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구의 '생각 줍기'

옛말에 '놀고먹는 개가 차라리 부럽다'는 뜻으로 '개팔자가 상팔자라'라는 우리의 속담이 있습니다. 이는 인간의 삶이 매우 고달플 때 푸념하며 이르는 말일뿐 실제 개에게는 팔자가 없습니다.

불가에서는 모든 중생에게 다 부처가 될 성품인 불성(佛性)을 지니고 있다는 뜻의 ‘일체중생 실유불성(一切衆生 悉有佛性)’이라는 말씀이 경전에 전해옵니다. 개에게 불성(佛性)이 있기 때문에 개에게 사주팔자(四柱八字)도 있지 않겠느냐고 생각할 수 있으나 개에게 사주(四柱)는 있으나 팔자(八字)는 없답니다.

개도 세상에 태어났기 때문에 당연히 출생한 연(年), 월(月), 일(日), 시(時)에 해당되는 사주(四柱)는 있을 수밖에 없으나 개의 일생을 좌우하는 팔자(八字)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인간에게는 “중생을 구제하고자 하는 기원을 하거나, 또는 하느님께 착하고 선하게 살겠다는 ‘서원(誓願)’이라는 게 있는데 개에게는 단순한 욕구인 욕망만 있기 때문에 팔자는 없다고 합니다.

팔자(八字)란 원래는 사람이 출생한 연(年), 월(月), 일(日), 시(時)에 해당되는 간지(干支) 여덟 글자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그러나 팔자의 전정한 의미는 사람은 여덟 글자인 팔자에 일생이 좌우된다는 뜻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그러면 개들 중에서 인간보다 더 유복하게 사는 '개팔자 상팔자'는 어떻게 해서 생긴 것인가 궁금해할 수 있습니다. 개의 경우 개팔자는 완전히 ‘뒤웅박 팔자’라고 보시면 됩니다. 즉 개는 어떤 주인을 만나느냐에 따라 팔자가 결정된다는 겁니다.

뒤웅박이란 쪼개지 않고 꼭지 근처에 구멍을 내고 속을 파낸 바가지로 옛날에 부잣집에서는 쌀이나 씨앗을 담는데 사용되는 반면, 가난한 집에서는 여물이나 개밥을 담는데 사용되다 보니 기왕이면 부잣집에서 귀한 쌀이나 씨앗을 담는데 사용되는 게 없는 집에서 여물을 담은데 사용되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뒤웅박 팔자’라는 말이 생겨난 거 같습니다.

개의 경우도 돈 많고 인간성 좋은 주인 만나면 이틀에 한번 미장원에 가면서 호의호식 하는데, 인간성 불량한 주인 만나면 한여름 복날 보신탕집으로 팔려가는 신세가 되니 말씀입니다.

일부 사주전문가 분들의 말씀을 들어보면 동물들에게도 사주팔자가 있으나 동물들의 경우 신경체계가 대부분 단순하기 때문에 사주팔자의 의미가 없다고 합니다. 반면 자신의 존재의식이 강한 인간에게만 사주팔자가 의미가 있다는 겁니다.

사주팔자의 원리의 기초가 되는 십이지(十二支)는 쥐, 소, 호랑이, 토끼, 용, 뱀, 말, 양, 원숭이, 닭, 개, 돼지 등 12가지의 동물들을 사용하여 만들어 놓고 정작 동물들에게는 팔자가 없다고 하는 인간들이 너무 이기적인 것 같습니다. 인간은 다른 동물들에 비해서 머리가 좋고 감각이나 의식도 뛰어나 남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서원(誓願)을 가질 수 있는 능력이 있어 인간에게 사주와 팔자가 모두 작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만물의 영장인 인간으로 태어났으니 세상을 살아가면서 주변에 어려운 분들은 없는가 한번쯤 돌아보면서 이웃 사랑과 자비를 실천하며 도움이 되는 인간으로 살아야 할 것 같습니다. 

/글·사진=이화구(CPA 국제공인회계사·임실문협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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