 중앙은행에서 금리를 올리면 한국은행에서도 따라서 기준금리를 거의 자동적으로 올립니다. 그럴 거 같으면 한국은행 총재처럼 하기 편한 자리가 어디 있을까 싶습니다. 문제는 한국은행에서 기준금리를 올리면 시중 자금시장에서도 이를 반영하기 때문에 자동적으로 금리는 올라가게 됩니다. 

그래야 정부의 금리정책이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최근 한국은행에서 가계대출의 금리 민감도 분석을 한 결과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기준금리 인상이 가계부채 증가 억제와 금융 불균형 완화에 효과가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고 합니다.

그런데 현 상황을 보면 민간부채가 급증한 가운데 최근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기업들에게 부담이 가중되고 있음은 물론, 영세 자영업자와 과다하게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개인 채무자 등에게 부실우려가 커질 것이 확실시되고 있으며, 실제로 정부의 금융 지원에 의존하는 자영업자들의 대출 부실 위험은 이미 현실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민생을 끔찍이도 생각하는 체 하는 정치인들, 특히 야당 국회의원들은 한국은행에 대하여 금리인상을 중단하라는 말 한마디 못하고 있습니다. 또한 전문가하라고 하는 경제학자들은 물론 언론에서도 금리인상을 멈춰야 한다는 의견 하나 못 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야당 국회의원들 중에서도 미국에서 공부하고 온 분들이 많고, 미국에 유학을 가서 배운 게 '미국을 따라하는 것'밖에 배우지 못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듭니다. 특히 정치권에서는 금리인상이 그렇게도 국민과 기업들에게 부담이 될 거 같으면 한국은행에 기준금리 인상을 멈추라는 의견 정도는 낼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왜, 그렇게 하면 '중앙은행 통화정책의 독립성을 훼손한다'고 말하려고요? 그럼 감독원이나 정부에서 은행에 무언의 압력을 넣어 대출금리를 못 몰리게 하는 관치금융은 괜찮고요? 말 같은 소리를 하세요. 아니면 제가 무식한 말씀을 드린 건가요?

과거 산업화 시절 정부에서는 금융기관에 자금배분 뿐만 아니라 인사권까지 관여해가며 온갖 관치금융을 다 한 결과 물론 삼성전자 같은 대기업을 키운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결국 IMF 외환위기 때 시중은행들을 다 망가트려 놓은 겁니다. 

그렇게 되니 결국 망해가는 금융기관을 살리기 위해 국민의 혈세인 공적자금을 IMF 당시 169조원이나 투입하게 된 겁니다. 이런 악순환은 이제는 그쳐야 하지 않겠습니까? 정부나 정치권에서 한국은행의 통화정책에 간섭해서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훼손하다고 대한민국이 망하지 않는 한 한국은행이 망하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한국은행 총재는 정부에서 임명하는 공적인 자리이고, 은행장은 주주총회에서 승인 절차를 밟아 선임하는 민간의 자리입니다. 언제까지 민간에 관치를 하실 생각인가요? 물론 국내 은행들이 수익에서 차지하는 이자수익 비중이 해외의 선진 은행보다 많은 것에 대해서는 국내 은행들도 반성할 부분이 있을 겁니다.

이런 원인 중에는 정부의 금융기관의 투자에 대한 규제가 많아 국내 금융기관들이 다른 부분에서 수익을 올리지 못하는 측면도 있을 겁니다. 오늘도 한국은행에서 기준금리를 올렸으니 시중은행들이 금리를 올리면 정부나 정치권에서는 금융감독원을 통해 은행에 대출금리를 올리지 말라며 압력을 넣을지도 모릅니다.

금융감독원에는 금융기관 감독권한이 있으니 은행들이 말을 듣지 않으면 은행에 검사를 내보내 조금이라도 규정에 위배되는 사항이 발견되면 임원들 징계를 하겠지요. 그리고 한국은행은 기준금리 인상의 이유를 미국과 한국의 금리 차이로 외국자본이 한국에서 빠져나가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중앙은행에서 금리를 올렸고, 또한 외국인들이 외국자본을 예금이나 채권으로 가지고 있는 시중은행에서도 금리를 올려서 외국자본이 빠져나가지 않도록 해야 실제 기준금리 인상의 효과가 발생하지 않겠습니까? 지금 정부나 정치권에서는 하는 행위는 시중은행은 예금금리만 올리고 대출금리는 올리지 말라는 소리나 같습니다. 이건 이치에 맞는 말이 아닙니다. 

정부나 정치권에서 은행들의 예대금리차가 최근 금리인상으로 늘어나고 있는 것처럼 말씀하시는데 정치권의 말과는 달리 금융감독원에서 분석한 자료를 보면 한국은행의 기준금리가 오르면서부터 시중은행의 예대금리차이는 계속 줄어들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기축통화국인 미국 금리가 한국보다 높아지면, 외국인 투자자금이 대거 빠져나가고 원화가치가 더 떨어질 위험이 있다는 우려에 대하여는 한국은 이미 금리보다도 환율이 너무 올라 원화 가치가 가파르게 떨어지는 게 더 문제입니다. 

그리고 과거의 3차례(1999년, 2005년, 2018년)의 사례에서 보면 한국과 미국의 금리차가 역전되었어도 실제 해당 기간 중 총액으로 보면 외국인들의 투자자금이 빠져나간 금액보다 유인된 금액이 더 많아 순액을 기준으로 총 877억 달러가 유입됐다고 합니다. 

앞으로는 미국에 대한 경제 의존도를 낮출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국내 기업들이나 개인들의 자산이 건전해야 나라가 견딜 수 있는 것인데 너무 외세의 눈치나 보는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외국의 전문가들 중에는 미국이 계속 금리 인상을 이어갈 경우 개발도상국들에게 심각한 피해를 줄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개발도상국들이 심각한 피해를 입게 되면 그것이 결국 글로벌 경기침체로 이어질 수 있어 궁극적으로 세계 경제를 심각한 침체에 빠트릴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그래서 우리도 기준금리 인상을 멈춰야 한다는 겁니다. 그나저나 이런 소리는 은행권 임원진들이나 금융노조에서 해야 하는데 저 같은 자가 하는지 모르겠네요. 

은행장들이야 감독원 눈치를 보느라 꿀 먹은 사람들이 됐다고 치더라도, 금융노조는 눈치 볼 것도 없는 데, 이런 바른 말은 한마디도 못하고 봉급이나 올려달고 떼를 쓰는지 모르겠습니다. 과거에는 금융기관에서 일 잘하고 똑똑한 사람들이 이럴 때 나섰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은가 봅니다. 

글·사진=이화구(CPA 국제공인회계사·임실문협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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