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광 기자, 온몸으로 묻는다] MBC ‘ PD수첩’ 이중각 PD
성 접대와 뇌물로 기소되어 징역형을 선고받았던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최종 무죄를 받았다. 대법원은 11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로 파기환송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던 김 전 차관의 두 번째 상고심 재판에서 무죄를 확정했다.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
20일 MBC <PD수첩>에서는 ‘김학의 무죄, 9년의 기록’ 편이 방송되었다. 시사IN과 공동 기획한 이날 방송은 ‘별장 성 접대’ 동영상이 세상에 나온 2013년부터 두 번째 상고심 판결이 나온 현재까지 상황을 정리했다. 취재 이야기 들어보고자 방송 다음 날인 21일 ‘김학의 무죄, 9년의 기록’ 편을 취재한 이중각 PD를 서울 상암동 MBC 사옥에서 만났다. 다음은 이 PD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했다.
“2019년 방송 때 알게 된 사안은 일부...그래서 '김학의 사건' 다시 재구성”
- 20일 방송된 MBC <PD수첩> ‘김학의 무죄, 9년의 기록’ 편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성 접대 무죄에 대한 9년의 기록을 정리한 거잖아요, 어떻게 이걸 다루게 되셨어요?
“제가 2019년 4월에 김학의 사건 취재해 방송한 적이 있어요. 그때는 김학의 씨가 인천공항으로 출국하려다가 출국금지에 걸려 못 나간 직후 국민적으로 분노가 일었을 때였죠. 그 후 한동안 관심이 없었는데 지난 8월 11일에 김학의 씨가 대법원에서 무죄로 확정받았다는 기사를 보고서 ‘왜 김학의 씨가 무죄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동안 다큐멘터리 제작하면서 관심을 안 기울여서 도대체 김 씨가 어떻게 무죄가 된 건지 몰랐죠. 기사들을 찾아보니 제가 2019년 방송 때 알게 된 사안은 일부였던 거예요. 그래서 김학의 사건을 다시 한번 재구성해보자는 의도로 프로그램 만들었죠.”
- 그런데 이 문제는 <PD수첩>뿐만 아니라 여러 군데에서 다루지 않았나요?
“물론 여러 방송사에서 2019년 봄 검찰이 김학의 씨에 대한 재수사를 착수했던 단계에서 많이 다뤘어요, 근데 검찰이 기소한 후 이 사건을 다룬 데가 없죠. 그러니 김학의 씨가 어떤 사안으로 기소가 됐고 어떤 이유로 무죄를 받았는지를 시청자들이 뉴스 단신으로는 이해하기 힘들죠.”
- 이 사건 한번 취재하셔서 웬만큼 알 것 같은데 어떻게 아셨어요?
“2019년 초 방송할 때는 피해 여성들 중 윤중천 씨와 문제가 있었던 사람들 몇몇을 만났어요. 그러나 이번 취재에서는 2018년과 2019년 활동했던 대검 산하 검찰과거사진상조사단의 자료를 확보할 수 있었어요. 진상조사단은 2013년 ‘김학의 동영상’이 처음 공개된 후 경찰과 검찰이 관련자들을 소환해 작성한 진술서 등을 열람했고요, 그걸 보고서 형태로 남겨뒀죠. 그래서 그 자료를 통해 ‘김학의 사건’의 많은 사안을 알게 되었죠.”
- 시사IN과 같이하셨잖아요. 어떠셨어요?
“위에서 말한 검찰 과거사 진상 조사단의 ‘김학의 보고서’를 시사IN에서 확보해둔 상태였죠. 그걸 바탕으로 시사IN에서 기사로 썼는데, 그 자료가 있다면 김학의 씨가 왜 9년 만에 무죄가 되었는지를 알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죠. 그래서 시사IN의 고제규 기자에게 연락해 같이 협업하자고 요청했죠. 시사IN이 이미 확보한 자료와 그 문건을 샅샅이 분석한 고제규 기자와 함께하니까 저희 입장에서는 취재 방향을 잡는 데 많은 도움을 받았죠.”
“‘김학의 동영상'이 문제가 됐을 때 윤중천 씨에 대해 온갖 의혹들 있었지만...”

- 윤중천이 김학의 차관 스폰서였던 거죠? 그럼 김 전 차관이 윤 씨를 보호해줬나요?
“윤 씨가 김 씨에게 돈이나 향응을 제공한 사이니까 스폰서가 맞죠. 그건 판결문을 봐도 나오지 않아요. 왜냐면 김학의 씨가 윤중천으로부터 받은 성 접대나 향응 등에 대해서 이미 공소시효가 완성됐기 때문에 법원이 판단하지 않았어요. 그걸 면소 판결이라고 하더라고요.
2000년대 중후반 윤중천 씨가 동대문 한방 천하 분양 사업이나 목동 재개발 사업 등을 벌이고서 법적인 다툼이 있었다고 해요. 그때 김 씨가 단순 법률 자문을 했는지 어떤 역할을 했는지는 밝혀지지 않은 거죠.”
- 피해자 A씨 증언에 따르면 술도 얼마 마시지 않고 정신 잃었단 거잖아요. 혹시 마약 가능성 있을까요?
“그건 제가 알 수 없어요. 다만 2013년 초 ‘김학의 동영상’이 문제가 됐을 때 윤중천 씨에 대해서 온갖 의혹들이 있었지만, 마약 관련해서 윤 씨는 기소되지 않았어요.”
- 윤중천 씨가 A씨에게 오피스텔을 구해주고, 거기서 김학의 전 차관에게 성 접대가 이뤄졌잖아요?
“윤 씨가 A씨를 처음 성폭행하고서 장시간 회유한 건이죠. A씨에게 도움을 주겠다는 식으로요. 그런 후 A씨로 하여금 김 씨에게 성 접대하게 만든 거죠.”
- 김학의 차관이 차명 휴대폰을 가지고 다녔다는 건데 차명 휴대폰도 불법 아닌가요? 검사가 대포폰을 가진다는 게 이해가 안 되네요?
“대포폰 이용자는 전기통신사업법상 처벌 규정이 있어요. 김학의 씨가 공직자이다 보니까 본인이 사용하고 있는 휴대전화는 소속 기관으로부터 감찰 당할 수 있잖아요. 그런데 누군가와 아주 비밀리에 통화해야 하는 경우, 본인 명의의 휴대전화가 아닌 것으로 연락을 주고받으면 추적하기 어렵죠. 그래서 차명 휴대전화를 사용하지 않았을까라고 추정하는 거죠.”
- 2013년 경찰이 수사할 때 압박이 많았나 봐요?
“경찰이 관련 첩보를 입수했는데, 당시 청와대에 김학의 씨를 차관에 임명할 거라고 하니까 수차례 적합한 인물이 아니라고 보고했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와대에서 임명하니까 다음 날 TV조선에서 성 접대 동영상이 있다고 보도하죠. 경찰이 공식적으로 수사를 시작했죠. 당시 경찰들도 ‘수사하지 마라’ 그런 얘기는 못 들었다고 해요. 하지만 이세민 당시 수사기획관이 국회에서 증언했잖아요. 경찰청 수뇌부가 보고받는 데 관심이 없다든가, 남의 가슴에 피눈물 나게 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든가 그런 식으로 나오니까 수사담당자는 압박을 느끼는 거죠.”
- 위에서 왜 그랬을까요?
“새 정부 들어서서 처음 차관 인사를 했는데 임명 다음 날 성 접대 동영상이 있다고 보도되고, 며칠 뒤 당사자가 사퇴해 버리니까 당연히 당시 청와대 입장에서는 망신스러웠겠죠. 청와대 인사 관계자들 입장에서 얼마나 예민하겠어요. 하지만 당시 청와대 인사들이 어떻게 경찰을 압박했는지는 2019년 검찰 수사에서도 밝혀지지 않았어요.”
“검찰은 왜 수사를 확장해서 뇌물수수로 기소하지 않았을까?”

- 검찰은 김학의 전 차관 사건에 대해 수사를 의도적으로 안 하려고 했던 거 같아요.
“2013년과 2014년 검찰은 성폭력 혐의에 대해서 증거 불충분으로 김 씨를 기소하지 않았어요. 다만 저희 방송에서 지적한 대로, 윤중천 씨가 김 씨에게 성 접대와 향응을 제공한 것은 뇌물의 성격이 짙다는 거죠. 그렇다면 검찰은 왜 수사를 확장해서 뇌물수수로 기소하지 않았느냐는 거예요. 경찰이 보낸 성폭력 혐의로만 검찰이 보강수사하고 기소해야 하는 게 아니라 본인들이 압수수색하고 계좌를 추적해서 뇌물수수에 대해 수사하고 기소할 수 있었는데 그러지 않았다는 걸 많은 사람이 지적하는 거죠.”
- 결국 제 식구 감싸기였는지 아니면 권력이 있으니 안 한 건가요?
“김 씨가 고등검사장까지 역임한 인물이기 때문에 권력이 셌을 수도 있지만, 검찰 입장에서는 선배 검사여서 부실하게 수사했다기보다는, 검찰이라는 조직이 공격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검찰에서 검사장이라는 고위 직책까지 맡았던 인사가 건설업자로부터 성 접대와 향응을 받았다는 게 수사를 통해 공식화되면 검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는 얼마나 떨어졌겠어요. 검찰 조직을 위태롭게 만드는 사안으로 판단했을 수 있죠.”
“공소시효 완료, 더 이상 책임 물을 수 없어...검찰이 책임 져야”
- 검사의 징계 시효가 3년이라던데 왜 이렇게 짧은가요?
“국가공무원법에 공무원에 대한 징계 규정이 그렇게 되어 있으니까요. 징계 의결 요구는 징계 사유가 발생한 날로부터 3년 이내에 해야 되고, 횡령 배임 절도 등과 관련된 것 5년 이내에, 성 비위 관련해서는 10년이에요.”
- 김학의 전 차관은 결국 대법원에서 무죄 받은 거잖아요. 이제 방법 없나요?
“우리가 알고 있는, 윤중천 씨에게서 받은 성 접대, 향응, 금품 등 관련해서는 공소시효가 완료됐기에 더 이상 책임을 물을 수가 없는 거죠.”
- 어이없지 않나요?
“그러니까 김 씨를 처벌할 수 있었던 2013년과 2014년에 검찰은 왜 그렇게 수사를 했냐는 거죠. 2019년에 검찰이 김 씨를 기소했을 때 포함된 공소사실은 성 접대 동영상이 세상에 공개되기 전에 벌어졌던 것들이거든요. 2013년, 2014년 검찰도 그런 수사를 충분히 할 수도 있었는데 왜 안 했을까라고 되돌아볼 수밖에 없어요.”
- 뫼비우스의 띠 같네요?
“그렇죠. 그 책임을 검찰이 책임을 져야 되는 거죠.”
- 마지막으로 한마디 해주세요.
“<PD수첩>은 2018년부터 이 사안을 다뤘어요. 김학의 사건을 재수사해야 한다는 취지로, 검찰의 부실 수사를 지적했거든요. 그리고 2019년 두 차례 다뤘어요. 그리고 김학의 씨가 대법원 무죄 판결받았음에도 올해 다시 취재했습니다. 검찰의 과오에 대해서는 기록에 남겨둬야 하기 때문에요. 그런 의미로 이번에 방송했습니다.”
/이영광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