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구의 '생각 줍기'

벌초는 처서가 지나면 후손들이 조상님 묘소에 가서 여름에 많이 자란 풀을 깎고 무너진 흙을 정비하던 풍습에서 유래했다고 합니다. 효심을 표하고 가족 간 우정을 다질 수 있는 좋은 전통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앞으로 저출산 핵가족으로 어느 집이나 벌초할 자손이 적다는 점입니다.

자식이 하나뿐인 분들은 형제가 없어서 함께 벌초할 사람도 없을 뿐 더러 연락할 친척도 마땅치 않아 막막한 경우가 대다수라고 합니다. 그래서 요즘은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으면 벌초 대행업체에 맡겨서 조상님 묘소를 벌초하는 경우도 많은 것 같습니다. 요즘은 벌초 방식을 두고도 부모와 자식 세대가 갈등을 겪기도 하는 부분입니다.

그런데 뼈대 있는 집안은 벌초 대행은 불효라며 남의 손을 빌리지 말고 직접 하는 게 전통이다 보니 경험이 없는 자손들은 벌초하는데 힘들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벌초가 초보자에게는 결코 쉬운 작업이 아닙니다. 예초기가 워낙 무겁고 위험해 하루 종일 벌초를 하고 나면 다음 날 팔이 덜덜 떨려 숟가락질도 못할 정도이니 말입니다. 

또 저 같이 딸 하나만 있는 집은 앞으로가 걱정이 더 많습니다. 왜냐하면 조선의 유교문화에선 처가나 외가의 벌초는 안 하는 게 불문율이라고 하는데 이런 문화는 개선되어야 합니다. 저희 집안의 경우도 여동생 남편인 매제가 처갓집인 우리 집에 와서 같이 벌초를 하고 있고, 저희도 외가의 벌초를 외사촌과 같이 하고 있는데 옛날 유교의 문화는 개선되어야 합니다. 

남자들은 처가의 묘소에 가서 벌초도 하지 말라고 하면서, 여자들은 시집을 가서 남편 조상님 제삿상을 차려주고 있는데 이런 고지식한 유교전통은 상당히 불평등하고 불합리한 것 같습니다. 이러한 벌초와 관련된 갈등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가족이나 종중 차원에서 ‘결단’을 내려야 합니다.

예를 들어 묘지를 개장한 뒤 가족 또는 종중 납골당을 만들거나, 아니면 관리를 대신해주는 공원묘지로 옮기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우리 문화에서 가장 큰 불효는 오랫동안 조상님 묘소를 돌보지 않아 거칠게 된 ‘묵뫼’를 만드는 건데, 앞으로 상당수 묘지가 그렇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한 화장(火葬) 문화가 일반화된 만큼 자기 집 화단이나 자투리 땅 등 가까운 곳을 장지로 활용하는 것도 좋을 거 같고, 아니면 요즘 많이 선호하는 수목장을 생각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어쩌튼 지금 기성 세대들이 결단을 내려서 다음 세대 후손들이 조금 더 자유로워 졌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글·사진=이화구(CPA 국제공인회계사·임실문협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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