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직의 축구 이야기
전북 현대가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에서 다시금 승전보를 전했다. ACL 8강전에서 난적 비셀 고베를 만나 3:1로 꺾고 준결승에 선착했다. 경기는 8월 22일 오후 4시 일본 사이타마현의 ‘사이타마 2002 스타디움’에서 열렸다. 16강전 대구와의 경기에 이어 다시 연장까지 가는 혈투였다. 빡빡한 일정 속에 쉽지 않은 승리를 따낸 전북은 오는 25일 저녁 7시 30분 같은 장소에서 준결승을 치르게 된다.
전북의 외국인 공격수 구스타보와 바로우가 빛을 발했다. 두 선수는 각각 1골 1도움으로 맹활약하며 팀을 4강으로 이끌었다. 김상식 감독의 작전과 용병술도 돋보였다. 후반에 승부수를 띄우고 연장까지 대비한 것이 주효했다. 무엇보다 반드시 이기겠다는 전체 선수들의 의지와 열정이 만들어낸 값진 승리였다.
고베 선제골, 2분 뒤 전북 동점골...연장전에 두 골 몰아쳐 3:1 승리

전북은 4-2-3-1 포메이션으로 시작했다. 송민규가 최전방에 위치하고 바로우 김보경 한교원이 공격을 책임졌다. 백승호 맹성웅이 중원에 서고, 김진수 박진섭 윤영선 김문환이 수비진을 형성했다. 지난 16강전에 이어 이범수가 골키퍼 장갑을 꼈다. 구스타보 문선민 김진규 등은 벤치에서 대기했다.
이에 맞선 고베는 인천 유나이티드에서 뛰며 K리그 득점 선두를 달리다 이번 여름 고베로 옮긴 ‘몬테네그로 특급’ 무고사가 최전방 공격수로 나섰다. 바르셀로나와 스페인 대표팀에서 세계 최고의 미드필더로 뛰었던 안드레 이니에스타는 이날 아쉽게도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고베는 이번 시즌 J리그에서 강등권인 16위에 위치해 있어 팀 분위기가 좋지 못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앞선 16강전에서 J리그 선두 요코하마 마리노스를 3:2로 이기고 이날 전북과 상대했다.
전반은 두 팀 모두 다소 느슨하게 경기를 운영했다. 전북의 김상식 감독은 이른 시간인 27분, 김보경을 벤치로 불러들이고 김진규를 투입했다. 중원 싸움을 고려한 선택이었다. 전반전이 득점 없이 끝나고 후반 시작과 함께 한교원을 대신해 구스타보가 들어왔다. 송민규는 측면으로 옮겨가고 구스타보가 최전방에서 뛰었다. 구스타보의 높이를 앞세운 전북의 공격이 힘을 받기 시작했다.
선제골은 고베의 몫이었다. 후반 19분 유세이 오자키의 슛을 이범수가 쳐냈지만 유루키 코야가 재차 슛한 것이 골로 연결됐다. 다행히 실점 2분 뒤 전북이 곧바로 동점골을 만들었다. 구스타보의 전진 패스를 받은 바로우가 골키퍼의 다리 사이로 차넣어 득점으로 만들었다. 이후에도 바로우는 특유의 빠른 발을 이용해 연거푸 고베의 측면을 무너뜨렸다.
전북 현대, 준결승 상대 '우라' 이기면 6년 만에 ACL '결승 무대'

동점이 된 뒤 두 팀의 공방이 불을 뿜었으나 골은 터지지 않았다. 승부는 결국 연장으로 넘어갔다. 팽팽한 흐름이 이어지던 연장 전반 14분 전북의 외국인 듀오가 승부를 결정지었다. 바로우의 크로스를 구스타보가 껑충 뛰어오르며 멋진 헤더로 역전골을 터트렸다.
연장 후반 추가 시간에는 문선민이 고베의 공세를 전북 문전에서 끊어낸 뒤, 단독 드리블 끝에 고베의 텅빈 골문에 쐐기골을 꽂아 넣었다. 문선민은 특유의 ‘관제탑 세리머니’를 펼치며 기쁨을 만끽했다.
한국 축구는 최근 일본과의 각급 대표팀 경기에서 잇달아 큰 점수 차이로 패하며 축구팬들의 실망을 불렀다. 이날 전북이 고베를 잡음으로써 한국 축구와 K리그의 저력을 보여줬다. 특히 전북은 리그에서 선두 울산과의 승점 차를 좀처럼 좁히지 못하는 상황에서 ACL 챔피언에 바짝 다가서게 되었다. 이제 한 경기만 더 이기면 결승전 무대다. 전북은 지난 2006년과 2016년 아시아 축구를 제패한 바 있다.
전북의 준결승 상대는 태국의 BG 빠툼 유나이티드를 4:0으로 제압한 일본의 우라와 레즈로 정해졌다. 준결승 장소인 사이타마 스타디움은 극성 팬으로 유명한 우라와 팀의 홈 경기장이다. 두 경기 연속 120분을 뛴 전북 선수들이 충분히 휴식을 취한 다음, 우라와의 극성 팬들 앞에서 다시 한번 멋진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 기대를 모은다. 준결승에서 승리하는 팀은 서아시아의 최종 승자와 내년 2월에 홈 앤드 어웨이 방식으로 결승전을 갖게 된다.
/김병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