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이슈
26일 방송된 KBS1TV '자연의 철학자들' 23회는 '자연에 스며들다' 편으로 욕심부리지 않는 자연을 닮고자하는 '정주하·이선애 부부'의 철학을 만나본 프로그램이었다.
그러나 이날 방송된 프로그램의 출연자 중 정주하 씨의 과거 허위이력 기재 논란이 꼬리에 꼬리를 물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시청자들은 방송 전부터 방송사 홈페이지에 “학력위조, 악성 민원 등 마을 갈등 조장 장본인, KBS가 미화해서는 안 돼”, “자연의 철학자 23회 중지요청” 등의 민원을 잇따라 제기해 시선을 끌었다.
다큐 ‘자연의 철학자들’ 출연자, 백제예술대 교수채용 시 허위이력 기재 논란

그러나 이날 예정대로 프로그램이 방송됐지만 출연자에 대한 논란은 가라 앉지 않고 있다. 자연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조명하는 KBS1TV 다큐프로그램 ‘자연의 철학자들’ 출연자 중에는 전북지역의 한 대학 교수 채용 과정에서 허위이력 기재로 논란이 되었던 인물이란 점에서 지역에서도 관심이 뜨거웠다.
이에 대해 미디어오늘은 26일 관련 기사에서 “전북완주경찰서에 따르면, 26일 방영예정인 KBS1TV ‘자연의 철학자들’ 23회 ‘자연에 스며들다’ 출연자 A교수는 1996년 백제예술대학교 사진학과 교수 채용 당시 이력서에 허위 이력을 기재했다”며 “A씨는 쾰른응용과학대학(Köln Fachhochschule)을 졸업했으나, 쾰른대(Universität zu Köln) 예술대학 사진학과를 졸업한 것으로 채용 당시 이력서에 기재한 것으로 밝혀졌다”고 전했다.
이어 기사는 “수사 과정에서 A교수는 ‘쾰른대응용과학대학을 졸업했지만, 독일 학제와 우리나라의 학제 차이 때문에 오해를 줄이기위해 쾰른대라고 기재했다”며 “학력에 대한 독일대사관의 증명서도 제출했다’고 진술했다”고 밝힌 뒤 “참고인으로 소환된 학교 교직원들도 A교수가 쾰른대학이 아니라 쾰른응용과학대학을 졸업했다는 사실을 당시 학교에서도 인식하고 있었을 것이라고 진술했다”고 덧붙였다.
"사학 비리 규탄"...시민사회 비판 확산

또한 “경찰은 A교수가 학력을 속일 고의가 있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보고, 채용일시로 확인되는 1996년 9월1일부터 업무방해죄의 공소시효인 5년을 경과한 후 고발이 제기되었음을 이유로 공소권 없음을 결정했다”는 기사는 “A교수는 직접 저술한 사진책과 한국예술디지털아카이브 홈페이지 등에도 ‘쾰른대’라고 이력을 표기하면서 출판과 전시활동을 지속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부패방지국민운동총연합과 공공운수노조연맹은 지난 4일 완주군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해당 교수는 그동안 허위학력으로 학생과 학부모를 속인 행위에 대해 깊이 사죄하고 사퇴하여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야 할 것이고, 학교도 이를 방조한 행위에 대하여 응분의 책임을 지는 것이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백제예술대 앞에서는 ‘사학 비리 규탄’ 시위가 수차례 진행됐다.
백제예술대 교수의 학력 위조 의혹과 관련해 사법당국의 수사가 진행된 가운데 ㈔부패방지국민운동총연합에 이어 민주노총 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연맹까지 진상규명 촉구를 위한 대열에 가세해 시선을 모았다.
[해당 기사]
점점 커지는 "백제예술대 교수 채용 비리 진상규명 촉구" 목소리
9일 민주노총 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연맹은 산하 전북지역본부 및 학교비정규직 충북지부 등 관계 연맹과 연계하여 백제예술대 정문 앞에서 교수 채용 비리를 규탄하는 기자회견과 다큐프로그램 ‘자연의 철학자들’ 출연자 중에는 전북지역에서 교수 채용시 허위이력 기재로 논란이 되었던 인물에 대학 측의 책임 있는 자세를 요구하는 목소리를 높였다.
“채용 비리, 대학 측 바로잡지 않고 두둔”
이들 단체는 "학교 측과 해당 교수 사이에 채용 비리는 물론 사학 비리에 연루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게 할 정도로 대학은 해당 교수의 학력이 허위라는 사실이 밝혀졌음에도 처벌과 이를 바로잡지 않고 오히려 그를 두둔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또한 단체는 "개인의 학력 위조를 넘어선 사학비리와 부정부패인 이번 사안이 바로 잡히지 않는다면 민노총 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연맹은 전북지역본부 및 관계 연맹과 연대한 강력한 투쟁으로 확대해 나갈 방침"이라고 경고했다.
이들 단체에 따르면 백제예술대학교 홈페이지에는 해당 교수에 대해 '독일쾰른대학교(Universität zu Köln, 1388년에 개교한 명문대) 자유예술대학 사진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은 것'으로 소개돼 있고, 그간 해당 교수의 저서나 활동시 이력도 동일하지만 사실과 다르다는 주장이다.
한편 KBS 홈페이지 ‘자연의 철학자들’ 시청자 게시판에는 방송 전부터 프로그램 중단 요구가 빗발쳤다. 23화 예고편이 게재된 23일부터 올라온 항의 글은 약 160여 건에 달했다. 시청자들은 게시글을 통해 “26일 방송예정인 ‘자연의 철학자들’ 프로그램 방송 철회를 요청드립니다”, “해당 방송분에 소개되는 인물의 비도덕성과 환경운동을 핑계로 악성 민원 제기등의
이중적인 모습은 프로그램 취지에 맞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출연하는 교수는 환경운동의 가면을 쓴 두 열굴의 사람입니다.”, “학력위조뿐만 아니라 수 많은 악성 민원을 넣으면서 마을에 갈등을 조장하고 있는 장본인”, “KBS가 그런 사람을 미화하는 방송을 하지 않기를 기대한다”, ”국민의 세금을 한 개인의 거짓을 숨기고 위장하는데 이용하지 말아달라”는 등의 글이 쇄도했다.
“출연 배제할 이유 없다” 예정대로 방송, 그러나...

한편, KBS1TV ‘자연의 철학자들’ 제작진은 26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A교수의 출연을 배제할 이유가 없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미디어오늘은 해당 기사에서 “여러 정황을 검토한 결과, 독일과 한국의 학제 차이에서 비롯된 것으로 판단한다"며 "대학교육협의회에서 매년 고등교육통계를 내는 해외유학생의 최종학력을 표준화하는 시스템에서도 영어 직역시 ‘쾰른대학교’로 표기하고 있다”고 제작진의 입장을 전했다.
또한 기사에서 제작진은 “백제예술대 사진학과 A교수의 허위 학력 기재 논란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있어왔으나, 해당 대학 측에서도 이미 ‘문제없다’고 결론을 내린 바 있고, 최근 경찰에서도 고발사건에 대해서 공소시효가 지나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지었다”면서 "A교수는 환경운동을 하면서 전북 완주군 신흥계곡 개발을 둘러싸고 모 종교단체와 오랫동안 갈등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번 방송에서는 11년째 귀촌해서 살고 있는 A교수의 일상을 담고 있다. 신흥계곡을 둘러싼 갈등을 다루는 내용은 전혀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방송에서는 전북 완주군 경천면에는 귀촌 로망을 이룬 부부로 소개한 정주하 씨(65)와 아내 이선애 씨(61)의 귀촌 11년 차 생활을 50분 동안 조명했다. 방송은 “그저 땅속 씨앗들이 소중한 싹을 틔우기만을 바라는 부부는 하나씩 더 배워간다”며 “완주군 원정산에서 시작되는 약 80km의 만경강. 정주하·이선애 부부가 함께 이곳을 찾았다”고 소개했다. 그러나 시청자들의 분노는 쉽게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박주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