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광 기자, 온몸으로 묻는다] 이성영 희년함께 토지정의 센터장
이번 주까지 17주째 아파트값이 하락하고 있다. 아마도 인플레이션으로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금리를 올리자 한국은행도 금리를 올렸고 이에 우리나라 아파트도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현장에선 아파트값 하락을 체감하기 어렵다고 한다. 어떻게 된 것일까?
현재 아파트값은 어떤 상황이고 앞으로 전망을 어떻게 하는지 조언 들어보고자 지난 22일 이성영 희년함께 토지정의 센터장과 전화로 인터뷰를 실시다. 다음은 이 센터장과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했다.
“변동금리로 대출받은 사람들, 원리금 상환 부담 커지니까 가격 낮춰 팔 가능성 높아”
- 최근 경제 뉴스 보면 16주째 아파트값이 하락한다고 하는데 현장에선 체감하기 어렵다고 하거든요. 현재 부동산 상황 어떻게 보고 계세요?
“서울 부동산 정보광장을 보면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지난 7월 644건, 8월 627건으로 거래가 거의 안 일어나고 있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현장에서 체감하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
- 거래가 왜 안 일어나죠?
“집을 사려고 하는 매수자는 앞으로 집값이 내려갈 거라고 생각하니 지금 가격엔 사지 않겠단 거고, 매도자는 지금 가격보다 아래로 팔려고 하지 않으니까 거래가 일어나지 않습니다. 간혹 급매가 나오는 건 돈이 급하거나, 보유세 중과 및 양도세 중과를 피하기 위한 물건입니다.
앞으로 금리가 계속 높아질 텐데요. 금리가 상승하는 국면에서는 대출받아서 집 산 사람들, 특히 변동금리로 대출받은 사람들은 원리금 상환 부담이 커지니까 매도자들이 먼저 가격을 낮춰서 팔 가능성이 높죠.”
- 지금은 본격적인 하락 흐름은 아닌가요?
“아직 본격적인 하락이라고 보기에는 거래가 너무 안 일어나고 있어요. 노원, 도봉, 강북 등 서울 외곽, 경기, 인천 등 2020년 이후 급등했던 지역들 중심으로 가격이 많이 내리는 흐름을 보이고 있어요. 거기는 다주택자가 보유하는 주택이거나, 젊은 사람들이 영끌해서 집을 많이 산 지역입니다. 다주택자는 종부세, 양도세 중과를 피하기 위해 외곽에 있는 주택을 팔기도 하고, 영끌하신 분들은 이자 부담이 커지고, 앞으로 더 가격이 내릴 거라는 생각에 먼저 내놓았을 수도 있습니다. 어쨌든 2020년 이후 가파르게 올랐던 지역들 중심으로 떨어지고 있는 상황인 것으로 보입니다.”
- 그럼 서울 강남은 어떤가요?
“코로나 펜데믹 기점으로 2020년 이전에 오른 지역들과 이후에 오른 지역들을 조금 구분해서 봐야 됩니다. 강남 같은 경우는 2020년 전에 많이 올랐거든요. 2019년 12·16대책에서 15억 초과 아파트 담보대출 금지 조치를 했어요. 강남 아파트는 대부분 15억이 넘으니까 강남에 아파트 가진 사람들은 오래 가지고 있으면서 부채가 얼마 되지 않거나 대출 없이 자기 돈으로 산 사람들이 많을 거예요. 그래서 부채가 많이 없으면 금리가 올라도 크게 부담이 되지 않아요. 그러다 보니 금리가 올라도 상대적으로 부채 비중이 덜 한 아파트는 가격이 덜 내리겠죠.”
- 정부가 어제(21일) 집값 하락을 막기 위해 규제지역 해제한 건 어떻게 보세요?
“규제 지역 해제가 거의 지방 중심이에요. 지금 같은 국면에서는 규제 지역을 해제한다고 해서 거기에 투기 수요가 몰리거나 집을 더 사거나 이렇게 하지는 않을 거예요. 2020년부터 가파르게 올랐던 지방은 오히려 가파르게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보니 정부도 지방 중심으로 규제 지역을 해제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 부동산이 오르면 오른다고 문제라고 하고 하락하면 하락한다고 문제라고 하는 데 왜 그런가요?
“부동산이 자산화돼 있는 상황에서는 자산 가격이 오르고 내리는 건 필연적입니다. 경기 사이클에 따라서 자산 시장도 같이 움직일 수밖에 없는데 문제는 급등과 급락입니다.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면 서민들의 주거 불안이 커지고, 자산 격차로 사회적 위화감과 박탈감이 커지기도 하고, 근로의욕 저하, 사행심 조장 분위기도 생기고 불로소득 추구를 위한 대출 규모가 커지는 등의 문제가 발생합니다.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발 금융위기에서 본 것처럼 자산 가격 급등은 반드시 거품을 동반하다 보니 거품이 빠질 때 경제 전반에 큰 어려움을 가져와요. 2008년 금융위기 때처럼 부동산가격에 거품이 급격하게 빠지면 자산보다 부채가 커지는 깡통주택이 속출하게 되고요. 부채보다 자산가치가 낮아지면 가계 파산으로 인한 소비 위축, 경기 불황으로 이어지고요. 은행도 금융경색이 일어날 수도 있고요.”
- 급등이나 급락이 문제고 완만하게 오르거나 내리면 문제가 아니라는 건가요?
“자산 가격이 오르고 내리는 건 어쩔 수 없는데 너무 급격하게 이루어지면 경제위기가 발생하거나 경기 과열로 인한 문제들이 발생하는 거죠.”
“이자율 높으면 부동산 가격 낮아지고, 이자율 낮으면 반대...지금같이 이자율 높아지면 부동산 가격은 당연히 내려가게 돼“

- 아파트값 하락의 가장 큰 원인은 금리 인상이겠죠?
“그렇죠. 2020년부터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경기침체를 막기 위해 0%대 초저금리 상황을 2년가량 유지하다 보니 시중에 돈이 엄청나게 풀렸거든요. 저금리로 인해 시중에 돈이 넘치면 대부분 자산 가격은 오르기 마련입니다. 부동산 가치를 평가하는 방식 중에 수익환원법이라고 있어요. 매년 발생하는 임대수익을 현재가치화해서 부동산 가격을 산정하는데 여기서 이자율이 높으면 부동산 가격이 낮아지고, 이자율이 낮으면 부동산 가격은 높아집니다. 지금같이 이자율이 높아지면 부동산 가격은 당연히 내려가게 됩니다.”
- 그러면 부동산 오를 때 금리 올리면 되지 않아요?
“집값이 급등할 때 금리를 올리면 돈줄을 조이는 거라 부동산가격 상승을 억제할 수 있지요. 문제는 금리가 부동산 시장에만 영향을 주는 게 아니라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는 겁니다. 지금도 금리를 올리면 부동산 가진 분들만 어려운 게 아니라 부채가 많은 자영업자나 사업하시는 분들이 다 어려울 거예요. 시중에 돈이 줄어드는 거니 경기가 위축될 수밖에 없기도 하고요. 경기는 안 좋은데 부동산 가격이 높다고 금리를 올리면 부동산 시장은 잡을 수도 있겠지만 경제 전반이 침체에 빠지는 부작용이 있다 보니 금리 조정을 부동산 시장만 보고 하기가 어려운 거죠..”
- 지금 금리 어디까지 오를까요?
“지난 미국 FOMC 회의에서 0.75% 기준금리 인상을 했는데요. 0.75% 금리 인상하면서 4.75%까지 올릴 거라고 얘기했어요.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한국은행도 올릴 수밖에 없거든요. 미국이 4.75%까지 올릴 거라고 하면 한국도 거의 그 수준까지 따라 올려야 되는 거죠.”
- 구체적으로 얘기해보죠. 예를 들어 영끌해서 아파트를 샀어요. 근데 금리가 오르고 아파트값은 하락하죠, 그럼 팔아야 할까요?
“10년 전 상황이 지금 똑같이 반복되고 있어요. 10년 전에도 하우스 푸어 문제가 가장 큰 부동산 이슈였거든요. 2007년까지 아파트 가격이 계속 오르다 보니 고점에서 최대한 대출 받아서 사신 분들이 이후 집값이 자꾸 내려가다 보니 아파트 가격은 내려가고 원리금 부담은 커지면서 집 가진 가난한 사람이라고 하우스 푸어 문제가 최대 화두였습니다. 원칙은 늘 동일합니다. 소득 대비 부채 상환이 감당할 수 있을 것 같으면 가지고 있는 거고요. 소득 대비 부채 상환이 너무 부담스럽다면 파는 게 좋지요.
특히 변동금리로 대출받은 분들이 금리는 올라가지만 집값은 더 내려가면 스트레스가 꽤 클 거예요. 경제가 성장하고 소득도 높아지면 집값이 지금까지 가장 높았던 가격보다 더 올라갈 수도 있겠지요. 문제는 그때가 언제일지는 아무도 모르거든요. 그때를 기대하고 지금 부채 상환하느라 생활이 버겁다면 그렇게 사는 삶이 행복하겠냐는 거죠. 그래도 감당할 만하다면 하는 거고, 지금 너무 부담된다면 늦기 전에 정리하는 게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 또 아파트가 필요한 사람은 지금 사야 할지 아니면 기다려야 하나요?
“자기 소득 대비 집을 살 만한 여력이 되면 사면 됩니다. 이 원칙은 집값이 상승하거나 하락하거나 똑같다고 봅니다. 소득 대비 현재 집값이 너무 부담된다면 그 집은 자기한테 안 맞는 집인 거든요. 현재 집값과 금리 등을 감안해서 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 부담이 가능하다면 사고 아니면 돈을 더 모아서 집을 사는 게 좋겠습니다.”
- 기다리면 가격이 더 내려갈 테니 기다리는 게 낫지 않나요?
“그렇죠. 재테크의 관점에서 본다면 지금처럼 금리가 상승하는 시기에는 주택가격이 내려갈 거라고 보고 집값이 내려가면 사면 좋겠죠. 문제는 집값이 언제가 최저점인지를 맞출 수 있는 사람은 없거든요. 그래서 저는 지금 집이 필요하고 소득 여건이 되면 사는 거고, 아니면 좀 더 저축해서 돈을 모아서 사는 거죠. 제일 중요한 건 집값이 오를 거냐 떨어질 거냐보다는 내가 소득 대비 집을 살 여력이 되냐가 핵심이 아닌가 합니다.”
“금리 인상 멈출 때까지 당분간 반등은 어려울 것 같아”
- 가격 하락이 어디가 최저인지 시그널이 있나요?
“그걸 맞추는 사람은 떼돈을 벌겠죠. 근데 그걸 맞출 수 있다고 하는 사람은 사기꾼이라고 봐야죠. 대부분 전문가도 과거 사례와 금리, 공급량, 정책 등의 조건으로 대략의 흐름만 추측할 뿐이지요. 기본적으로 지금처럼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금리가 높아질 때는 집값이 상승하기는 쉽지 않을 거라고 봅니다. 금리 상승이 멈추는 상황에서 가격 변동 가능성을 다시 생각해봐야 될 것 같아요.”
- 윤석열 정부 부동산 정책은 어떻게 평가하세요?
“사실 특별히 구체적으로 나온 게 없어서 평가가 애매합니다. 취임 100일 맞춰서 부동산정책 발표했는데 그때도 특별히 구체적인 정책이 나온 건 아니라 시장에서는 굳이 왜 발표했냐는 말이 많았습니다.”
- 근데 종부세 인하하겠다고 하잖아요?
“종부세는 국회 입법 사안이다 보니 민주당이 협조하지 않으면 윤석열 정부가 어떻게 할 수 없습니다. 지난 9월 1일 정기국회에서 종부세 법안 처리에 합의한 내용을 보면 윤석열 정부가 내놓았던 안을 일부만 받았어요. 종부세 납부 유예, 일시적 2주택자 종부세 부담 완화 등만 받고 계속 협의하기로 했다고 합니다.”
- 국회가 안 하면 할 게 없나요?
“할 건 있겠죠. 1기 신도시 재정비 공약도 내놓았지만, 아직 구체적으로 준비된 건 없어서 마스터플랜 용역을 맡겼다고 하는 걸 보면 준비시간이 더 필요한가 봅니다. 그리고 지금은 여소야대 상황이고, 굵직한 부동산 정책은 국회 입법 사항이다 보니 아직까지는 특별히 윤석열 정부가 드라이브를 걸고 있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 앞으로 부동산에 대한 전망은 어떻게 하세요?
“경제는 큰 흐름이 있어요. 경기 순환 주기가 있는데 부동산 같은 경우는 2000년부터 2007년까지가 상승기, 2008년부터 2014년까지가 하락기, 2015년부터 2021년까지가 상승기였거든요. 2022년부터 하락기가 시작된 게 아닌가 싶습니다. 적어도 금리 상승이 멈출 때까지는 하락세는 유지될 거라고 봅니다. 이후로는 주택공급량, 경기회복 여부, 인구감소와 수도권 집중도에 따라 주택가격이 계속 하락할지, 하락을 멈출지가 결정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금리 인상이 멈출 때까지 당분간은 반등은 어려울 것 같아요.”
- 제 기억에 10년 전쯤 매매가가 전세가 보다 낮았든 적이 있었던 거 같거든요. 그 상황이 다시 올 가능성 있나요?
“지금 이미 그렇게 되고 있죠. 지금 역전세난, 깡통 전세 뉴스들이 많이 나오고 있어요. 아직 아파트는 그렇지는 않은데, 다세대주택들 같은 경우 지금 매매가보다 전세가가 높은 것들이 훨씬 더 많고요. 최근 전세 사기 뉴스에 나오는 집들이 다 매매가보다 전세가가 높은 집들이죠. 지방의 저가 아파트 중심으로 매매가보다 전세가가 높은 아파트가 나오고 있고요.
서울에서는 아직 아파트 매매가보다 전세가가 높지는 않지만, 문제는 전세가격이 떨어지다 보니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경우가 많이 나올 수 있어요.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면 그런 집들이 경매로 나올 수도 있고, 이렇게 되면 집값 하락을 더 자극하겠죠.”
/이영광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