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구의 '생각 줍기'

어제는 집안에 행사가 있어 전주에 내려갔다가 아침에 계룡에 들려서 서울로 올라오는데 계룡역에 핀 코스모스를 바라보니 저의 고향 '배나드리 시절'이 간절하여 열차를 타고 추억 속으로의 시간여행을 떠나봅니다. 

어제 행사에는 웹툰 작가로 있는 조카가 지금으로부터 53년전 저희 가족의 모습을 그림으로 그려왔는데 돌아가신 부모님 생각이 간절했습니다. 그림은 저희 가족 어린시절 사진을 보고 그렸다는데 제 얼굴은 너무 똑같이 잘 그린 것 같습니다.

그림 속의 저의 모습은 초등학교 3학년 때인 거 같습니다. 저 그림 속에는 저의 어린 시절 동심의 세계가 담겨져 있으며 그 시절은 이제는 갈래야 갈 수 없는 순수한 동화의 세계입니다.

또한 어느덧 장년의 삶에 들어선 저에게는 저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는 추억의 자취이기도 하며, 다시는 갈 수 없는 시절이기에 눈물겹도록 그리운 추억이 됐습니다.

매년 이맘때 코스모스 피는 시절이 되면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노래가 있습니다. 바로 “♪코스모스 피어있는 정든 고향역 ~ 이쁜이 꽃뿐이 모두 나와 반겨주겠지 ~ ♪♬”로 시작되는 나훈아의 ‘고향역’이란 노래입니다. 그런데 이 노래의 배경 무대가 된 곳이 익산역인데 오늘은 계룡역에서 유튜브로 들어봅니다.

이 노래를 만든 임종수 선생은 황등역에서 열차를 타고 익산의 남성중‧고등학교로 통학하던 시절 철길 옆으로 핀 코스모스를 보고 고향의 부모님과 동무들이 보고 싶었던 그 시절을 생각하며 ‘고향역’이란 노래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자연 속에서 피는 꽃이나 나무를 보고 고향을 생각하는 건 동양이나 서양이나 비슷한 거 같습니다. 우리가 청소년 시절에 즐겨들었던 미국의 팝송 중에 톰 존스(Tom Jones)가 부른 'The Green Green Grass of Home(고향의 푸른 잔디)'이란 우리의 고향역과 비슷한 분위기의 노래가 있습니다.

두 노래 모두 공통적으로 고향 부모님과 친구들이 고향역으로 주인공을 마중하러 나오는데 머리를(어머니 : 흰머리 / Mary : Hair of Gold) 날리면서 달려(Run) 나와서 주인공을 얼싸안습니다(All come to meet me, arms reaching). 마중 나오는 사람들은 부모님(어머님 / Mama & Papa)도 계시고, 또한 여자 친구(이뿐이와 꽃뿐이 / Sweet Mary)도 있습니다.

그리고 두 노래에 나오는 여자 친구 이름에서 풍기는 분위기도 비슷합니다. 나훈아의 고향역에서는 '이쁜이와 꽃뿐이'로 표현하고 있는 반면 톰 존즈가 부른 'The Green Green Grass of Home'에서는 'Sweet Mary'라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이쁜이와 꽃뿐이”를 굳이 영어로 번역하자면 ‘Sweety Flower’ 정도가 되는 것이니 비슷한 분위기로 봐도 될 겁니다. 그런데 고향의 배경이 '나훈아의 고향역'은 길가에 코스모스가 한들한들 피어있는 고향이고, 톰 존스가 부른 'The Green Green Grass of Home'의 배경은 제목 그대로 '푸른 잔디가 깔인 푸르른 초원의 고향'입니다. 그리고 ‘고향역’에서는 고갯마루가 등장하는 반면 'The Green Green Grass of Home'에서는 주인공이 어릴 적 뛰어놀던 '오솔길(Lane)'과 ‘Old Oak Tree(오래된 참나무)'가 등장합니다.

그리고 나훈아의 고향역에서는 현실 세계에서 주인공이 열차를 타고 고향으로 달려가는 장면을 그리고 있는 것 같은데, 톰 존스가 부른 'The Green Green Grass of Home'에서는 안타깝게도 꿈속의 장면으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더 안타까운 것은 꿈에서 깨어보니 사방은 회색 칠을 한 감방 안이고, 감방 밖에서는 주인공을 사형장으로 데려갈 간수(Guard)와 교도소에서 교화를 담당하는 노신부(Sad Old Padre)가 슬픈 표정으로 서있는 것입니다. 이제 동이 트면 주인공은 수갑을 찬 채 팔짱을 끼고(Arms in Arms) 걸어가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고 그 시신은 푸른 초원의 고향 오래된 참나무(Old Oak Tree) 아래 묻힐 것입니다.

갑자기 분위기가 완전히 반전이 되는 느낌이라 슬프기도 합니다. 실제 이 노래의 가사는 어느 사형수가 남긴 일기를 노래로 만든 것이라고 합니다. 그런가 하면 우리에겐 코스모스 피는 날에 빼놓을 수 없는 노래가 또 하나 있습니다.

길가에 활짝 핀 연분홍의 가냘픈 코스모스가 가을 바람에 살랑거리며 춤을 추기 시작하면 나도 모르게 흥얼거리는 김상희의 '코스모스 피어있는 길'이란 노래입니다.

♪ 코스모스 한들한들 피어있는 길 ~

향기로운 가을 길을 걸어갑니다 ~♬

♪ 기다리는 마음같이 초조하여라 ~

단풍 같은 마음으로 노래합니다 ~♬

♪ 길어진 한숨이 이슬에 맺혀서 ~

찬바람 미워서 꽃속에 숨었네 ~♬

♪ 코스모스 한들한들 피어있는 길 ~

향기로운 가을 길을 걸어갑니다 ~♬

가을 길을 걸어갑니다 ~♬ 

/글·사진=이화구(CPA 국제공인회계사·임실문협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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