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준만의 명언 에세이
“그 어떤 질문도 하지 말고 듣기만 하라.” 고대 그리스 철학자 피타고라스(Pythagoras, BC 580-500)가 주도한 교육법의 핵심 원칙이다. 피타고라스는 경청을 진리 획득의 조건으로 보았기 때문에 제자들은 5년간 수업시간 중에 그 어떤 질문도 하지 않으면서 그저 경청의 기술만을 발달시키는 교육규칙을 지켜야 했다고 한다. 피타고라스의 경청법을 한 단계 발전시킨 로마 철학자 플루타르코스(Plutarchos, 46-120)는 “학교 교육을 마친 후에도 성인 생활 내내 경청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했다.
“잘 듣는 것은 잘 말하는 것만큼이나 강력한 영향력을 미치는 의사전달 수단이다.” 미국 연방대법원장 존 마샬(John Marshall, 1755-1835)의 말이다. “거의 기적에 가까운 일을 일으킬 수 있는 말의 힘이 있어야 하듯, 남의 말을 잘 귀담아듣는 사람도, 원한다면 기적을 일으킬 힘을 가지리라.” 덴마크 철학자 쇠렌 키에르케고르(Soören Aabye Kierkegaard, 1813-1855)의 말이다.
말하는 것과 듣는 것의 특권
“말하는 것은 지식의 특권이고, 듣는 것은 지혜의 특권이다.” 미국 대법관을 지낸 올리버 웬델 홈즈(Oliver Wendell Holmes, 1841~1935)의 말이다. “단 한 명, 기꺼이 내 어려움을 이해하고 진심으로 들어주는 친구 단 한 명이 세계관 전체를 바꿔준다.” 호주 심리학자 앨튼 메이요(Elton Mayo, 1880-1949)의 말이다.
“듣기는 창의적인 힘이다. 우리는 잘 들어주는 친구와 가까이 지내려 하고 곁에 머물려고 한다. 누군가 경청해줄 때 우리는 창의적이 되고 자신을 활짝 열어 확장시킨다.” 미국 정신과의사 칼 메닝거(Karl Menninger, 1893-1990)의 말이다. “누군가의 말을 완전히 집중해서 듣고 있다면, 그것은 그 사람이 하는 말뿐 아니라 전달되는 감정까지 듣는 것이며, 부분이 아닌 전체를 듣는 것이다.” 인도 사상가 지두 크리슈나무르티(Jiddu Krishnamurti, 1895-1986)의 말이다.
이렇듯 수많은 현인(賢人)들이 경청의 필요성을 역설했지만, ‘경청학’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경청에 대해 많은 말을 한 이가 있었으니, 그는 바로 미국 심리학자 칼 로저스(Carl Rogers, 1902-1987)다. 그는 다음과 같은 경청 예찬론을 폈다.
“어떤 사람이 나를 판단하지 않고, 나를 책임지려 하거나 나에게 영향을 미치려 하지 않으면서 내 말에 진지하게 귀 기울여 들어줄 때는 정말 기분이 좋다. 누군가 내 이야기를 듣고 나를 이해해주면, 나는 새로운 눈으로 세상을 다시 보게 되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누군가가 진정으로 들어주면 암담해 보이던 일도 해결 방법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은 정말 놀라운 일이다.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던 일도 누군가가 잘 들어주면 마치 맑은 시냇물 흐르듯 풀리곤 한다.”
로저스는 “의사소통을 할 수 없는 것은 상대방을 이해하지 못하고, 그의 말에 제대로 귀 기울이지 않기 때문이다”고 했다. 그가 심리치료를 위해 사용한 ‘거울요법(mirroring)’의 핵심 규칙은 “상대방의 말을 들을 땐 맞장구를 쳐주라”는 것이었다. 예컨대, 상담자가 “오늘은 기분이 아주 개떡같아요”라고 말했다면, 치료자는 이를 받아 “아, 오늘은 상당히 기분이 나쁘신가 봐요”라는 식으로 함께 공감하고 있다는 걸 알려주는 것이다. 로저스는 은밀한 고백까지 들어주는 경청 능력을 가진 이를 ‘성장을 촉진하는 경청자(growth promoting listener)’라고 불렀다.
경청을 잘 하는 사람은 왜 드물까?
그렇다. 중요한 건 맞장구다. 꼭 말로만 맞장구를 쳐줄 수 있는 건 아니다. 눈빛으로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미국 언론인 브리짓 슐트(Brigid Schulte, 1962-)는 “당신이 관리자라면 ‘미세한 긍정(micro-affirmation)’의 힘을 기억하라”며 “사람들의 말을 경청하고, 따뜻한 관심을 표시하고, 관대하게 행동하고, 남들에게 소개를 해주고, 공정하면서도 구체적인 피드백을 적시에 해주는 것은 무의식적 편견에 맞서는 작지만 효과적인 방법이다”고 했다.
“고객이 이야기하는 동안, 그 말을 받아 적는다거나 그들에 대한 정보를 파악하고 있음을 확인시켜주는 것들을 포함해서, 당신이 열성적으로 경청하고 있다는 증거를 고객에게 전달하라.” 미국의 기업 컨설턴트 자넬 발로(Janelle Barlow, 1943-)가 [불평하는 고객이 좋은 기업을 만든다](2008)라는 책에서 한 말이다.
“소리를 내는 능력보다 듣는 능력이 더욱 중요합니다. 노래 부를 때 당신은 서로의 소리를 듣고 반응해야 합니다. 최고의 합창단은 그렇게 하죠. 그들을 탁월하게 만드는 것은 그 반응성입니다.” 어느 성가대 지휘자의 말이다. 영국 작가 마거릿 헤퍼넌(Margaret Heffernan, 1955-)은 이 말을 소개하면서 경청의 중요성에 대해 다음과 같이 역설한다.
“당신이 상급자일수록, 경청은 더욱 중요하다. 일단 리더가 말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대화를 하기보다 그에 맞춰 자신의 입장을 조정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리더가 입을 열지 않으면 사람들은 훌륭한 합창단처럼 서로에게 귀를 기울이고 반응한다. 이것이 바로 일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지는 길이자 순간이다.”
그럼에도 경청을 잘 하는 사람은 드물다. 왜 그럴까? 그 이유는 간단하다. 경청은 듣는 사람의 에너지를 많이 요구하는 힘든 일이기 때문이다. 그런 중노동에 대한 현실적인 보상을 강조하면 좀 달라질까? 미국의 자동차 판매왕 조 지라드(Joe Girard, 1928-2019)는 이런 명언을 남겼다. “당신의 능력을 알리기 위해 고객에게 많은 말을 할 필요는 없다. 성공적인 영업의 비결은 귀는 80%, 입은 20% 사용하는 것이다.”
/강준만(전북대 신문방송학과 명예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