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지역, 다른 언론-'볼만한 뉴스’⑦]

"엄정 조치" 

"복무규정 위반 검토" 

"회의 이끈 ‘류삼영 서장’ 대기발령" 

전국 경찰서장들이 주말인 23일 사상 첫 '전국 경찰서장 회의'를 열고 행정안전부의 경찰국 신설에 반대 뜻을 밝힌 데 대해 서울언론들이 한목소리로 '강경 대응에 나섰다'는 경찰청 입장을 큼지막하게 부각시켜 보도했다. 

서울언론들 "강경 대응" 결창청 입장 지나치게 강조...경찰서장들 무얼 했기에

특히 서울의 보수언론들은 마치 경찰청 대변지를 자처하고 나선 모양새다. 제목과 기사에서 회의가 왜 개최됐고, 회의 내용이 무엇인지 등에 관해서보다는 경찰청 강경 대응 입장과 윤희근 경찰청장 후보자 입에 주목한 의제 설정이 주를 이뤘다.

조선일보는 이날 ‘‘경찰국 반대’ 전국서장회의 주도한 류삼영 총경 대기발령‘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경찰청은 23일 행정안전부 내 경찰국 신설 추진에 반발해 전국 총경급 경찰들이 ‘전국 경찰서장 회의’를 연 것과 관련해 ‘복무규정 위반 여부 등을 검토한 후, 참석자에 대해서는 엄정하게 조치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는 내용을 리드에서 강조했다. 

“윤희근 경찰청장 후보자가 회의 개최 만류했음에도 회의를 강행?” 

또 동아일보도 ’경찰청, ‘전국 경찰서장 회의’ 주도 류삼영 서장 대기발령 조치‘란 제목과 함께 기사 리드에서 “경찰청이 23일 행정안전부의 경찰국 신설 관련 대응 방안을 논의하는 ‘전국 경찰서장 회의’를 주도한 류삼영 울산 중부경찰서장에게 대기발령 조치를 내렸다”며 “윤희근 경찰청장 후보자가 21일 이메일을 보내 회의 개최를 만류했음에도 회의를 강행하고 이에 징계조치를 내리는 등 경찰 내부 갈등이 갈수록 격화되는 모습이다”고 전했다.

중앙일보는 ‘전국경찰서장회의 주도…류삼영 울산중부서장 대기발령’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경찰청은 23일 행정안전부 경찰국 신설에 반대하며 전국 경찰서장 회의를 주도한 류삼영 울산 중부경찰서장(총경)을 대기발령 조치했다”면서 “경찰청은 이날 류 서장에 대해 울산경찰청 공공안전부 경무기획정보화장비과 대기 근무를 명하고, 황덕구 울산경찰청 청문감사인권담당관을 울산중부경찰서장에 보임했다"고 밝혔다.

또 "경찰청은 이날 회의를 주도적으로 계획하거나 참석한 다른 총경들에 대한 조사도 이어갈 예정”이라고 기사 리드에서 부각시켰다. 심지어 “류 서장은 이날 오후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에서 열린 전국 경찰서장 회의를 처음 제안한 인물”임을 강조했다. 

“전국 경찰서장 회의를 처음 제안한 인물” 강조 

이처럼 대부분 보수 일간지들은 처음으로 열린 전국 경찰서장 회의를 주도한 울산중부경찰서장을 범죄인 취급하듯 보도하는 등 참석자들에 대한 복무규정 위반 여부와 경찰청의 엄정 조치, 강경 방침에 지나치게 방점을 찍어 보도했다.

이날 대부분 서울의 일간지들과 방송·통신사들도 ‘엄정 조치’, ‘대기발령‘ 등의 강경한 경찰청 입장에 무게를 두어 보도했다. 앞서 전국의 경찰서장급 간부인 총경들은 이날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에서 '전국 경찰서장 회의'를 열고 4시간여의 논의를 거쳐 입장문을 발표했다.

총경들은 행정안전부가 지난 15일 발표한 '경찰국 신설'은 "역사적 퇴행으로 부적절하다"라며 반대 뜻을 분명히 밝혔다. 행정안전부가 지난 발표한 경찰국 신설 방안에 따르면, 경찰국은 주요 경찰 정책의 국무회의 상정, 총경 이상의 임용 제청, 국가경찰회의 안건 부의 등의 업무를 맡게 된다. 이를 두고 일선 경찰들은 '경찰의 정치적 독립 침해'라면서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총경 이하 경찰들 반대 뜻 밝혀왔지만 전국 총경들 집단 반대 의사는 '처음' 

그동안은 경찰직장협의회 등 총경 이하 경찰들이 공개적으로 반대 뜻을 밝혀왔지만, 간부(총경)들이 집단적인 반대 의사를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들은 입장문에서 “많은 총경이 행안부 장관의 경찰청장에 대한 지휘규칙이 법치주의를 훼손한다는 점에 공감하고 우려를 표했다”고 밝혔다. 

이어 “참석자들은 기본적으로 민주주의 근간인 견제와 균형에 입각한 민주적 통제에는 동의하지만, 경찰국 설치와 지휘규칙 제정 방식의 행정통제는 역사적 퇴행으로 부적절하다는 데 의견이 모였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국민 안전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한 사안에 국민, 전문가, 현장 경찰관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가 미흡했다는 점에 대한 비판도 있었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지역언론들의 보도 태도는 서울언론들과는 의제 설정 방향이 달랐다. 

부산일보 “경찰국 신설에 반대하는 ‘응원 버스’ 운영한다” 

부산일보 7월 23일 기사(홈페이지 갈무리)
부산일보 7월 23일 기사(홈페이지 갈무리)

먼저 부산지역에서는 “이날 부산경찰청 소속 16개 경찰서 직장협의회가 행정안전부의 경찰국 신설에 반대하는 ‘응원 버스’를 운영한다”는 내용과 류 서장이 경찰 내부망에서 주장한 글을 더욱 부각시켰다. 

부산일보는 22일 ‘부산경찰직장협, "경찰국 신설 반대" 전국 경찰서장 회의 지지 ‘응원버스’ 운행‘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부산 16개 경찰관서 직장협의회 대표단은 23일 행정안전부 경찰국 신설과 관련해 열리는 전국 경찰서장 회의를 지지하기 위해 응원 버스를 운영한다”며 “응원 버스에는 직장협의회 대표단 10명과 부산에 있는 총경급 경찰관 10명 등 20여 명이 참여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또한 기사는 “앞서 이번 총경 회의는 류삼영 울산중부경찰서장이 제안해 추진됐다”면서 “류 서장은 지난 18일 경찰 내부망에 ‘행안부 내 경찰국 설치안은 우리나라 민주화의 상징인 경찰의 정치적 독립을 약화시키고 국민의 경찰이라는 시대정신에 역행하는 것’이라며 경찰국 신설 반대 의견을 밝혔다”고 전했다.

국제신문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류삼영, 전국 경찰서장 회의 제안” 

국제신문 7월 22일 기사(홈페이지 갈무리)
국제신문 7월 22일 기사(홈페이지 갈무리)

국제신문도 이날 ‘“돈이 없지 가오 없나”… 경찰국 반대 전국 총경 가세’란 제목의 기사에서 “류삼영 울산중부경찰서장은 지난 18일 경찰 내부망에 ‘전국 경찰서장 회의를 제안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권력기관의 민주적 통제라는 미명 하에 경찰의 정치적 독립을 구시대로 환원시키고, 공안직 수준의 보수와 복수직급제 그리고 일반직 승진 우대 등의 당근으로 불만을 무마하려 한다’고 지적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돈이 없지 가오(자존심)가 없냐’는 영화 베테랑의 대사를 인용하며 ‘우리 경찰은 박봉으로 열악한 근무 환경에도 국민을 위한 경찰, 정의를 수호하는 경찰이라는 자부심으로 살았다. 경찰의 정치적 독립과 복지 향상을 맞바꾸자는 제안은 전국 14만 경찰관을 무시하고 참을 수 없는 모욕이다’라고 말했다”는 기사는 “‘시작은 경찰국 설치지만 앞으로 더 많은 부당한 간섭이 우려된다. 경찰 고위직 인사권을 확보한 후 이를 빌미로 정권에 충성 경쟁을 요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고 보도했다. 

또한 기사는 “류 서장은 이틀 후인 지난 20일 ‘전국 경찰서장 회의 개최 알림’이라는 두 번째 글을 올렸다. 그는 전국 총경과 온라인 토론과 설문을 진행한 결과 오는 23일 오후 2시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에서 회의를 개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며 “이 글은 일선 경찰관의 엄청난 호응을 얻었다"고 강조했다.

기사는 이어 "현재까지 약 2만명이 넘는 경찰관이 이 글을 봤고, 2,000개에 육박하는 실명 댓글이 달렸다"며 "댓글 수로는 내부망이 생긴 이래 역대 최다 수치다”고 추켜세웠다. 죄인 취급하는 서울언론들과는 다른 보도 태도가 부산지역 일간지 기사들에서 읽힌다. 

대전일보 “부산은 응원 버스, 울산은 400여명분 푸드카...무궁화 화분 가득” 

대전일보는 이날 관련 기사에서 “행정안전부 경찰국 신설 문제를 논의할 전국 경찰서장 회의가 23일 오후 2시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에서 열렸다”면서 “사상 초유의 총경급 회의에는 50여 명이 현장에 직접 참석했으며, 온라인으로도 140여 명이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회의장 앞에는 총경급 이상 경찰관 350명이 보낸 무궁화 화분이 놓였다”고 회의가 열린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기사는 또 “회의장 주변에는 경찰 직장협의회 관계자들이 모여 참석자들에게 지지를 보냈다”며 “부산 경찰은 응원 버스를 보내고, 울산 경찰은 400여 명분의 음료 재료를 실은 푸드카를 동원하기도 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경찰청은 이른 시일 내 총경급 이상이 참석하는 지휘부 워크숍 및 현장 방문 등을 통해 제도 개선에 대한 공감대를 확보하고 공직기강을 확립해나갈 예정”이란 내용도 덧붙였다. 

무등일보 “광주·전남 참석자는 몇 명?” 

무등일보 7월 23일 기사(홈페이지 갈무리)
무등일보 7월 23일 기사(홈페이지 갈무리)

무등일보는 '이날 회의에 지역에서는 누가 참석했는지'에 큰 관심을 가졌다. ‘'총경의 난' 전국 경찰서장 회의···광주·전남 참석자는?’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광주·전남 총경급 간부 57명 중 참석 의사를 보인 대상자는 17명 정도인 것으로 파악된다”며 “이중 경찰대 출신은 8명, 간부후보 5명, 일반 공채 4명 등 입직경로도 다양하다. 기수 또한 경찰대의 경우 윤희근 경찰청장 후보자(7기)의 선배인 4기부터 12기까지 다양하고, 간부후보 또한 43기에서 50기에 이르기까지 분포됐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참석 의사만 밝히고 실제 회의에는 가지 않을 수도 있다”는 기사는 “이날 기준으로 전국 총경급 600여명 중 70% 정도가 카카오톡 대화방에 참여해 회의 참석과 의견을 나누는 것으로 전해졌다”고 덧붙였다.

또한 기사는 “전국 경찰서장 회의를 제안한 류삼영 울산 중부경찰서장은 22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경찰국 신설이 법·절차적으로 타당하고 시기적으로 온당한지 일선 의견을 들어보고 대응방안을 논의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면서 “또 사실상 경찰국 신설을 막긴 어렵지 않느냐 진행자의 질문에는 ‘가능성을 보고 발을 넣을지 뺄지 하는 게 아니라 역사에 기록을 남기는 것’이라고 답했다”고 전했다.

강원도민일보 “경찰국 신설은 역사적 퇴행…'부적절' 보류해야” 

강원도민일보는 23일 ‘경찰서장 190여명 “경찰국 신설은 역사적 퇴행…'부적절' 보류해야”’란 제목의 기사에서 참석자들의 주장을 무게 있게 보도했다. 

기사는 “사상 초유의 전국 경찰서장 회의를 강행한 총경급 경찰관들이 행정안전부의 경찰국 신설과 관련해 ‘역사적 퇴행’이라는데 공감하며 부적절하다는 데 입장을 모았다”며 “23일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에서 열린 전국 경찰서장 회의에는 전국에서 온·오프라인으로 총경 190여 명이 참석했으며 4시간의 긴 논의 끝에 이 같은 결과를 발표했다”고 리드에서 전했다. 

이어 “경찰 지휘부의 해산 지시에 불복하고 열린 이날 회의에는 전국 총경 중 3분의 1 가까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는 기사는 “경찰제도 개선방안에 대한 논의도 이뤄진 이날 참석자들은 ‘오늘 논의된 내용은 적정한 절차를 통해 윤희근 경찰청장 직무대행(후보자)이나 이상민 행안부 장관에게 전달하겠다’면서 ‘앞으로 경찰의 중립성, 책임성, 독립성 확보를 위해 경찰청 지휘부와 현장경찰관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노력할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는 내용을 부각시켰다. 

이와 함께 “이번 기회에 경찰이 오직 국민의 안전과 행복을 위해 직무에 전념할 수 있도록, 국민의 통제를 받을 수 있는 근본적인 제도적 개혁이 이뤄지길 바란다”는 참석자들의 주장을 강조했다. 

본말 전도, 의제 왜곡...서울언론들 '눈총' 

이처럼 전국 경찰서장들이 처음으로 모여 입장문을 내고 "많은 총경이 행안부 장관의 경찰청장에 대한 지휘규칙이 법치주의를 훼손한다는 점에 공감하고 우려를 표했다"는 점에서 국민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특히 이날 참석자들이 "기본적으로 민주주의 근간인 견제와 균형에 입각한 민주적 통제에는 동의하지만, 경찰국 설치와 지휘규칙 제정 방식의 행정통제는 역사적 퇴행으로 부적절하다는 데 의견이 모였다"고 강조한 대목은 많은 공감을 얻고 있다. 

그러나 전국 경찰서장들이 자발적으로 모인 이번 회의에 대해 경찰청은 당혹스러워하면서 강경 대응 방침을 밝혔지만 많은 서울언론들은 왜 이런 모임이 이뤄졌는지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하기 보다는 경찰청 입장부터 전하거나 강조함으로써 눈총을 받고 있다. 

언론이 본말을 전도시키고 의제를 왜곡시켰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됐다. 

/박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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