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광 기자, 온몸으로 묻는다] KBS 1TV ‘시사 직격’ 이이백·박영미 PD
1990년대 지방 중 도시였던 전북 전주의 초등학교 학급당 학생 수가 50명을 넘었다. 또한 교실이 모자라서 1, 2학년의 경우 오전·오후 반으로 나눠 수업할 정도로 학생이 많았다. 다른 지방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그러나 지역 인구는 계속 줄고 있다. 최근 발표된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소멸을 걱정해야 한다. 그 많던 아이들은 지금 어디 있을까?
지난 7월 29일 KBS 1TV <시사 직격>에서는 ‘2022년 인구 이동 보고서-그 많던 아이들은 어디로 갔을까?’ 편이 방송되었다. 지방소멸 문제를 다룬 이날 발송에서는 <시사 직격>의 이이백·박영미 PD가 자신들이 태어나서 나란 충남 당진과 강원도 홍천에 찾아가 왜 인구가 줄 수밖에 없는지 짚었다. 취재 이야기가 궁금해 지난 1일 ‘2022년 인구 이동 보고서-그 많던 아이들은 어디로 갔을까?’ 편 취재한 이이백·박영미 PD와 전화 연결했다. 다음은 이들과 나눈 대화를 일문일답식으로 정리한 것이다.

- 지난 7월 29일 방송된 KBS 1TV <시사 직격> ‘2022년 인구 이동 보고서-그 많던 아이들은 어디로 갔을까?’ 편 취재하셨는데 방송 끝낸 소회가 어때요?
이이백 PD((이하 이): “소회를 말씀드리면 여러 차례 연기되다 보니 끝나서 후련한 감이 있어요. 근데 고향에 가서 동네 분들과 친구들 만났던 거라서 심적으로 다른 취재 아이템 할 때보다 부담이 크긴 하더라고요. 혹시 보고 기분 나빠한다거나 아니면 별로 안 좋게 보면 어떡할까란 걱정이 다른 아이템 할 때보다 훨씬 컸던 것 같아요. 다행히도 방송 끝나고 잘 봤다는 연락 많이 받아서 그게 가장 안심이 됐고요,”
박영미 PD(이하 박): “3개월에 걸친 제작 기간 끝에 드디어 방송이 나간다니 시원섭섭했습니다. 사실 저희도 고향을 직접 가서 취재하는 건 처음이라서 어떻게 접근해야 될지 무척 막막했었던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저희의 개인적인 이야기라고도 할 수 있는데 ‘이 이야기들을 과연 시청자분들이 공감해주실까?’, ‘재밌게 봐주실까’, ‘우리만 재미있으면 어떡하지’ 이런 걱정도 참 많았어요. 근데 방송 후에 댓글로 ‘우리 고향도 똑같다. 우리 고향도 다뤄줬으면 좋겠다.’라고 공감 많이 해주셔서 무척 다행이라고 생각했고 감회가 남다르네요.”
“남자 아이들 학교에서 축구 못 하고 배드민턴...인원 없어서”
- 지방소멸을 다루셨잖아요. 지방소멸 문제는 여러 시사 프로그램에서 다뤘는데 또 다룬 이유가 있을까요?
이: “지방 소멸은 방송에서 워낙 다뤄진 주제이긴 한데요. 더 심각해지는 상황이어서 저희 방송으로도 한번 다뤄볼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근데 말씀하신 것처럼 여러 번 다뤄진 거라서 어떻게 같은 주제를 다르게 보일 수 있게 할 수 있을지 고민 저희도 많이 했어요. 각자의 고향에 가본다는 건, 사실 저희 팀 점심 식사 자리에서 얘기 나누다가 시작하게 됐어요.”
- 취재는 뭐부터 시작하셨어요?
이: “저희가 제일 먼저 했던 걸 일단 동창들 연락처를 수배해서 동창들에게 연락한 것 같아요.”
- 이게 일반적이지 않고 그 지역만의 문제 아니냐고 할 수도 있을 거 같아요?
이: “그렇게 보실 수도 있죠. 확실히 각 도시가 지방들이 가진 특성이 다르잖아요. 그러나 각 도시의 어느 정도 큰 틀의 특성은 다르긴 해도 현황은 굉장히 비슷한 점이 많거든요. 보시면 아시겠지만 홍천에서 예를 들어 폐가가 늘고 병원이 없어지는 상황은 각 도시별로 도시가 가진 특성은 달라도 일어나는 일들은 사실은 비슷해서 저희 프로 보고 ‘당진이 저렇구나’나 ‘홍천이 저렇구나’란 이야기보다도 ‘내가 살던 고향도 이랬는데’라고 공감하는 목소리가 많더라고요. 저희가 애초에 기획하면서 이야기했던 것도 각자의 고향에 가보는 거지만 고향을 찾았다는 사실만으로도 우리 주변의 시골 지역을 고향으로 가진 모든 사람이 다 비슷하게 느끼고 있는 문제라는 점을 좀 자연스럽게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아요.”
- 이 PD님은 차 바퀴에 펑크 났었잖아요. 그때 오래 걸렸나요?
이: “저는 자동차 펑크 나 본 게 살면서 그게 처음이에요. 저는 레카 차가올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고 연락했을 때 레카차가 보험회사에서 바로 올 수 없다고 그랬어요. 또 큰 차가 왔어야 되니까 그게 훨씬 더 오래 걸렸죠,”
- 서울에서 그랬을 경우 얼마나 걸리나요?
이: “제가 알기로는 서울에서 자동차 바퀴가 펑크 날 일은 잘 없고 서울에서 차가 고장 나서 길에서 서 있는 경우에 긴급 출동할 때 보통 평균 한 25분 걸린다고 나오네요. 근데 저희는 그때 1시간 넘게 걸렸어요.”
- 아무래도 시골이라 그런지 동네 사람들이 다 아시는 것 같아요.
이: “맞아요. 저희 부모님 할머니 할아버지 다 되게 오래전부터 당진에서 사시고 (제가) 거기서 크고 자라서 만난 분들은 다 부모님과 알았던 것 같아요. 그래서 사실은 서로서로 알기 때문에 소개해 주고 어디 가면 누가 있고 이런 것들이 좀 편했던 측면이 있었던 것 같고 근데 이제 또 더 스트레스이기도 하고 더 부담스러웠던 게 우리가 말하는 메시지가 고향이 위기에 처해 있다는 주제로 하는 거니까 이걸 불편하게 느끼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크긴 했어요.”
- 남자 아이들은 대부분 학교에서 축구하는 데 인원이 없어서 배드민턴 한다는 게 지방소멸 문제를 보여주는 것 같아요.
이: “맞아요. 사실 전교생이 53명이니까 조금만 생각해 보면 얘네들 축구 못하겠다는 답이 나올 문제이긴 한데 그런 식으로 저희가 고민을 잘 안 하잖아요. 사실 교장 선생님과 인터뷰하는 와중에 그 얘기를 들어서 저도 굉장히 놀랐어요.”
“5학년이 5명밖에...폐교 위기 보면서 그동안 고향 현실 잘 몰랐었는데 이번에 심각하다는 걸 알게 돼”

- 폐교도 많지 않나요?
박: “홍천 같은 경우 아빠와 마을을 살펴봤는데 면 단위에 원래 5개의 초등학교가 있었대요. 그런데 제가 학교 다닐 때는 3개의 초등학교밖에 없었고 이번에 가보니까 하나로 준 거죠. 지금 있는 제 모교도 5학년이 5명밖에 없을 정도였고 거기도 폐교 위기라는 걸 들었어요. 그걸 보면서 그동안 제 고향 현실을 잘 몰랐었는데 이번에 심각하다는 걸 알게 됐죠.”
- 이 PD님 중학교 동창 53명 중 중 27명이 당진을 떠났다고 나오던데 반절이잖아요, 많은 건지 적은 걸까요?
이: “반절이면 사실 다른 지역에 비하면 생각보다는 조금 많은 거예요. 근데 어떻게 많이 남아 있을 수 있었냐면 당진은 남자들 일할 곳이 굉장히 많거든요. 현대제철이 들어오면서 주변에 다른 공장들이 제가 고등학교 졸업할 때쯤 돼서 많이 늘었어요. 그래서 저희가 일을 찾기 시작할 즈음부는 당진 내에서 일할 수 있는 일자리가 많다 보니까 남자애들이 많이 안 떠나고 그 주변에서 자리를 잡았더라고요. 반면에 여자들은 남자에 비하면 비율로 봤을 때 훨씬 더 많이 떠났죠.
떠난 친구들하고 연락해보면 당진에서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게 농사를 짓거나 혹은 시내에서 일할 수 있는 일자리를 찾아봐야 되는데 뭔가 안정적으로 잡을 만한 직장 자체가 많이 없는 거예요. 그래서 남자애들이 많이 남고 여자애들이 많이 떠났는데 이게 한 시에 떠난 청년 인구 수로만 본다면 당진은 그나마 남자들을 잡고 있으니까 약간 인구댐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 거죠.”
“여자가 할 수 있는 일자리, 식당 서빙이나 관광단지서 일하는 거 외에는 없어”
- 홍천은 어때요?
박: “제 동창들은 17명 정도 있는데 그중에 홍천에 남아 있는 친구들은 4명이 있더라고요. 그중에 남자가 3명 여자가 1명이었어요. 남아있는 애들한테 홍천에 일자리가 얼마나 있느냐고 물어봤을 때, 여자가 할 수 있는 일자리는 식당에서 서빙하거나 방송에 나왔던 관광단지에서 일하는 거 외에는 여자분들이 할 수 있는 안정적인 직업이 없는 거예요. ”
- 지역 신문사도 없나요? 지역 신문이 있으면 여성 뽑을 것 같거든요.
이: “맞아요. 지역 신문들은 여자들이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일자리이긴 한데 규모가 일단 크지 않아요. 때문에 지역 언론사에서 창출되는 일자리 개수라는 게 굉장히 일단 규모가 작아서 그게 있긴 해도 막 엄청나게 큰 효과가 있는 일자리가 아니죠. 현대제철같이 거대한 공장 하나가 창출하는 일자리가 7천 개라고 하면 작은 기업들이 만들어내는 일자리는10개 미만으로 있을 텐데 미미하다고 볼 수 있죠.”
- 방송 보니까 여성의 일자리를 더 만드는 게 지역 소멸 막을 수 있다고 나오던데 왜 그런가요?
이: “일단 지역 소멸 위험지수를 측정하는 것 자체가 가임기 여성을 기준으로 하거든요. 그 지역에 여성들이 떠난다는 건 출산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는 거잖아요. 물론 지역에 남아 있는 남성들이 다른 지역에 있는 여자와 결혼해서 늘릴 수 있는 인구도 분명히 있지만, 인구 늘린다는 측면에서 봤을 때 가임기 여성층이 지역에 거주하고 남아서 살겠다는 의지를 가진 게 굉장히 중요한 거고 여성 일자리가 우선이 돼야 여자들이 남고 그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그 지역에서 살면서 결혼도 하고 출산도 하는 게 이어질 텐데.
지금 있는 여성들의 일자리라는 게 굉장히 다 불안정한 단기 계약직 일자리거나 당진 같은 경우, 대규모 공장들이 많으니까 공장 안에 청소하고 식당하고 여자 일할 때 굉장히 많다고 얘기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그 임금 차이 보면 아시겠지만 대부분 다 단기 계약직 혹은 알바니까 여자들이 살면서 자기 삶을 정착할 거리가 별로 안 되는 거예요.
한 가지 오해하시는 분들이 있어서 제가 얘기 드리고 싶었던 건 댓글에 보니까 그 얘기 많이 하더라고요. ‘여자들이 제조업 공장에서 일할 수 있냐? 그럼 공장에 여자를 쓰라는 말이냐’ 아니면 ‘일하는 강도가 다른데 그럼 남자랑 무조건 같은 임금을 주라는 거냐’는 얘기들을 쓰셨더라고요. 저희 방송 보고 오해하신 부분인데 저희가 이야기하고 싶었던 건 지금 있는 남자 일자리를 여자한테 주라거나 아니면 지금 남자가 받는 거랑 똑같은 임금으로 여자들도 올려줘라는 얘기 하는 게 아니고 여성들이 가질 수 있는 정규직 일자리를 좀 더 많이 만들어야 된다는 얘기였거든요.
그런 오해들을 하지 않으셨으면 좋겠고 제조업 공장이 남성 중심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는 건 저희도 알고 그 부분은 어쩔 수 없는 거고 그런 산업단지가 있다면 여성들이 정규직으로 일할 수 있는 다른 어떤 회사들이 들어온다든지 기자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지역 언론사도 한 예가 될 수 있고 뭔가 여성들이 자기 커리어를 발전시킬 수 있는 직장들이 지방에 생기지 않는 한 특히 젊은 여성들이 정착해서 살아나가기는 굉장히 힘들다는 얘기를 하고 싶었던 거예요.”
“인구 소멸 현상, 각 지자체의 문제보다는 국가적인 차원에서 큰 그림 그리고 접근해야”
- 결국에는 수도권으로 많이 가나 봐요?
이: “맞아요. 제 친구들도 떠난 친구들은 대부분 다 수도권으로 와 있고 수도권이 아니더라도 부산이나 다른 대도시로 다 이동한 경우가 많았고 대학을 졸업하면서 일자리를 찾기 시작하는 순간에는 지금 당장 결혼해서 어디 딴 지역으로 이동했다는 경우를 다 합하더라도 다들 한 번씩은 수도권으로 몰려들어왔다가 흩어지거나 혹은 계속 그 이후로도 계속 수도권에 살거나 거의 대부분 그런 것 같아요. 영미 씨 친구들도 보면 그렇고요.”
- 취재하며 느낀 점이 있을까요?
박: 저희가 인구 댐으로 제시한 대학교, 산업단지, 관공서 등이 인구 유출을 막는 역할을 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이 인구 댐을 한 지자체에서 그 지자체만의 노력으로 유치하고 유지하기가 정말 쉽지 않잖아요. 기업이 생각이 있어도 그 지역에 가서 뿌리를 내리려면 인재가 필요한데 인재는 다 수도권에 있어요. 그러면 어쩔 수 없이 기업은 인재 풀과 가까이 있는 게 더 이익이 되니까 수도권으로 갈 거고요. 근데 이런 거를 한 기업이나 한 관공서의 노력이나 대학교 하나가 이전한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라 국토 균형 발전 측면에서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번에 정부에서 1조 원 투입해서 각자 지자체에서 알아서 인구 소멸 방지 방안을 마련하라고 해요. 시도는 너무 좋은데 이게 어떻게 보면 지자체들에 문제 해결을 맡기는 것 같이 느껴져요. 인구 소멸 현상을 막기 위해서는 인구 소멸이라는 문제를 각 지자체의 문제보다는 국가적인 차원에서 큰 그림을 그리고 접근해야 되지 않을까 이번 취재를 하면서 그걸 좀 더 느꼈던 것 같아요.”
“장례식장 개수는 늘어났고 예식장은 없어지는 것도 인구 변화 큰 일면”

- 취재했지만 방송엔 담지 못한 거 있나요?
이: “많죠. PD도 친구들을 다 만났어요. 근데 영미 PD가 고향에서 만난 친구들 부분이 많이 빠졌고 저희가 변화를 느낄 수 있는 부분들을 최대한 초반에 여기저기 쑤시고 다녀야 된다는 강박에 장례식장 강진 같은 경우는 장례식장이 되게 늘어났어요. 장례식장 개수는 늘어났고 예식장은 없어지는 것도 인구 변화에 되게 큰 일면인데 그런 부분 혹은 당신의 산업단지가 많아지니까 손가락 절단 이런 거 수술 전문으로 하신 굉장히 유명한 선생님이 또 명예 원장으로 당진종합병원에 아주 최근에 내려오셨더라고요. 그래서 그것도 당진시가 변화한 부분일 수 있겠다 해서 만났는데 그런 부분들을 담아내지 못해서 그런 부분도 아쉽기는 하네요.”
박: “제 모교외 친구들을 찍긴 했는데 그런 씬이 저희 컨셉과 방향과는 잘 맞지 않아서 편집하게 되어 아쉬웠어요. 취재하면서도 홍천이 제가 살던 곳이니까 ‘사람들에게 어떻게 비춰질까, 홍천에 남아있는 또는 떠나게 된 내 친구들이 어떻게 소개될까’ 그런 부분이 제일 힘들었던 것 같아요. 제 친구들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시골의 특성이 무척 소문이 빠르고 한 다리 거치면 다 아는 사람들이고 해서요. 그래서 다닐 땐 참 편하기는 했는데 그런 것 때문에 취재가 어려운 것도 있었고요. 그런 부분이 제일 아쉽네요.”
/이영광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