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제 강점기 전범 기업인 일본 군수 회사에서 강제 노역한 최희순(91) 할머니가 병환으로 추석 연휴 기간인 11일 별세했다. 최 할머니는 태평양 전쟁기 군수공장으로 지정된 기계 제작업체 일본 기업 후지코시 도야마 공장에서 고된 노동을 한 근로정신대 피해자다.
태평양전쟁피해자 보상추진협의회는 12일 일제 강점기 일본 군수회사에서 강제 노역한 최 할머니가 전날 병환으로 별세했다고 밝혔다. 고인의 빈소가 마련된 완주군 한길장례식장에는 추석 명절 연휴 기간임에도 조문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발인식은 13일 오전 8시 30분에 진행됐다.
1931년 태어난 고인은 "1944년 전주혜성심상소학교 6학년 당시 '돈도 벌고 공부도 할 수 있다'는 학교장의 말을 듣고 따라 나섰다가 강제 노역을 하게 됐다"고 생전에 밝히 바 있다. 태평양전쟁 시 군수공장으로 지정됐던 일본 기업 후지코시 도야마 공장에서 노동을 한 근로 정신대 피해자들은 최 할머니 외에도 1,600여 명에 달했다.
이후 피해자들은 일본의 한 지원단체의 도움을 받아 2003년부터 도야마지방재판소에 후지코시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최 할머니를 비롯한 피해자 13명은 2003년 도야마 지방재판소에 후지코시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으나 한일 청구권 협정을 근거로 패소했다. 일본 최고재판소에 상고했지만 2011년 이마저 기각됐다.
완주군 요양병원서 장기 투병생활하다 숨져...주변 안타깝게 해
피해자들은 2013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후지코시를 상대로 다시 소송을 제기했다. 1심과 2심에서 모두 승소했지만 현재 사건은 대법원에 계류 중인 상황이다. 최 할머니의 별세로 후지코시 상대 소송 원고 생존자는 7명만 남게 됐다.
최 할머니는 건강이 악화되면서 수년 간 완주의 한 요양병원에서 투병생활을 하다 세상을 떠나 주변을 더욱 안타까게 했다. 고인은 생전 일본 정부와 후지코시의 사죄, 배상을 촉구하는 등 근로정신대 문제를 세상에 알리며 오랜 시간 동안 앞장서 싸워왔다.
고인은 특히 또 다른 전범 기업인 미쓰비시중공업 피해자들과 함께 일본 집회에 참여하는 등 강제노역 참상을 알리는데 앞장서 왔다. 2016년에는 전북도의회에서 열린 ‘강제동원 피해여성근로자 지원 조례’ 제정 세미나에 참석해 직접 피해 증언을 하기도 했다.
/박주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