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에세이] 사진으로 본 한가위 보름달과 진정한 ‘호모 폴리티쿠스’

 추석인 10일 저녁 7시 30분쯤 지리산 위로 구름을 거느리고 모습을 서서히 드러내기 시작한 한가위 보름달.
 10일 저녁 7시 30분쯤 구름을 거느리고 모습을 서서히 드러내기 시작한 한가위 보름달.

코로나19로 잔뜩 움추러들었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 추석은 모처럼 일상을 되찾은 듯 밝은 명절 분위기였습니다. 달도 한층 밝게 비추었습니다. 비록 구름 사이로 비친 달이긴 했지만 올해 추석 보름달은 100년 만에 나타나는 완전히 둥근 달이었기에 의미가 더욱 새롭고 컸습니다. 

한국천문연구원 등에 따르면 올 추석 보름달은 지구와 달이 나란히 놓이면서 100년 만에 둥글고 큰 달이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더욱 휘영청 밝아 보였습니다. 이번에 볼 기회를 놓치면 38년 뒤인 2060년에야 비슷한 수준의 둥근 달을 볼 수 있다고 하여 많은 사람들이 가족들과 함께 한가위 보름달을 열심히 바라보며 소원을 빌었던 것 같습니다. 

구름 사이로 얼굴을 드러낸 보름달.
구름 사이로 얼굴을 드러낸 보름달.

100년 만의 휘황한 보름달...공통 소원은 '행복' 

100년 만에 드러낸 보름달이 마치 높고 푸른 가을 하늘을 여행하는 양떼구름이 밤새 길을 잃지 않도록 안내하는 듯 구름 사이로 모습을 감추었다 다시 드러내기를 반복했습니다.

휘영찬 한가위 보름달은 열심히 구름 사이를 오가는 자신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고 소원을 비는 우리들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는 듯 포근해 보였습니다. 코로나19로 3년여 동안 보지 못했던 그리운 얼굴들도 휘황한 보름달 속에서 환하게 웃어 보이는 듯했습니다. 

코로나19가 여전히 우리 주변을 서성이며 위협하는 상황이지만 그래도 거리 두기에서 해방한 사람들의 가장 큰 소원은 무엇이었을까요? 건강, 성공, 취업, 결혼 등 어떤 소원이든 결국은 행복한 삶을 공통적으로 향했을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저녁 9시쯤 휘영청 구름 위로 떠오른 한가위 보름달.
저녁 9시쯤 휘영청 구름 위로 떠오른 한가위 보름달.

행복이 모든 사람들의 궁극적인 희망이겠지만 추구하는 가치와 지향점은 아무래도 주어진 여건에 따라 다를 것입니다. 올해 우리나라는 유난히 많은 변화와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를 치르면서 여야가 뒤바뀌는 등 정치적 격변기를 맞아 사회 곳곳이 좌충우돌 혼잡한 상황을 맞았습니다. 지금도 그 후유증은 곳곳에 남아 있습니다.

전북지역은 특히 민선 8기가 시작한지 세 달이 지났지만 선거 기간에 불거진 위법 행위들로 경찰과 검찰을 오가는 많은 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들이 사법당국에 의해 정치 운명이 다시 갈리게 된 불안한 상황을 우리는 목격하고 있습니다.    

정치를 떠나 살 수 없는 인간들...'괴물정치'에 족쇄 '불안'

추석 차례를 올리고 온가족이 둘러 앉은 밥상머리에는 국정과 도정, 시정·군정에 대한 걱정과 우려가 가득했었습니다. 선거 후유증이 끝나지 않아 다시 선거를 치러야 하지 않나 하는 불안감이 가득한 지역들도 있습니다. 

이처럼 사람들이 정치에 대한 관심이 많은 이유는 무엇일까요?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 인간들을 가리켜 ‘호모 폴리티쿠스([Homo politicus)’라고 부르는 학자들도 있습니다. 정치를 통하여 사회생활을 영위하는 인간사회의 특성을 강조한 말입니다. 인간은 정치를 떠나 살 수 없다는 뜻으로 읽힙니다.

                     흑백으로 본 한가위 보름달 모습. 
                     흑백으로 본 한가위 보름달 모습. 

그런데 정치인들이 국가와 국민을 위해 걱정해야 하는데, 거꾸로 국민이 정치와 정치인들을 걱정하고 있으니 모순도 이런 모순이 또 있을까요? 그 이유는 뻔합니다. 훌륭한 정치인들을 만나지 못한 원인이 가장 크지만, 훌륭한 정치 풍토를 만들지 못한 유권자, 즉 국민들 책임도 크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골 깊은 지역주의 기반에서 공룡처럼 비대해 진 거대 양당 구도의 괴물정치 앞에 족쇄를 차고 있습니다. 그래서 선거 때만 되면 어찌하지 못하고 괴물 앞에서 무릎 꿇기를 반복하고 있는지 모릅니다. 언제나 그러했듯이 올 대선과 지방선거에서도 이런 현상이 여실히 드러났습니다. 

훌륭한 인물보다, 훌륭한 시스템을 갖춘 정당보다 거대 양당 정치와 지역주의 정치의 집단적 주술에서 헤어나질 못했습니다. 지나치게 정치적인 호모 폴리티쿠스라고 부르는 이유가 바로 이러함 때문이 아니었던가요? 원인을 명확히 밝힐 수 있을 때 우리는 그에 대한 대안을 생각할 수 있습니다. 

공동체의 삶과 공동선을 수용하는 공동체적인 호모 폴리티쿠스 체제가 정립되어야 한다고 많은 학자들과 정치인들은 늘 강조하고 있지만 특정당 중심의 이데올로기를 벗어나지 못하는 형국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지금 위기를 초래한 현상의 봉합이 아니라 이 현상을 뒷받침할 체제를 바꿔야만 합니다. 

희망과 행복 안겨주는 '정치' 소원

           가장 밝은 모습의 한가위 보름달.
           가장 밝은 모습의 한가위 보름달.

그렇지 않으면 양당 구도의 정치 체제와 지역주의 구도를 먹잇감으로 삼는 거대 공룡정치의 족쇄에서 탈피하지 못할 것입니다. 다양성과 다원성을 보편적 가치로 여기는 민주정치의 근간을 존중하며 정치적 패러다임의 근본적 전환이 없다면 이 위기와 불안은 계속 되풀이될 것입니다.

정치 풍토와 체제를 새롭게 만들어야 합니다. 그 주체는 유권자, 즉 국민이어야 합니다. 새로운 민주적 가치와 공동체적인 호모 폴리티쿠스를 위한 일대 전환 없이는 이 불안과 위기를 벗어날 수 없습니다. 

          구름과 함께 서서히 사라지는 한가위 보름달.
          구름과 함께 서서히 사라지는 한가위 보름달.

100년 만에 우리 앞에 모습을 드러낸 한가위 보름달 앞에서 많은 사람들이 행복을 소원한 것도 따지고 보면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입니다. 차제에 국민에게 희망과 행복을 안겨주는 정치, 진정한 민주정치가 되기를 거듭 소원합니다. 

/박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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