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구의 '생각 줍기'

최근 80년 만의 기록적인 폭우로 인명 피해는 물론 가옥이 파괴되고 농산물이 홍수에 떠내려가는 등 전국에 큰 피해가 발생하였습니다. 피해를 당하신 분들께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깊은 위로의 말씀을 전하며, 또한 정부에서는 피해복구에 만전을 기하여 주시고, 또한 앞으로 발생할지도 모를 추가 피해를 막고, 국민 생명 보호에 최선을 다해주실 것도 부탁드립니다.
어제 저도 오랜만에 자전거를 끌고 천변으로 나가 수해현장을 둘러보니 천변에 있던 수목들은 거센 홍수 물결을 견디기가 버거웠는지 한쪽으로 쓰려져 있었고, 튼튼하게 보였던 인공 구조물들은 엿가락처럼 휘어졌고, 콘크리트로 만든 교각 하부구조물은 홍수에 밀려 무너졌고, 천변에 조성해놓은 주말농장은 완전히 폐허가 되어 흔적마저 찾아보기 힘들 정도였습니다.

현장을 둘러보면서 자연재해 자체를 막을 수는 없다지만, 일단은 재해가 다시 오더라도, 피해가 반복되지 않도록 대책 마련에 최선을 다하는 게 중요할 것 같습니다. 저는 강변에 무너진 교각을 바라보면서 하나 느낀 점이 있었습니다. 무너진 교각을 살펴보니 인공으로 만든 교각의 하부 슬래브 구조물은 거센 물결을 못 이기고 쓰려져 밀려나갔는데 구조물 옆으로 서있던 작은 나무는 가지들이 옆으로 쓰러지긴 했어도 뿌리가 살아있어 다시 회생할 수 있을 거 같았습니다.
인간이 만든 인공 구조물이 아무리 튼튼해도 자연을 이길 수는 없다는 생각입니다. 우리가 사는 지구촌은 수해뿐만 아니라 잦은 산불과 해안 침식 등으로 끊임없는 자연재해를 당하고 있습니다. 이런 원인은 인간들의 무분별한 난개발과 그로 인한 지구온난화와 관련된 기후변화로 인하여 재해의 발생빈도가 갈수록 잦아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 인간들은 자연을 개발의 대상으로만 볼 게 아닌 거 같습니다. 동양에서 먼 과거에는 우리 조상님들은 자연을 숭배의 대상으로까지 여겼습니다. 그러던 것이 서양의 문명이 들어오면서 자연을 개발의 대상으로 보는 시각이 팽배해지면서 난개발이 되다보니 자연재해도 증가하고 있는 겁니다.
중국의 노장사상은 도(道)를 자연으로 보고 있기도 합니다. 또한 하늘(天)이란 것도 신(神)적인 초월적인 존재로 보기보다는 자연의 운행으로 보는 즉 ‘자연지천(自然之天)’의 사상을 근본으로 하고 있으며, 중용에서도 "천지위언 만물육언(天地爲焉 萬物育焉)" 즉 천지가 바르게 자리를 잡아야 만물이 잘 자라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렇게 자연에 대하여 경외(敬畏)하는 자세는 서양의 유명한 철학자 스피노자도 “신즉자연(神卽自然, God or Nature), 자연즉신(自然卽神, Nature or God)”이라며 자연을 신격화하여 두려워하는 마음을 갖고 있었던 거 같습니다. 신(神)이 자연(自然)이라는 건지 아니면 자연 속에 신이 있다는 말인지는 중요하지 않고 우리 인간들은 자연이 신이고, 신이 자연이라는 자세로 자연을 대해야 한다는 말씀 같습니다.
저는 수해로 무너진 인공 구조물들을 바라보면서 영국의 역사학자 아널드 토인비(Arnold J. Toynbee)가 쓴 그의 명저 “역사의 연구(A Study of History)”라는 책에서 읽은 “숲으로의 회귀(The Return of the Forest)”라는 문구가 떠올랐습니다. 토인비의 주장은 인간의 자연에 대한 도전과 응전(Challenge and Response)의 과정이 사라지면 자연은 항시 원시로 회귀하면서 인간에 대한 보복을 감행한다는 겁니다.

그리고 이런 경우 인간의 자연과의 투쟁이 얼마나 처절한 것이었나를 실감케 해주며 인간의 승리(자연의 개발)에 대한 보복이 얼마나 냉혹한가를 보여주고 있다고 말합니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이 사회생활을 하면서 자연을 전혀 개발하지 않고 원시인처럼 살 수는 없으나 무분별하게 난개발을 할 게 아니라 자연환경을 보전하면서 적절한 개발을 통하여 자연과 인간이 상생할 수 있도록 개발해야 할 것 같습니다.
끝으로 인간이 지구상에서 대대손손 후손들에게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향유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 인간들이 잘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글·사진=이화구(CPA 국제공인회계사·임실문협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