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서울에서 기록적인 폭우가 발생했다. 또한 지방도 서울만큼은 아니지만 많은 비가 내려 재산과 인명 피해가 크다. 그런데 문제는 이처럼 많은 폭우가 앞으로 자주 발생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이 전망하고 있다.

기상 이변이 왜 발생하는 것일까? 이에 대한 조언을 들어보기 위해 지난 18일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KBS 신관에서 이정훈 KBS 기상전문기자를 만나 기후 변화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다음은 이 기자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집중호우, 더 극심해지는 기후 변화 영향 커”

- 지난 8일 저녁 서울에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졌고 아직도 끝난 게 아니잖아요. 현재 상황 어떻게 보고 계세요?

“지난 8일 수도권에 비가 많이 왔었잖아요. 그리고 비구름이 조금씩 남쪽으로 내려가서 지난주 중반에는 충청에도 비가 많이 왔고 또 남부 지방에도 비가 많이 왔고요. 17일은 제주도에 비가 많이 왔습니다. 그렇다고 중부 지방은 완전히 끝난 게 아니고 또 비 소식이 있어서 앞으로도 당분간 많은 비에 대비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 비구름이 쭉 내려온 거잖아요. 그럼 북한에도 폭우가 있었나요?

“북한에도 비가 많이 왔습니다. 중부지방 오기 전에 북한에서 먼저 비구름이 만들어져서 북한에 먼저 많은 비를 쏟고 점점 내려왔습니다.”

- 그럼 어느 정도 폭우가 예상 되겠네요?

“어느 정도는 예상이 되긴 했었는데 사실 지난주에 서울에 시간당 140mm가 넘게 왔었잖아요. 어느 정도 많은 비가 올 거라는 예상은 됐지만 이렇게 기록적인 폭우가 내릴 거라고는 이번에 예측이 되지 못했습니다.”

- 같은 비구름 아닌가요?

“북한에서부터 만들어져 내려오기는 했지만, 이 비구름이 한 지역에 오래 흐른 기간 머물면 그 지역에 많은 비가 내리게 되거든요. 같은 비구름이더라도 빠르게 훑고 내려온 지역에서는 비의 양이 적지만 지난번에 서울에서처럼 한 군데에서 오래 머무르면 비가 많아지게 됩니다.”

- 서울이라도 강남에 폭우가 왔지만 상암동 쪽은 비가 별로 안 온 거로 알거든요. 왜 차이가 있죠?

“이번 비구름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북쪽에서 내려온 찬 공기와 남쪽에서 올라온 더운 공기로 서로 다른 두 공기가 충돌해서 비구름이 만들어졌는데 그사이에 틈이 굉장히 좁았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서울에서도 한강의 남쪽에서는 기록적인 폭우가 왔지만, 그 시간대에 한강의 북쪽에서는 거의 비가 내리지 않는 그런 현상이 발생하게 됐습니다.”

“대기 중 비의 재료가 되는 수증기 워낙 많아지다 보니까 한 번 쏟아지면 훨씬 많은 양”

- 이렇게 많이 온 이유는 뭐예요?

“올해의 특징일 수도 있고 전체적인 기후 변화의 큰 특징일 수도 있는데요. 올해의 특징 같은 경우는 이례적으로 북쪽에서 빨리 찬 공기가 내려왔습니다. 그러다 보니 남쪽에서 버티는 북태평양 고기압과 사이 틈이 좁아질 수밖에 없었겠죠. 그리고 기후 변화적인 측면에서 말씀 드리자면 온난화로 지구의 기온이 점점 오를수록 바다에서 더 많은 수증기가 증발하게 되죠. 그럼 대기 중에 더 많은 수증기가 존재하게 되겠죠. 여기에 기온이 올라가면 공기 중에서 머금을 수 있는 수증기의 양이 더 늘어나게 됩니다. 즉 대기 중에 비의 재료가 되는 수증기가 워낙 많아지다 보니까 비가 한 번 쏟아지면 훨씬 더 많은 양이 내릴 수 있게 됩니다.”

- 가장 큰 건 기후 위기인가요?

“사실 어려운 문제입니다. 아마 전문가들에게 물어보면 아직 답하기 어렵다고 할 겁니다. 왜냐하면 이런 것들이 꼭 기후 변화가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선에서는 한 번씩 생길 수 있는 이벤트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다만 집중호우라는 이벤트가 더 극심해지는 부분들에 있어서는 기후 변화의 영향이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 언론에서 이번 폭우를 115년 만에 처음이라고 하잖아요. 기상관측 이래 처음이란 건지 아니면 이런 폭우가 115년 전에 있었단 건가요?

“서울지역의 기상관측을 시작한 게 1907년인데요. 그 당시에 이렇게 많은 비가 왔다는 건 아니고 1907년에 서울에서 공식적인 기상관측을 시작한 이후로 지금까지 이렇게 강한 비가 내린 적이 없었다는 의미입니다. 근데 여기에 주의해야 될 필요가 있는 게 당시 서울에 관측소가 딱 한 군데밖에 없었잖아요. 그런데 지금은 구별로 하나씩 있거든요. 예전에 관측소가 하나밖에 없었다 보니까 이것보다 많은 비가 내려도 잡아내지 못했을 수도 있는데 그렇더라도 이번 비가 굉장히 기록적이고 이례적인 비인 거는 분명한 사실입니다.”

“2~3일 사이 500mm...115년 기상관측 사상 처음”

- 그럼 115년 만이라고 하는 것보다 기상관측 이래 처음이라고 하는 게 맞지 않나요?

“맞습니다. 그런 측면이 있어서 정확하게 표현을 쓰자면 ‘115년 기상관측 사상 처음이다’라고 하는 게 가장 정확한 표현이 아닐까 싶습니다.”

- 비가 얼마나 온 건가요?

“서울의 서초구 같은 경우 사실 거의 2~3일 사이에 500mm 이상이 왔는데 이 정도면 여름 장마철 내내 오는 비보다 더 많이 왔다고 보시면 됩니다. 장마철 전체 평균 강수량이 보통 한 300mm대거든요.”

- 아까 이렇게 올 줄 몰랐다고 하셨잖아요. 그럼 어느 정도 예상하셨어요?

“기상청에서 이틀 전에 냈던 예보는 서울에 최대 300mm 이상이라고 했었고 바로 당일 나온 예보에서는 서울 지역 같은 경우는 100~250mm 정도라고 얘기를 했었거든요. 바로 전에 냈던 예보보다는 거의 2배 정도 많은 비가 왔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 기상관측이 잘못한 건가요. 아니면 변수가 생긴 건가요?

“사실 아주 많은 비 같은 경우 기상청에서는 이렇게 얘기를 합니다. 이번 예보처럼 300mm만 해도 굉장히 많은 비지 않습니까. 300mm 이상이면 400mm가 올지 500mm가 올지 예측하는 건 사실 좀 어려운 일이라서 300mm 이상 예보를 했다는 것 자체가 방재 측면에서 굉장히 큰 피해를 줄 거로 예상한다는 의미라고 얘기를 하는데요. 일반인들이 느끼기에 숫자로 봤을 때는 정도의 차이는 분명히 있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 기자님은 계속 기상청 취재하시잖아요. 기상청의 답변 맞나요?

“기상청 편 드는 것은 아닙니다만 어느 정도 이해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기후 변화로 인해서 전에 없었던 현상들이 발생하는 측면도 분명히 있고요. 하지만 그렇더라도 이렇게 변화하는 기후 변화 양상에서 기상청도 조금 더 정확하고 조금 더 재난이 발생할 수 있는 상황에서 좀 더 시민들에게 잘 전달할 수 있는 더 큰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2차 장마라는 표현이 나와요. 2차 장마라는 표현 처음 들어본 거 같거든요. 2차 장마는 어떻게 나온 건가요?

“사실 가을장마라는 표현을 많이 썼었죠. 여름철 날씨를 전반적으로 말씀드리면 더운 공기가 점점 확장하다 보니 그때 장마전선이 북상하면서 머물며 우리나라에 비를 뿌리는 게 장마고요. 더운 공기가 더 올라가서 완전히 한반도를 장악하면 그때 폭염기에 접어듭니다. 그러고 가을로 넘어갈 때 찬 공기가 내려오면서 다시 비구름이 훑고 지나가는 게 그전에 알고 있던 가을장마거든요.

근데 가을장마라는 게 우리가 아는 보통 장마랑와 조금 다릅니다. 그해 그해 성격이 많이 달라요. 어떨 때는 기간도 길고 비가 꽤 많이 오기도 하는데 어떤 해는 아예 없는 해도 있고요. 나타나는 시기도 보통은 8월 말에서 9월 초지만 올해처럼 8월 초순에 시작했으니 가을이라고 부르기 이를 정도에 시작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렇다 보니까 표현을 가을장마라고 하기가 좀 그런 거예요. 그래서 기상청의 장마 백서를 보면 2차 우기(가을장마)라는 식으로 쓰기도 하고요. 그래서 처음에 오는 여름 장마와 구분해 이걸 가을장마 또는 2차 장마라고도 표현합니다. 그런데 사실 기상청은 이번 비를 2차 장마라고 말하기 어렵다고 했었어요.”

“과학자들 입장과 실제로 느끼는 국민들 입장 사이에 차이 존재” 

- 왜요? 

“시기적으로 너무 이르다 보니까 남쪽의 더운 공기가 다시 또 올라올 수도 있다는 건데요. 원래 2차 장마나 가을장마는 찬 공기가 내려오면서 이 비구름이 쭉 훑고 지나면 가을이 오는 시기가 되기 때문인데, 올해 같은 경우 너무 이르다 보니까 이게 한번 내려왔다가 또다시 올라갈 수도 있다는 거예요. 또다시 내려오면 이거는 3차 장마라고 할 거냐는 식으로 얘기하면서 기상청은 이번 비를 2차 장마라고 하기 어렵다고 했었습니다.

그런데도 언론이 2차 장마라고 쓴 이유는 장기간 많은 비가 집중되는 현상을 두고 아직 불확실하다는 이유로 쓰지 않는 것보다 국민들이 이해하기 쉽고 거기에 대해서 대비를 할 수 있도록 재난의 측면을 강조하기 위해서 2차 장마라는 표현을 썼습니다.”

- 이전에도 8월 초에 비가 많이 온 적 있는 걸로 알거든요. 그러나 그땐 장마라고 안 한 것 같거든요. 예전에 안 오다가 왔으면 모르겠는데 비 많이 온 적 있는데 굳이 2차 장마라고 할 필요가 있었을까요?

“그것도 여러 기상학자와 기상청도 많이 고민하는 부분인데요. 이번에도 기상청에서 장마가 끝났다고 한 지 얼마 안 돼서 태풍도 오고 또 바로 저희가 2차 장마라고 썼듯이 비가 어찌 보면 중간에 끊어지지 않고 거의 계속 온 셈이지 않습니까. 그러다 보니까 굳이 앞에 장마를 끊고 또 2차 장마라는 얘기를 만들어야 되냐는 얘기도 충분히 있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기상학자들도 이렇게 장마 뒤 8월에도 비가 많이 오는 이런 것들 때문에 아예 우기라는 용어를 도입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논의가 십수 년 전부터 계속 있어 왔고요. 이게 과학자들의 입장과 실제로 느끼는 국민들의 입장 사이에 차이가 존재하다 보니까 쉽사리 의견이 하나로 안 모아지고 있습니다.”

- 우기라고 해야되는 거 아니냐는 말도 있다고 하셨는데 제가 알기로 우기 건기는 동남아 쪽 날씨인데 그게 우리나라로 온 건가요?

“맞습니다. 우기는 주로 열대 지방에서 분명히 뚜렷이 구분되는 우기와 건기가 있을 때 쓰는 표현인데 우리나라가 그렇다고 아열대화가 됐다는 건아닙니다. 그런데 과거에 나타나던 장마라는 특징이 조금 흐려지다 보니 지금의 이 현상을 일반인들에게 이해시킬 용어가 적당하지 않은 상황이 돼버렸습니다. 장마와 폭염기, 단순히 이렇게 나뉘어지는 게 아니라 장마 이후에 폭염기 사이에도 말씀하신 태풍이든 소나기든 2차 장마든 이런 것들이 자주 와서 장마 이후에 강수량도 늘어나다 보니까 이걸 다 같이 묶자는 의미이지 우리나라가 동남아 같은 기후 패턴으로 완전히 바뀌었다는 개념과는 조금은 차이가 있습니다.”

- 아직은 아닌데 20~30년 후엔 그럴 가능성 있지 않나요?

“미래에 어느 정도는 남쪽의 더운 기후대가 분명히 북상하기는 할 겁니다. 그런데 동남아시아 와 우리나라의 기후대는 차이가 커서 동남아시아의 기후대가 우리나라까지 수십 년 내로 북상할 가능성은 그렇게 크지는 않습니다.”

“2050년까지 탄소 중립 이뤄서 더 이상의 기온 상승 억제한다면 파국은 피할 것”

- 앞으로 이런 국지성 호우가 반복될 거란 전망도 있던데.

“맞습니다. 기온이 높아질수록 대기가 머금을 수 있는 수증기의 양은 점점 더 늘어나고 수밖에 없습니다. 앞으로도 기온은 점점 더 오를 거라는 게 거의 뒤집을 수 없는 사실이기도 하고요. 기온이 점점 더 올라가게 되면 분명히 대기가 머금을 수 있는 수증기의 양이 많아지기 때문에 비가 오면 한 번에 폭우가 쏟아질 수 있는 환경이 갖춰지게 됩니다. 사실 1년에 내릴 수 있는 전체 비의 양에 대해서 이견이 있습니다. 1년에 내리는 전체 비가 늘진 않지만 기후변화로 점점 기온이 높아지면 한 번에 내릴 수 있는 집중호우의 빈도는 늘어날 거라는 게 거의 공통된 예측이거든요. 그래서 말씀하신 것처럼 미래에 이런 폭우는 점점 더 잦아질 거라는 게 많은 기후학자의 분석입니다.”

- 방법 없이 이렇게 살아야 하나요?

“물론 지금까지 기후 변화의 원인은 인류가 배출한 온실가스 때문이죠. 온실가스 배출을 줄여나가는 것이 그나마 기상 이변을 최소화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하지만 이미 너무나 많은 양을 배출했기 때문에 앞으로 향후 수십 년간은 극단적인 기상 현상이 분명히 더 잦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근데 지금이라도 줄여야지 그나마 더 미래에 극한 강수가 많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더 악화해 파국으로 치닫는 걸 막을 수 있습니다.

- 이미 늦은 거 아닌가요?

“물론 그렇게 비관적으로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여러 전문가가 2050년 탄소 중립을 이야기하면서 지구의 기온 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 도선으로 막자고 얘기하지 않습니까. 물론 앞으로 10년 이내에 1.5도 상승에 도달할 거라는 얘기들도 많습니다. 근데 그렇더라도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이뤄서 그 이상의 기온 상승을 억제한다면 적어도 지구가 가지고 있는 스스로 복원하려는 성질을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이 기후 변화가 정말 파국으로 가는 건 막을 수 있을 거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이영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