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
전북도: 전주세계소리축제
전주시: 국제발효식품엑스포, 비빔밥축제, 독서대전, 전주조선팝페스티벌
군산시: 시간여행축제, 짬뽕페스티벌
익산시: 서동축제, 천만송이국화축제
정읍시: 구절초꽃축제
남원시: 남원문화재야행축제, 막걸리축제, 흥부제
김제시: 지평선축제
완주군: 오성한옥마을오픈가든축제, 와일드&로컬푸드축제
무주군: 반딧불축제
진안군: 홍삼축제, 고원트로트페스티벌
장수군: 한우랑사과랑축제
임실군: 사선문화제, 임실N치즈축제
순창군: 장류축제, 슬로슬로발효마을축제
고창군: 모양성제, 핑크뮬리축제, 고인돌세계유산미디어아트쇼
부안군: 곰소젓갈발효축제, 부안노을아트페스티벌

지역 곳곳 가을 축제...지자체마다 홍보 ‘단골 메뉴’ 다시 등장
'청명한 가을, 황금 연휴를 맞아 코로나 19로 중단됐던 대규모 지역 축제들이 곳곳에서 열리고 있다'는 언론보도가 연일 주요 의제로 오르고 있다. 9월부터 10월 사이에 전북지역 각 시·군에서 펼쳐지는 굵직한 축제들은 30여 개에 달한다. 이들 축제는 대부분 해당 자치단체들이 예산을 직접 집행하거나 우회적으로 보조금 등의 형태로 지원하여 주최하는 행사들이다.
지자체들이 막대한 혈세를 들여 해마다 추진하는 대표적인 가을 축제로는 전북도의 세계소리축제를 비롯해 전주시의 비빔밥축제, 군산시의 시간여행축제, 익산시의 서동축제와 천만송이국화축제, 정읍시의 구절초꽃축제, 남원시의 흥부제와 남원문화재야행축제, 김제시의 지평선축제, 완주군의 와일드&로컬푸드축제, 무주군의 반딧불축제, 진안군의 홍삼축제, 장수군의 한우랑사과랑축제, 임실군의 임실N치즈축제, 순창군의 장류축제, 고창군의 모양성제, 부안군의 곰소젓갈발효축제 등이 주를 이룬다. 이 외에도 지역마다 다양한 행사들이 줄줄이 이어지고 있다.
“3년 만에 대면 행사로 다시 돌아온 축제”...지차제들 언론 홍보전 ‘과열’
특히 올해는 그동안 코로나19 여파로 취소 또는 축소됐던 전북지역 가을 축제가 대면 행사로 되살아나면서 더욱 풍성하게 펼쳐지고 있다. 각 지자체마다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역 언론들도 연일 지자체들의 축제 소식을 비중 있게 다루고 있다. 홍보 특집 기획기사들도 눈에 띈다.
더욱이 올해는 대선과 지방선거를 치르고 난 이후 처음으로 맞는 가을 대면 축제라는 점에서 규모들도 다양하고 크다. 곳곳에서 개최되는 지역의 각 축제들은 3년 만에 대면 축제로 전환하다보니 그동안 아껴두었거나 새로 계획했던 행사들이 많다. 김제지평선축제의 경우 한 행사에 무려 50여 개의 프로그램이 선보일 정도다.
대부분 축제에 가수· 유명 연예인들 대거 초청...예산 낭비 지적
축제기간에 인기가수들과 유명 연예인들이 대거 참석하는 노래자랑과 각종 가요제, 경연대회 등이 주민들의 이목을 끌어모으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실시하지 못했던 행렬, 야외 오픈 파티, 요리대회, 체험 행사 등의 프로그램들이 다양하게 선보이고 있다.
축제 행사장마다 코로나19가 완전히 종식된 듯한 느낌을 주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코로나19는 아직 계속 유행 중이다. 도내 각 지자체들의 공통적인 올 가을 축제 홍보의 특징은 "3년 만에 돌아왔다", “대면 축제로 다채로운 행사와 볼거리 제공”이 시선을 끈다.
시·군별 대표적 사례로 완주군은 “3년 만에 돌아온 완주군 대표 축제 '와일드&로컬푸드' 축제가 30일 개막됐다”며 “올해 제10회째를 맞은 축제는 명칭을 종전의 '와일드푸드'에서 '와일드앤로컬푸드'로 바꾸고, 다채로운 음식 맛보기 체험을 강화해 국내 로컬푸드 1번지의 위상을 강화하는 축제로 추진한다”고 홍보했다. 축제 기간인 지난 1일에는 “KBS 전국노래자랑 녹화도 진행된다”고 자랑했다.
정읍시의 경우 “코로나19로 중단됐다가 3년 만에 대면 행사로 열리는 구절초꽃추제 개막식에는 지방 정원 개장을 알리는 선포식 진행과 함께 인기가수 김용림, 최성수, 박강성, 해바라기 등이 출연하는 축하공연이 펼쳐진다”고 홍보했다. 이학수 시장은 “구절초꽃 축제가 명실상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가을 축제로 자리 잡은 만큼 정읍의 맛과 편안한 교통, 넉넉한 인심을 느끼고 갈 수 있도록 준비했다”고 자랑했다.
9월 30일부터 10월 2일까지 ‘남원문화재야행축제'를 광한루원과 요천월궁광장 일원에서 개최한 남원시는 “밤에 즐길 수 있는 여덟 가지의 주제(8夜)로, 경관조명이 펼쳐진 광한루원의 밤풍경을 관람하는 야경(夜景), 옥황상제 길놀이 퍼레이드를 즐길 수 있는 야로(夜路)를 비롯해 야사(夜史)·야화(夜畵)·야설(夜說)·야시(夜市)·야식(夜食)·야숙(夜宿)으로 구성돼 있다”고 대대적인 홍보전을 펼쳤다.
고창군도 “세계 최대 고인돌 문화재와 디지털 콘텐츠가 결합한 ‘2022 고창 고인돌 세계유산 미디어아트쇼’가 1일 오후 고창 고인돌 유적 특설무대를 배경으로 화려한 막을 올렸다”며 “미디어아트는 3,000년 전 선사인들의 염원이 깃든 고인돌과 구릉지에 영상을 투사하는 현대 기술을 이용한 미디어아트 공연 기법으로 빛과 자연이 어우러진 독특한 풍경이 그려져 개막식에 참석한 관객들의 눈길을 끌었다”고 홍보했다.
전주시는 비빔밥축제에 이어 ‘깊어가는 가을밤, 전주에서 조선팝과 만난다’는 이색적인 홍보전에 가세해 눈길을 끌었다. 전주시는 2일 “한옥마을 경기전 광장에서 ‘2022 전주 조선팝 페스티벌(가을주간)’을 개최한다”면서 “완연한 가을밤 조선팝 선율이 흐르는 경기전 광장에서 각양각색 조선팝의 매력에 흠뻑 빠지시길 바란다”고 홍보했다.
쌀값 폭락에 시름 잠긴 농민들 안중에도 없는 무분별한 축제...‘빈축’

이처럼 전북도를 비롯한 14개 시·군이 매년 개최하는 축제들은 가을철 외에도 연중 상시 펼쳐지고 있다. 모두 합하면 전북지역 대표적 지역축제는 60개가 넘는다. 이들 행사에 드는 비용은 모두 주민 혈세로 집행된다는 점에서 예산 낭비란 따가운 지적을 오랫동안 받아왔다. 특히 올해는 지방선거 이후 처음 치러지는 가을 행사인 데다 코로나19로 인해 그동안 비대면 행사가 대변 행사로 바뀌면서 예산이 더욱 많이 집행되고 있다.
무분별한 축제를 줄이고 민생경제부터 살려야 한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쏟아져 나오는 이유다. 가뜩이나 농촌마다 쌀값 폭락으로 시름에 잠겨 있다. 그런데 농민들은 안중에도 없이 축제를 남발해 따가운 빈축을 사고 있다. 더욱이 축제들은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의 예산을 들여 인기가수 또는 연예인들을 초청해 예산 낭비와 함께 축제의 본질을 흐리고 있다는 따가운 비판을 받고 있다.
지역축제는 지역의 특색을 담아내고 지역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이뤄져야 하지만 너도나도 인가가수나 연예인을 초청한 행사는 축제의 고유성, 정체성을 상실할 수 있다는 지적이 곳곳에서 나온다. 자치단체장의 선심성 축제, 전시성 이벤트로 진행되는 예산 낭비의 소모적인 지역축제란 비난의 목소리가 높다.
지역축제가 비슷한 시기에 집중적으로 진행되고 있지만, 오히려 자치단체의 재정을 악화시키는 결과만 초래하고 있어 엄정한 평가를 통해 축제의 통합과 함께 콘텐츠 개발이 필요하다는 지적에 귀 기울일 때다.
도민들 “재정 축소해야 할 경우 '대규모 축제행사 경비' 최우선” 꼽아
코로나19 확산 이전인 지난 2019년 전북도의회에서 이미 이러한 문제가 제기돼 조명을 받았다. 당시 도의회 김희수 의원은 그해 11월 8일 도의회 임시회 5분 발언을 통해 "도내에서 진행되는 주요 축제를 분석한 결과 전북에서 펼쳐지는 주요 축제 60개 가운데 41개는 축제 기간이 같거나 거의 동시에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특히 “9월과 10월에만 무주를 제외한 도내 13개 지역에서 무려 21개의 축제가 치러졌으며, 월별로 따져봐도 축제가 가장 많은 달은 10월로 13개의 축제가 11개 지역에서 개최됐고, 5월에 11개 축제가 9개 지역에서 개최되고 있다”고 김 의원은 밝혔다.
또 김 의원은 "2019년 기준 도내 60개의 주요 축제에 투입된 예산만 전체 273억을 넘고 이 가운데 시·군비는 무려 199억원, 도비 또한 32억원이 넘고 있지만 전북도민의 40% 가까이는 재정을 축소해야 할 경우 가장 먼저 축소해야 하는 분야로 '대규모 축제행사 경비'를 꼽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외에도 김 의원은 "많은 축제들이 전통성과 예술성을 찾기 어렵고 막대한 예산을 편성해 열악한 지방재정을 악화시키고 있다는 평가가 여전히 있다"고 지적한 뒤 "일부 지역에서는 축제 예산을 늘려 인기가수 등 연예인들을 초청해 이벤트성 축제를 개최하는가 하면 관객들을 유혹하기 위해 금품과 상품이 제공되는 사행성 프로그램들로 꾸며지고 있다"고 문제점을 꼬집었다.
“14개 시·군 대표 축제 1,284억원 투입 수익은 겨우 355억원 불과”
문화관광부의 자료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산 이전인 2019년 기준, 전북지역 14개 시·군의 대표 축제에 5년간 행사 예산으로 1,284억원이 투입됐지만, 수익은 겨우 355억원에 불과했다. 그 후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비대면 행사로 전환하거나 축소돼 예산이 줄었으나 최근 다시 대면 행사로 전환되면서 행사 수는 물론 예산도 크게 늘고 있는 추세다.
이와 관련 송화섭 후백제학회장은 9월 19일 지역의 한 일간지(새전북신문)에 기고한 ‘축제가 죽어야 문화가 산다’란 제목의 글에서 “코로나19 방역이 주춤해지고 야외에서 마스크 착용이 해제되자 지역축제들이 다시 기지개를 펴고 있다”며 “그러나 지역축제는 민간의 몫이지 관청의 몫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축제가 죽어야 문화가 산다'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주장했다.
“지역축제는 주민들의 자율적, 자생적 주민자치 방식이 맞다. 그러나 한국의 지역축제는 관청주도형의 타율성에서 탈피하지 못하고 있다. 지역축제는 지방관청이 장악하고 주도함으로써 명분도 실효성도 없는 공허한 부실축제로 전락한지 이미 오래되었다. 그 빈 공간에 가수, 연예인를 동원하는 일은 예산 낭비요, 부끄러운 국가적 망신이다. 그래서 축제망국론(祝祭亡國論)이 나온다.”
6·1 지방선거가 있기 전인 지난 4월에도 그는 “문화생태계는 죽어가는데 영혼 없는 거짓 축제들이 춤을 춘다”며 “거짓 축제, 가짜 축제(fake-festa)들이 뿌연 황사처럼 문화공해가 된지 오래되었다”고 개탄했다. 지역에서 수시로 열리는 유사한 축제들의 문제점에 대한 지방의원들의 예산 낭비 지적 사례도 많다.
“정체성 모호한 지역축제들 예산·행정력 낭비, 총체적 문제”
완주군의 대표 축제인 '와일드푸드축제'에 대한 개선의 목소리가 코로나19 확산 이전부터 나왔다. 2019년 11월 14일 완주군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 당시 이경애 의원은 "와일드푸드축제를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할 것인지에 대해 고민이 필요하다"며 "현재 축제의 정체성이 모호하다"고 문제 삼았다.
또 당시 최찬영 의원은 "막대한 조성사업비가 투입된 술테마박물관 2단계 사업으로 관광휴양지 조성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예산 낭비의 우려가 있다"면서 "완주군이 전면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이어 정종윤 의원도 "와일드푸드축제가 한계에 도달했다"면서 "지역성이 담긴 새로운 축제를 개발하는 과감한 선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무주군 대표 축제인 반딧불축제도 문제점이 군의회에서 제기됐다. 무주군의회 문은영 의원은 지난 2020년 6월 8일 제277회 제1차 정례회에서 5분 발언을 통해 “무주반딧불축제의 실질적 운영 상황을 살펴보면 축제의 주민참여 욕구가 약화되고 매년 동일한 축제 구성으로 차별화된 프로그램이 부족하며 축제 운영을 위해 예산과 행정력이 낭비되는 등 총체적인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군산시의회에서도 오래 전 축제 문제가 제기됐다. 2019년 11월 12일 군산시의회 1차 본회의에서 서동완 의원은 시정질문을 통해 "군산시의 ‘군산 세계철새 축제’, ‘군산 쌀 문화 축제’, ‘군산 자동차 엑스포’ 등의 축제를 살펴보면 깊은 고민과 개선의 소리를 외면해 결국 수많은 예산 낭비와 시설물만 남아 유지 관리하는데 어려움만 남겨진 상태"라고 지적했다.
“선심성, 자치단체장 사전 선거용" 비판
이 같은 지역축제의 예산 낭비 지적과 통폐합 주장이 최근 대면 축제 확산과 함께 다시 고개를 내미는 형국이다. 자치단체의 축제 비용은 증가세인 반면 수입은 투자 대비 예산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적자를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자치단체들은 해마다 축제 예산을 전년보다 최대 50%까지 늘려가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지역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는 "축제는 주민의 화합과 결속을 다지고 지역문화에 대한 정체성과 문화유산을 널리 알리는 긍정적 취지 외에도 단체장들이 얼굴을 내밀려 선심을 사려는 의도가 다분히 묻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시민단체 관계자는 ”많은 축제들이 부실한 운영으로 외지 관광객은 물론 지역주민들로부터 외면받아 낭비되는 예산이 많고, 자치단체장의 사전 선거용이란 지적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고 비판했다. 지역 축제들에 대한 전반적인 실태 점검과 보완 대책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박주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