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구의 '생각 줍기'

엊그제 오랜만에 막내 동생을 만나기 위해 전주에 다녀왔습니다. 청소년시절까지 전북도민으로 20여년을 살았지만 임실에서 태어나 초등학교 때 익산으로 와서 생활하다 고등학교 3년만 전주에서 보냈습니다.

고교시절 3년도 2년간은 익산에서 전주로 열차통학을 하고 3학년 때 약 10개월간 인후동에서 하숙한 세월이 전주와의 인연 전부였습니다. 그래서 비록 전북도민으로 20년을 살았지만 전주가 고향이라고 하기에는 조금은 낯선 게 사실입니다.

그래도 전주역에 내리면 항상 옛날 익산에서 전주로 열차통학하던 시절에 대한 추억 때문에 그런지 전주는 임실이나 익산 못지않게 포근한 곳입니다. 엊그제 전주에 내려갔다가 아중리저수지 인근에서 저녁식사를 하고 잠시 아중리저수지를 한 바퀴를 도는데 옛 생각이 났습니다.

얼마 전 친구가 동창회밴드에 고등학교 2학년 때(1977년도) 아중리저수지로 소풍을 가서 담임선생님을 모시고 찍은 사진을 올렸는데 당시 그 사진을 보고 지금은 아중리저수지가 어떻게 변했을까 궁금하기도 하던 차에 아중리에서 식사를 하고 호수 주변을 산책할 수 있어 추억 속으로의 시간여행을 한 셈입니다.

1977년 당시 우리가 사진을 찍었던 돌로 쌓았던 경사진 저수지뚝방은 지금은 정비가 되어 사람이 들어갈 수가 없었고, 이곳이 당시에는 농업용수로 쓰이거나 강태공들의 낚시터였는지 모르겠으나 지금은 나무데크길로 조성된 멋진 수변공원으로 변했습니다.

당시에는 고등학생들이 소풍을 갈 때면 항상 교련복(학생들이 군사훈련을 할 때 입던 제복)을 입고 '행군소풍‘을 갔습니다. 아마 그 당시가 군사정권 시절이라 그랬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러한 시절도 지금은 흘러버린 과거가 되어 우리에게 추억으로 남는 거 같습니다. 당시 전주에서 고등학교를 다닌 분들은 모두 교련복을 입고 아중리로 행군소풍을 갔던 추억이 있을 겁니다.

전주라는 도시는 전라북도의 중앙에 소재한 도청소재지로 행정, 교육, 언론, 문화예술, 관광, 비즈니스 등에 있어서 허브(Hub)의 기능을 갖추고 전라북도 내 다른 지역들과 유기적인 네트워크를 유지하고 있는 곳으로 알고 있습니다. 특히 교육에 있어서 전주에서는 그동안 전라북도 내 많은 지역의 우수한 인재들을 모아 교육시켜 중앙무대로 진출시켜왔습니다.

또한 전주라는 도시는 한옥마을, 경기전 등 역사가 살아 숨 쉬는 곳으로 과거와 현재를 체험을 할 수 있는 곳들이 많고, 비빔밥, 콩나물국밥 등 먹거리가 풍부하여 관광하기에도 더없이 좋은 곳입니다.

그리고 풍수적으로 보면 전주라는 도시는 도심 외곽으로 완주군에 소재하는 산과 숲이 사방에서 품고 있는 형태로 한 마리 봉황이 여의주를 품고 있는 모양새라 그런지 전라북도 도민이라면 누구든지 한번 살아보고 싶어 하는 곳이 전주라는 도시 같습니다.

전주에 내려갈 때면 저는 주로 KTX열차를 이용하는데 열차가 '익산에서 전주' 구간을 달리 때 차창 밖으로 바라본 춘포 들녘은 저로 하여금 항상 45년 전 익산에서 전주로 열차 통학하던 시절을 떠올리게 합니다.

어느 시인은 말하기를 추억이란 흘러간 세월 속에 정지된 시간 속의 그리움이라 했습니다. 그리고 그리움의 창을 넘어 그리움이 보고 싶어 옛 추억의 시절로 달려가고픈 마음이랍니다.

그날도 열차 차창 밖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당시 나 홀로 짝사랑했던 별로 예쁘지는 않았지만 하얀 얼굴에 공부 잘하던 여학생은 지금 어디서 나처럼 늙어갈까? 하는 망상에 그 시절로 다시 한번 돌아가고파 흘러버린 세월도 카메라렌즈로 당길 수만 있다면 한 번 당겨보고 싶은 아름다운 날이었습니다. 편안한 날 되세요.

/글·사진=이화구(금융인ㆍCPA 국제공인회계사ㆍ임실문협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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