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지역, 다른 언론-‘볼만한 뉴스’(14)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이 8일(현지시간) 96세를 일기로 서거하면서 전 세계가 깊은 애도에 잠겼다. 미국 백악관은 조기를 게양했고, 프랑스는 에펠탑 조명이 꺼지며 애도와 경의의 시간을 가졌다. 

전쟁 중인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도 영국 왕실에 조전을 보내 애도를 표했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여왕의 서거 소식은 깊은 슬픔”이라며 “우크라이나 국민을 대신해 이 돌이킬 수 없는 상실에 대해 영국 전체와 영국 연방에 진심으로 애도를 전한다”고 밝혔다. 

추석 연휴 시작과 함께 ’여왕 서거‘..."경의·애도" 속보 경쟁  

국제신문 9월 9일 인터넷신문 기사(홈페이지 갈무리)
국제신문 9월 9일 인터넷신문 기사(홈페이지 갈무리)

2차 세계대전 이후 영국은 물론 '세계 현대사의 한 챕터가 끝났다'는 평가가 주목을 끈다. 특히 외신들은 8일 이후 “1926년생인 여왕은 25세에 갑자기 왕관의 무게를 넘겨받았으며 70년 재위 기간 변함없는 모습으로 역할에 충실했다”며 “고령에도 냉철한 판단력, 유머, 친화력을 잃지 않아 영국 국민의 존경과 신뢰를 얻었다”고 찬사를 보내며 경의와 애도 소식을 속보로 연이어 전달했다. 

국내에서도 추석 연휴가 시작되던 첫날 이 같은 소식이 헤드라인 뉴스로 올랐다. 전날 이미 추석 특집호 지면을 발행한 신문들도 인터넷판에 이 같은 소식을 대대적으로 전하면서 세계 언론들의 보도 내용에 주목했다. 

서울뿐만 아니라 지역 언론들도 발빠르게 엘레자베스 2세 여왕의 서거 소식과 함께 여왕의 일대기를 연휴 첫날 자사 인터넷판에 올린 신문사들이 많았다. 부산일보, 국제신문, 영남일보, 전남일보, 강원일보 등은 96세로 서거한 여왕의 생전 업적과 찰스 왕세자 왕위 계승 소식을 통신사 사진과 함께 비중 있게 다뤘다.

특히 지역 언론들은 김대중 전 대통령과 경북 안동 하회마을과의 인연을 주된 의제로 다루며 당시 모습들을 추억했다. 

’1999년 안동 하회마을 방문‘ 인연 부각 

영남일보 9월 9일 인터넷신문 기사(홈페이지 갈무리)
영남일보 9월 9일 인터넷신문 기사(홈페이지 갈무리)

특히 영남지역 일간지들은 1999년 4월 한국을 방문했을 당시 엘리자베스 여왕이 경북 안동 하회마을을 찾아 73세 생일상을 받은 일을 회상하며 당시 관련 자료들을 경쟁적으로 보도했다. 영남일보는 9일 ‘[엘리자베스 英여왕 서거] 안동 하회마을서 '생일상' 한국과 인연’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두고두고 회자하며 한영 관계사에도 자양분과 같은 인연이 됐다”고 당시 모습을 떠올렸다. 

지역 언론들의 관련 보도 내용을 종합하면, 엘리자베스 여왕은 1999년 4월 19일부터 22일까지 김대중 당시 대통령 내외의 초청으로 3박 4일간 한국을 국빈 방문했다. 특히 73세 생일인 4월 21일 하회마을을 방문한 엘리자베스 여왕은 담연재에서 안동소주 명인인 조옥화(2020년 별세) 여사가 마련한 성대한 생일상을 대접받고 축배를 드는 등 한국의 전통 환대를 경험했다.

여왕은 당시 안동에서 봉정사도 방문하고, 하회별신굿탈놀이를 관람하고 고추장과 김치 담그는 모습을 지켜보는 등 한국 문화를 체험했다. 또한 풍산 류씨 문중의 고택 충효당을 방문했을 때는 여왕이 신발을 벗고 방 안으로 들어가는 등 한국의 예법을 존중하는 모습이 깊은 인상을 남겼다는 보도가 이어졌었다.

특히 방한 당시 엘리자베스 여왕은 하회마을뿐 아니라 서울 인사동 거리를 방문하고 이화여대를 찾는 등 한국 국민들을 직접 만나는 일정 등을 가졌다는 내용도 부각됐다.

“1952년 당시 영국민이 알고 있던 한국과 많이 다르다”

강원일보 9월 9일 인터넷신문 기사(홈페이지 갈무리)
강원일보 9월 9일 인터넷신문 기사(홈페이지 갈무리)

여왕은 당시 김대중 대통령 내외가 청와대 영빈관에서 마련한 국빈만찬 답사에서 "오늘 보는 한국은 제가 왕위에 오른 1952년 당시 영국민이 알고 있던 한국과 많이 다르다"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국제신문은 이날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누구...'대영제국'의 상징’의 기사에서 여왕의 일대기를 정리해 전달했다.

신문은 기사에서 “여왕은 1926년 4월 21일 런던에서 태어났다. 본명은 엘리자베스 알렉산드라 메리 윈저이고 가족들은 ‘릴리벳’이라고 불렀다”며 “그녀의 운명이 바뀐 것은 1936년인데, 큰아버지 에드워드 8세가 이혼 경력이 있는 미국 평민 출신과 스캔들로 왕위를 포기하면서 갑자기 아버지 조지 6세가 즉위하고 왕위와는 거리가 멀던 여왕은 승계 서열 1위로 올라섰다”고 회고했다.

“자손 불행했지만 70년간 전 세계 사랑과 존경 받은 인물”

부산일보 9월 9일 인터넷신문 기사(홈페이지 갈무리)
부산일보 9월 9일 인터넷신문 기사(홈페이지 갈무리)

이어 “여왕은 자녀들 문제로 골치를 앓았다”는 기사는 “아들 찰스 왕세자의 결혼과 이혼은 세기적 스캔들이 돼버렸고, 며느리 다이애나비가 왕실 인기를 높였지만 부부 사이가 좋지 않았고, 결국 1996년 이혼했다”면서 “그 와중에 후계자인 찰스 왕세자가 커밀라 파커 볼스와 불륜 관계인 것이 드러나 비난을 샀으며, 특히 다이애나비가 비극적으로 사망한 뒤 여왕이 입장을 바로 내지 않았다가 비난이 거세져 위기를 맞았다. 앤드루 왕자는 미성년자 성폭행 의혹으로 망가졌고, 손자 해리 왕자는 왕실을 뛰쳐나갔다”고 자손들의 불행한 과거를 들추기도 했다.

전남일보와 강원일보는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서거’,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 96세로 서거…찰스 왕세자 왕위 계승’이란 제목의 기사를 각각 자사 인터넷신문에 중요 의제로 올려다. 이들 신문은 ‘영국 현대사의 상징', '최장기 재임 군주' 등을 부각시키면서 “1952년 26세의 나이로 즉위한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은 70년간 영국은 물론 전 세계에서 사랑과 존경을 받아온 인물”로 평가했다.

전남일보 9월 9일 인터넷신문 기사(홈페이지 갈무리)
전남일보 9월 9일 인터넷신문 기사(홈페이지 갈무리)

이들 신문은 기사에서 “왕위 계승자인 큰 아들 찰스 왕세자가 즉시 국왕의 자리에 올랐다”는 내용도 강조했다. 여왕은 지난해 4월, 70여년 해로한 남편 필립공을 떠나보낸 뒤 급격히 쇠약해졌으며 10월에는 하루 입원을 하고 올해 초에는 코로나19에 감염되기도 했다. 최근엔 간헐적인 거동 불편으로 지팡이를 짚고 일정을 임박해서 취소하는 일이 잦았다. 

한편, 영국 왕실은 찰스 왕세자가 국왕 자리를 자동 승계해 찰스 3세로 즉위한다고 밝힘에 따라 찰스 3세는 이미 공식적인 영국의 국왕이지만 관례에 따라 대관식은 몇 개월 뒤에나 열릴 것으로 보인다. 영국 정부는 '런던브리지 작전'으로 명명된 여왕 서거 시 계획에 따라서 절차를 진행하며, 국장은 여왕 서거 후 10일째 되는 날에 치러질 예정이다. 

/박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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