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광 기자, 온몸으로 묻는다] 임동순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작가

지난 5일 열린 제49회 한국방송대상 작가 부문에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이하 꼬꼬무)> 작가진이 수상했다. 매주 목요일 밤 10시 30분에 방송되는 <꼬꼬무>는 세 명의 스토리 텔러가 각자의 이야기 친구에게 가장 일상적인 공간에서 과거의 사건을 1:1로 전달하는 프로그램으로 시청자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수상 소감이 궁금해 한국방송대상 시상식 때 대표로 수상했고 또한 <꼬꼬무> 메인 작가로 활동하는 임동순 작가를 지난 14일 서울 목동 SBS 사옥에서 만났다. 다음은 임 작가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했다.

“어둡고 불편한 이야기일지라도 가끔 뒤돌아 보아야...‘꼬꼬무’는 옳고 그름 얘기할 뿐 편향적이지 않아”

임동순 작가(사진=SBS 홍보부 제공)
임동순 작가(사진=SBS 홍보부 제공)

- 제49회 한국방송대상 작가 부문에 <꼬꼬무> 작가진이 받으셨잖아요. 수상 소감 부탁드립니다.

“프로그램은 작가들만으로 만들어지지 않잖아요. PD들 그리고 외부 스텝까지 더 많은 인원이 프로그램 만드는 과정에 함께하는데 작가들만 상 받아 스포트라이트 받는 것 같아요, 하지만 다른 팀원들한테도 이 상이 기쁘고 뿌듯하게 받아들여졌으면 하는 마음이고요. 그리고 <꼬꼬무>를 처음 시작 때부터 지금까지 아낌없이 성원과 지지 보내주시는 시청자분들이 많이 계세요.

저희는 ‘꼬물이’라는 애칭으로 불러요. 어떻게 보면 그분들이 계속 프로그램에 보내주시는 지지 때문에 또 프로그램이 계속 이어질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하고 감사 드려요. 그리고 사실 <꼬꼬무>라는 프로그램은 어떻게 보면 과거와 오늘을 이어주는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해요. 과거가 단지 지나가 버린 것이 아니라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발 밑에 켜켜이 쌓여가고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때로는 어둡고 불편한 이야기일지라도 가끔 뒤돌아봐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고요. 수상 소감 마지막에 이야기했지만, 우리가 조금씩 더 관심을 가지게 되면 이런 관심들이 모여서 조금 더 이 세상을 좋은 방향으로 바꿀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계속 제작에 임하고 있습니다.”

- 말씀하셨는데 <꼬꼬무> 제작진이 많잖아요. 그런데도 작가진이 받은 건데. 이유가 뭘까요?

“사실 지금 약간 선배급의 작가들이 있고 PD들은 젊은 연출진들이 같이 힘을 합쳐서 프로그램을 만들어내고 있는데 이게 스토리텔링 방식이다 보니까 아무래도 외부에서 보기에는 작가들의 공이 더 돋보인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 그러면 작가가 어느 정도 역할 하는 건가요?

“사실 아이템 선정하고 그 아이템에 대한 자료나 취재 부분들 그리고 이야기가 되는 스토리를 짜는 게 가장 작가들의 주된 업무고요 그 이후에 녹화라든가 촬영 편집 부분은 PD가 주축이 되고 함께 협력해서 내용을 만들어가고 있어요.”

- 처음에 수상 소식 들었을 때 어땠나요?

“일단 한국 방송 대상이 전국의 지상파 방송 전체 프로그램 대상으로 주는 상이기 때문에 처음에는 굉장히 영광스럽고 기뻤지만 좀 전에 말씀드린 이유로 조금의 부끄러움 같은 게 있었어요.”

- 작가님이 대표로 수상했는데 기분은 어떠셨어요?

“떨렸죠. 사실 무대 위에 올라가게 되면 머릿속이 하얘진다고 할까요? 보니까 아나운서 같이 방송 출연하시는 분들도 수상 소감을 할 때 좀 긴장하시는 것 같더라고요. 사실 상을 받게 돼서 기쁘지만, 무대 위에 올라가는 경험은 사실 많은 각오가 필요해요(웃음).”

- 주위에서는 뭐라고 해요?

“주변 후배들에게도 얘기는 안 했는데 어떻게 보고 연락 준 후배들도 있었어요. 다들 자기 일처럼 기뻐하고 저희 어머니께서 좋아하셨죠. 근데 이게 개인상이 아니고 저희 작가진 전체 대표해서 만든 것이기 때문에 저의 개인적인 소감보다는 팀을 대표해서 이야기했던 것 같아요.”

- 시상식에서 <꼬꼬무>는 취재 작가와 대본 작가로 나뉜다고 하셨는데 어떤 차이가 있나요?

“사실 한 사건을 취재할 때 저희가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들이 디테일이고 확인할 수 있는 자료들은 전부 다 확인한다고 생각하고 취재하는데요. 사실 기간이 다른 프로그램에 비해서 짧지는 않지만 혼자서 감당하기에는 되게 어려움이 많은 작업이기 때문에 취재 부분을 서포트해 줄 수 있는 취재 작가하고 그리고 대본을 책임지고 진행하는 대본 작가가 한 팀이 돼서 한 이야기를 구성하고 있어요.”

“적어도 ‘꼬꼬무’ 보는 시간 동안은 옛날 얘기를 정당하게 할 수 있는 시간이지 않을까...”

임동순 작가(사진=SBS 홍보부 제공)
임동순 작가(사진=SBS 홍보부 제공)

- 작가들 간의 호흡 맞추는 것도 중요할 것 같은데 어떠세요?

“호흡은 사실 서로 맞춰가면서 하는 건데요. 저희 계속 바뀌어 가게 되어 있어요. 대본 작가와 함께 짝으로 일하는 취재 작가가 아이템을 할 때마다 바뀌어가면서 일하고 있어서 이 작가는 이런 부분에 장점이 있고 이 작가는 이런 부분이 더 좋고 이런 부분들을 서로 이해하기 때문에 그런 부분들은 장점을 살릴 수 있는 아이템을 함께 알아보기도 하고요. 그래서 그 아이템을 진행하는 동안에는 모든 과정을 같이 상의해가면서 이야기 만들고 있어요.”

- <꼬꼬무>가 시청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데 이유는 뭐라고 보세요?

“일단 지금 20대 30대 젊은 시청자분에게 70~80년대 이야기가 되게 낯설고 몰랐던 이야기일 수 있잖아요. 그리고 역사책이나 다른 곳에서 들어 단편적인 지식으로 알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방송 통해 몰랐던 디테일들을 새롭게 받아들이는 것 같아요.

그리고 시청자분 중에 이런 말씀해 주신 분들이 계신데 방송을 보는 동안 애들이 아버지한테 ‘아빠 진짜 옛날에는 저랬어’라고 묻는대요. 그럼 자신이 아는 걸 신나게 알려주죠. 사실 다른 자리에서는 옛날얘기를 하면 괜히 꼰대 같다거나 되게 고리타분하다는 얘기 많이 듣는데 적어도 <꼬꼬무>를 보는 시간 동안은 옛날 얘기를 정당하게 할 수 있는 시간이지 않을까 해요.”

- 요즘 역사 관련 프로그램이 있잖아요. 신경이 쓰이나요?

“아니요. 물론 혹시 짧은 시기에 겹칠까 봐 그런 부분들이 많이 의식 되고요. 그 외 그런 프로그램들이 많아지고 역사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게 되면 결국 그게 어느 프로그램은 되고 어느 프로그램은 안 되는 것보다 역사 프로그램 전체에 대한 관심이 올라가는 부분이 긍정적이라고 생각해요.”

- 3명의 스토리 텔러가 있잖아요. 색깔이 다른 거 같은데 맞추기 어렵진 않나요?

“그 부분은 전혀 어려운 게 없고요. 오히려 그게 이제 우리 프로그램의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말씀하셨듯이 역사를 다루는 프로그램들이 많은데 사실 세 명의 스토리텔러가 같은 이야기를 하되 이게 교차가 되면서 각자의 느낌으로 이야기하는 프로그램은 또 그게 <꼬꼬무>만 가지고 있는 차별화된 점이기 때문에 오히려 스토리텔러에 따라서 다른 느낌과 색깔로 전해지게 되면 좀 더 다양한 느낌과 정서에 공감할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런 부분들은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 그럼 어디까지가 대본에 있는 거고 어디까지가 스토리 텔러의 말인가요?

“일단 기본적인 이 사건에 대해 전체 스토리를 대본화해서 스토리텔러와 만나 녹화 전에 리딩 해요. 그러면서 각자 궁금한 부분들 서로 스터디하듯이 얘기를 나누고 거기에 스토리텔러들의 생각이 다르면 자기 생각을 얹어가지고 이야기를 하죠. 대신에 뭔가 중요한 멘트 같은 건 세 분이 같은 톤으로 이야기하고 싶어서 그런 부분들은 맞춰가죠.”

- 자료조사는 어떻게 하시나요?

“자료 조사는 어떤 이야기 다룰지에 따라서 루트가 달라요. 예를 들어서 몇십 년 전에 있었던 역사적인 사건 같은 경우는 국가기록원이나 도서관에서 서적을 찾는다면 비교적 최근에 있었던 사건 같은 경우에는 당시 직접 사건을 담당했었던 분이나 판결문 등 공식적인 자료들을 찾아요. 그래서 구할 수 있는 자료는 전부 다 봐요. 그리고 관련된 인물들이 있으면 다 연락을 드리고요.”

“방송 나가고 위령공원 건립된다는 얘기 듣고 그분들 아픔에 조금 위로해드리지 않았나 생각”

- 대본 쓸 때 중점 두는 부분이 있을까요?

“일단 이 이야기를 시청자들이 과연 어떤 흥미를 갖고 따라올 수 있을지 그리고 이 이야기를 다 듣고 나서 뭔가 본인이 생각할 만한 화두나 여운을 줄 수 있을지죠, 그래서 단순히 재미로만 휘발되는 게 아니고 이야기를 듣고 난 후 내가 생각하지 못했던 이 분야에 대해 한 번 더 관심 갖게 된다든지 그리고 이게 단순히 과거에 이미 지나가 버린 사건으로만 끝나는 게 아니라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한테도 시사할 부분들이 있는지 같은 부분들에 가장 신경 쓰죠.”

- 어려운 부분도 있을 것 같아요.

“디테일이라든지 그 당시 직접 경험했던 인터뷰이의 생생한 증언들을 가급적 저희가 많이 담고 싶어서 섭외하는데 사실 방송에서 그런 이야기를 한다는 게 굉장히 어렵잖아요. 그리고 그 기억이 때로는 이야기하기 힘든 기억일 수도 있고요. 그래서 인터뷰이분들 섭외 하는 부분들이 제일 힘들죠. 지금까지 방송에서 얘기해주신 분들도 저희 제작진이 처음 연락드렸을 때는 뭔가의 본인이 힘들어하시고 거절하시다가 또 계속 만나보고 그러면서 마음을 열어주신 분들이고요.”

- 작가님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회차는 뭔가요?

“제가 담당했던 편으로 말씀드리면 한두 달 전 방송됐던 칠곡 아동학대 사건이 저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이 많이 가는 이야기예요. 왜냐하면 어떻게 보면 아동학대 피해자분께서 다시 한번 목소리를 낸다는 건 과거 본인한테 굉장히 고통스러웠던 기억일 수도 있고 다시 한번 또 기억을 되살리는 일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사실 되게 조심스러웠거든요. 하지만 최근 코로나 때문에 외출보다는 집 안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아동학대 사건도 많이 늘어났다는 통계 결과를 보고 꼭 이 부분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최근에도 정인이 사건도 있었고 지금까지 아동학대에 관심 갖고 조사해 보니까 아동학대 피해 방지법이 생겼는데 항상 어느 아이가 피해를 보거나 사망했을 때 어떤 법이 만들어지고 법이 개정되고 거기에 대한 예산이 늘어나는 것들이 지금까지 계속 반복이 돼 왔었던 상황이거든요. 근데 굳이 누가 사망하지 않고 피해자가 더 생기지 않아도 우리가 이 부분에 있어서는 늘 관심을 갖고 이런 부분들을 계속 개선해야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아동학대 사건을 다루고 싶었어요.”

- 최근 형제복지원 사건에 대한 진실화해위원회의 조사 결과가 나왔잖아요, <꼬꼬무>가 다뤄서 어느 정도 뿌듯함도 있지 않으셨나요?

“사실 그런 부분들이 저희가 일하면서 ‘그래도 우리가 뭔가 이 사회에 조금씩 도움이 되고 있다’거나. 우리가 그냥 한 번 방송하고 잊히는 게 아니라 이런 뭔가 변화들이 있다는 걸 느낄 때 제작진 입장에서는 굉장히 보람을 느끼죠. 형제복지원 사건도 사실 이게 오래전에 있었던 사건으로만 다들 생각하고 있을 텐데 당사자들한테는 지금까지도 해결되지 않고 계속 진행 중인 고통이라는 것이 또 저희 프로그에서 해야 될 일인 것 같아요.

그리고 의령에서 있었던 우범곤 순경 사건 같은 경우도 굉장히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도 아직도 위령비 하나 갖춰져 있지 않아요. 주민분들의 평생 숙원이 위령비 세워서 매년 그날 같은 아픔을 가진 주민분들이 모여서 함께 우리가 위로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것이었는데 방송이 나가고 나서 위령 공원이 건립된다는 얘기를 듣고 저희가 그래도 그분들의 아픔에 조금 위로해드리지 않았나란 생각에 더 힘을 내야겠다는 생각도 했죠.”

“‘꼬꼬무’가 이름처럼 꼬리를 물고 계속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

임동순 작가(사진=SBS 홍보부 제공)
임동순 작가(사진=SBS 홍보부 제공)

- 다루고 싶은 사건 있을 것 같은데 소개해 주실 수 있나요?

“사실 다루고 싶은 사건은 너무 많아요. 좀 달리 방송했던 회차의 예를 들어서는 드린다면 YH무역 사건이나 박홍수 무등산 타잔 사건이나 사람들이 쉽게 관심을 갖기 어려운 사건들이 우리나라 역사의 전체 흐름에서 봤을 때 어떤 역할을 했고 또 이게 그 당시 시대를 또 이해할 수 있는 사건이기도 하잖아요. 그런 사건들을 통해서 좀 더 역사에 대해서 이해를 넓힐 수 있는 아이템들을 계속 이야기하고 싶어요.”

- <꼬꼬무>가 편향적이란 주장도 있어서 이에 대한 고민도 있을 것 같아요.

“꼭 말씀드리고 싶었던 얘기 중의 하나였는데요. <꼬꼬무>에서 다루는 사건에 대해 정치적으로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은데 사실 저희가 어떤 의도를 가지는 건 없어요. 저희는 옳고 그름에 대한 이야기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어느 시대에 옳지 못했던 일이 많아서 그렇게 느껴질 수도 있었던 것 같은데 저희는 저도 정치적인 견해를 갖고 있지는 않아요. 뭔가 옳은 것과 잘못된 것에 대해서 얘기 하고 또 그것 때문에 누가 어떤 일을 겪게 됐는지 이야기하기 때문에 저희는 정치적인 견해나 편향적인 걸 갖고 있지는 않아요.”

- 앞으로의 계획이 있을까요?

“앞으로의 계획은 <꼬꼬무>가 이름처럼 꼬리를 물고 계속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죠. 사실 프로그램이 시청자의 관심에서 벗어나게 되면 계속 이어지기가 쉽지 않은데 많은 분이 이 프로그램에 대해 필요성에 같이 공감해 주신다면 계속 이어질 수 있지 않을까요.” 

/이영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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