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광 기자, 온몸으로 묻는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

다시 코로나19 유행이 시작되었다. 당초 감염병 전문가들은 가을 혹은 겨울 한 차례 더 코로나19 유행이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었다. 하지만 예상보다 유행이 빨리 시작된 것이다. 이 유행은 오미크론 하위 변이인 BA.5의 등장과 함께 지난번 유행 때 확진되었던 사람들의 면역력이 떨어지며 재유행이 일어나는 것으로 보인다.

이번 코로나19 재유행에 대해 조언을 들어보고자 지난 16일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와 전화 연결해 현재 흐름과 정부의 방역 지침 그리고 앞으로 전망에 대해 들어보았다. 다음은 이 교수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했다. 

“8월 중순 피크 예상...이번 유행은 조금 길어질 것 같아”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

- 다시 코로나19 확진자 더블링 현상이 일어나고 있어요. 현재 상황은 어떻게 보세요?

“일단 완연하게 유행이 시작됐다고 봐야 될 것 같고요. BA.5 변이 때문에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저희가 원래 빨라야 8월 말이고 대부분 9월에 피크가 올 거로 생각했는데 빨라져서 한 8월 중순에 이미 피크가 올지도 모르겠다는 분석들이 나오기 시작하거든요. 이번 유행은 조금 더 길어질 것 같아요.”

- 왜 이번 유행은 길어질 것 같다고 보세요.

“미국과 유럽 상황 때문인데 미국이 5월부터 확진자가 규모가 늘었어요. 지금도 계속 하루 10만 명대 떨어지지 않고 고원이 된 것처럼 계속 가고 있거든요. 그 이유를 봤더니 지금 변이가 서로 바톤을 주고받으면서 계속 나와요. 처음에 BA.2 나왔다가 그다음에 BA.5 나오고 또 BA.2.75가 나오려고 하죠. 그런 식으로 점진적으로 릴레이 하면서 규모가 확 커지는 거는 아니지만 떨어지지 않고 계속 발생하는 패턴들로 가거든요. 우리나라도 비슷해요.

우리나라에서 BA.2가 유행했을 때는 오미크론 영향으로 크게 유행이 안 번졌는데 이미 한 3개월 이상 지나다 보니 면역 효과 떨어지는 걸 바탕으로 유행이 시작되는 분위기인데 또 BA.2.75 국내에 상륙했잖아요. 그러면 BA.2.75가 올라가면서 바통을 이어가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어요.”

- 유행이 예상보다 빨리 온 건 BA.5 때문인가요?

“아마도 그럴 것 같아요. 그런데 이제 우리나라에 감염됐거나 백신 맞은 사람의 면역력이 감소하는 시기와 BA.5의 유입 시기가 맞물린 것 같거든요. 그래서 면역력은 떨어지고 BA.5의 백신 회피 효과는 더 강하잖아요. 그러니까 면역력이 떨어지는 걸 좀 더 촉진하는 개념이 되잖아요. 이 두 가지가 맞물리니까 유행이 빨리 시작된 부분이 있죠.

두 번째 올해 좀 더위가 빨리 시작됐잖아요. 6월부터 엄청 덥고 장마도 좀 끊길 듯하며 계속되다 보니까 비도 많이 오고 날씨도 더우니 사람들의 실내 활동이 늘어나는 부분들도 영향을 많이 주는 것 같아요.”

“오미크론 자체가 매우 전파력 강한 바이러스, 새로운 변이나 마찬가지 상황 계속 발생”

YTN 7월 18일 뉴스(화면 캡처)
YTN 7월 18일 뉴스(화면 캡처)

- 그러면 이게 계절 영향이 있는 건가요. 없는 건가요? 있다는 사람도 있고 없다는 사람도 있어서 헷갈려요.

“팬데믹 상황에서는 계절 효과가 많이 희석되기는 해요. 왜냐하면 감염된 사람들이 적을 때는 계절성향이 많이 없어지는데 다만 우리가 계절 성향을 말하는 것 중에 일부가 저희가 말씀드리고 싶은 부분들이 우리나라 여름철이 너무 더워지다 보니까 예전보다 실내 활동이 계속 늘어나는 거죠.

10년 20년 전에는 사실 여름 많이 더워도 에어컨 켜는 집들은 부잣집밖에 없었잖아요. 그런데 이제 웬만한 집은 다 에어컨 틀고 살잖아요. 그리고 조그마한 식당이나 카페는 에어컨 없이 더워도 창문 열고 살았는데 이제 에어컨 없으면 아예 영업도 못 하니까 실내 활동이 늘어나고 전파력이 강한 바이러스 입장에서는 여름도 별로 계절성에 영향을 안 주는 계절이 돼버리고 있는 것 같아요.”

- 지금 유행을 주도하는 게 오미크론 하위 변이인 BA.5잖아요. 오미크론이 이전 변이 흐름과는 다른 거 같아요, 이전엔 하위 변이가 없었잖아요. 왜 그런 거죠?

“우리가 생각해보면 오미크론 자체가 매우 강한 바이러스가 된 거예요. 그러니까 오미크론의 시기가 길어진다고 보면 되거든요. 사실 작년에 델타가 매우 강력하니까 꽤 오래 갈 거라고 많은 전문가가 예상했는데 델타를 이기고 오미크론이 주종으로 됐죠. 진짜 오미크론은 강한 것 같아요. 더 문제는 그 안에서 분화된 변이를 계속 더 잘 만드는 것 같거든요. 이게 강력하기 때문이에요.”

- 그러면 이게 사람에게 이로울까요. 불리할까요?

“솔직히 잘 모르겠는 게 만약 알파벳이 바뀔 정도의 변이가 나오면 오미크론 유행했던 것만큼이나 큰 유행이 올 거거든요. 그런 부분은 아니라서 다행이기는 해요. 다만 오미크론 자체가 매우 전파력이 강한 바이러스여서 거의 새로운 변이가 오는 거나 마찬가지인 상황이 계속 벌어지고 있다고 보는 게 맞아요.”

- BA.5는 어떤 건가요?

“지금 나온 내용을 보면 전파력은 BA.2보다 30% 더 빠르고 그다음에 백신 회피 효과도 BA.2보다 한 3배는 더 강하게 회피하는 것 같아요. 그리고 중증도나 치명률은 비슷한 것 같죠. 다만 입원율은 비슷하거나 살짝 올라가는 게 아니냐 정도 이 정도만 얘기가 나오고 있어요.”

- BA.5는 얼마나 갈까요?

“BA.5가 어느 정도 유행을 키울 것 같은데 그래도 BA.5에 많이 걸리면 일시적으로 면역이 올라가니까 저절로 꺾일 건데 걱정은 이제 BA 2.75 같은 새로운 변이가 바톤 터치해서 가을 유행이 꽤 길어지지 않을까 해요.”

- BA.2.75도 있잖아요. 이건 어느 정도예요?

“전파력이 오미크론 BA.2의 3배라고 얘기하는데 정말 3배일까는 모르겠어요. 3배면 엄청난 거거든요. 면역 회피도 어느 정도 더 강해진 것 같아요. 그리고 위중증 발생 등은 아직 데이터가 없는데 위중증 발생도 늘어나는 게 아닌지 확실히 확인해야 된다는 정도 얘기가 나오고 있죠. 아직 데이터는 매우 부족합니다.”

“쌍봉낙타처럼 두 번의 피크가 될지 아니면 그냥 유행 자체가 길어지게 될지 지켜봐야” 

MBN 7월 6일 뉴스(화면 캡처)
MBN 7월 6일 뉴스(화면 캡처)

- BA.5와 BA.2.75가 같이 유행하면 더 안 좋죠?

“안 좋은 거죠. BA.5가 유행 주도가 되고 있잖아요. 그런데 BA.5를 BA.2.75가 이겨내기 시작하면 얘가 또 주종으로 올라갈 거니까 그래서 말씀드린 대로 매우 길어질 거라고 말하는 게 변이 격으로 계속 릴레이를 하게 될 거여서 그게 BA.2.75가 또 한두 달 지나면 또 이제 주중으로 올라가기 시작할 거거든요.

그렇게 되면 BA.5 끝나지도 않았는데 BA.2.75가 또 주종으로 올라가면 그냥 쌍봉낙타 형태로 두 번의 큰 유행처럼 보일 수도 있고 아니면 그냥 미국처럼 평평하게 쭉 갈 수도 있는데 미국은 평평하게 쭉 가고 있거든요. 그래서 어떻게 될지는 지켜봐야 될 것 같아요. 쌍봉낙타처럼 두 번의 피크가 될지 아니면 그냥 유행 자체가 길어지게 될지는 유행을 해봐야지 될 것 같아요.”

- 정부가 지난 13일 방역 대책을 발표했잖아요. 거리두기는 강화 안 하기로 했죠. 다시 거리두기 강화해도 얼마나 지켜질까도 의문이었을 거 같아요. 애초에 너무 풀어준 건가요?

“사실 5~6월에 상황이 좋아졌었기 때문에 거리 두기를 안 풀어줄 수도 없었어요. 푼 걸 뭐라고 할 수 없는 상황이고요. 다만 이번에 방역 대책 발표할 때 거리두기가 시대착오적인 것 같다는 식으로 얘기 하잖아요. 전혀 의미가 없다거나 해도 효과도 없을 거라고 얘기 하는데 거리두기 효과가 없는 건 아니거든요.

다만 경제성을 따지게 되면 거리 두기는 매우 사회적 비용이 많이 발생하는 거니까 거리두기에 의한 사회적 비용보다 감염에 의한 비용이 너무 커지는 경우에는 당연히 거리두기를 다시 할 수밖에 없죠. 총리가 거리두기 할 수 있다고 여지는 남겼지만, 거리두기에 대해 너무 비판적인 시각으로 얘기가 나와서 그 부분은 조금 우려가 좀 되는 부분이에요.” 

" 과학 방역이라고 한들 달라질 게 별로 없다" 

- 왜 그럴까요?

“워낙 정기석 국가자문위원회 위원장 자체가 거리 두기에 되게 비판적인 분이세요. 그분이 위원장 되시니까 자기 의견을 너무 강하게 표출한 것 같기는 해요. 거리 두기 부분들은 신중하게 얘기를 해야 할 부분인데 조금 너무 경솔하게 얘기했던 게 아닌가는 생각합니다.”

- 정부가 과학 방역하겠다고 하는 데 이건 어떻게 보세요?

“안철수 인수위원장부터 시작해서 과학 방역을 전 정권과의 차별점으로 얘기가 나온 거잖아요. 그런데 저희가 얘기했던 게 뭐냐면 과학 방역이라고 한들 달라질 게 별로 없다는 거예요. 왜냐하면 방역이라는 게 2년 반 동안 우리나라의 상황에 맞춰서 데이터를 가지고 과학화시키려고 노력하면서 여기까지 온 거니까 차별화될 포인트를 잡기가 쉽지 않거든요. 사실 이번에 발표한 내용도 달라질 게 뭐가 있어요?

방역의 방법이 뻔하죠, 백신 접종 열심히 하고 너무 상황이 안 좋으면 거리 두기 해야 되고 개인 방역 잘하는 게 기본적인 거잖아요. 정책적인 부분에서 달라질 건 거의 없다는 거예요. 그냥 전 정권이 잘한 건 받아들이고 전 정권에서 잘 못 했거나 국민들의 눈높이를 못 맞춘 거 개선하겠다는 정도로 얘기했으면 되는데 과학 방역하겠다면서 전 정권 너무 비판해놓으니까 과학 병역이라는 것 자체에 대해 비판 받는 거죠.” 

“방역에 드는 비용 줄이려고 하는 기재부...엄청 비판 받을 것” 

"다른 변이가 계속 릴레이하면서 꽤 오랜 유행이 될 것"이라고 말하는 이재갑 교수
"다른 변이가 계속 릴레이하면서 꽤 오랜 유행이 될 것"이라고 말하는 이재갑 교수

- 정부가 생활지원금 축소했는데 방역에 안 좋은 영향 주는 것 아닐까요?

“저는 생활지원금 축소한 게 가장 이번 정부의 실책으로 봐요. 생활지원금 축소한 거에 맞물려서 재택 치료에도 본인 부담금 신설했고 그다음에 코로나 의심 환자가 일반 진료 받을 때도 본인 부담금이 생기기 시작했거든요. 다른 건 그런가 보다 하는데 이건 정말 잘못한 거예요. 숨겨진 환자들도 많이 생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될 거고요. 그리고 취약계층이 엄청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는 정책을 시작한 거거든요.

이건 사실 질병관리청이나 보건복지부가 이렇게 하자고 한 게 아니라 기재부예요. 2, 3, 4월에 너무 재정을 많이 쏟아내기도 했고 최근에 법인세 등 세수를 줄여버렸잖아요. 돈이 없으니까 자꾸 방역에 드는 돈을 줄이려고 하는 시도를 기재부가 한 거거든요. 이건 아마 엄청 비판 받을 거예요.”

- 법적 격리는 유지한다고 했는데 잘한 건가요?

“법적 격리 유지하겠다면서 생활지원금 축소 하는 거니까 더 문제죠. 이건 법적 격리 유지 안 하려고 한다는 메시지를 강하게 준 거거든요. 법적 격리를 아예 해제해 버리고 안 주면 이런 문제도 안 생기는 데 법적 격리를 유지하겠다고 하고 생활지원금을 축소해버리는 건 사실 더 나쁜 정책이거든요. ”

- 확보했던 병상을 5월에 일반병상으로 했잖아요. 다시 병상 확보가 문제 될 수도 있겠네요?

“어제(15일) 3급 종합 병원장 불러서 유사시에 다시 병상 만들라고 얘기했대요. 이게 말이 되는 겁니까? 5월 말에 다 없애라고 하고 7월 초에 다시 만들어달라고 할 거면 중간에 그냥 적정 수준으로 살짝만 줄여놨으면 되는 거 아니에요. 그런데 막상 병상 문제 생길 것 같으니까 또 민간에게 부담을 주는 상황이라서 줬다 뺐는 거잖아요.” 

“꽤 오랜 유행이 될 거고 아마 가을 또는 겨울까지도 이어질 수도” 

- 유행이 안 온다고 한 것도 아니고 전문가들이 가을엔 유행이 올 거란 전망이 많았는데 왜 그랬을까요?

“이것도 돈 문제인 거예요. 격리 병상에 너무 많은 돈이 보상되기는 했거든요. 돈이 너무 많이 드니까 확 줄여서 보상 안 하겠다는 거죠. 없애버리면 보상 안 해도 되니까요, 그래서 없애버린 거죠.”

- 음압 병상으로 했다가 바꾼 데도 많다면서요, 그럼 그걸 또 음압 병상으로 만들려면 돈이 더 드는 거잖아요?

“그러니까요. 그 돈 어떻게 보상하려고 하는지 모르겠는데 이런 부수었다 만들었다를 한 서너 번 한 병원도 있거든요.”

- 백신 접종 50세까지 하기로 했는데 이건 어떻게 보세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에요. 병상은 줄여놨고 중증 환자나 입원 환자 늘어나게 되면 당장의 병상 부족 상황이 바로 닥칠 수도 있으니까 최대한 50대 이상 접종을 해서 입원하거나 중증이 될 만한 환자를 최대한 줄여보자죠. 맞는 선택이에요. 일단 어쨌든 고위험군들이 접종해서 입원 환자나 중증 환자를 줄여야 하는 것은 당면 과제고요. 반드시 필요한 일인 건 맞습니다.”

- 이후 어떻게 될 것 같아요?

“지금 상황에서 유행 규모가 한 15만에서 한 30만 명 정도까지는 한 3~4주 뒤에 올라갈 거라고 보는 거고요. 8월 중순쯤에 피크를 그릴 건데 말씀드린 대로 피크 그린 후 떨어지지 않고 다른 변이가 계속 릴레이하면서 꽤 오랜 유행이 될 거고 아마 가을 또는 겨울까지도 이어질 수도 있을 거라고 보고 있어요.”

- 실외 마스크 착용은 의무 안 하고 있는데 이건 어떻게 보세요?

“어쨌든 실외 마스크는 다시 착용할 이유는 없다고 봐요. 지금 하는 수준으로 사람 많이 모이는 곳은 착용하고 일반적인 생활에서 실외 마스크 안 한다고 크게 문제는 안 될 거여서 일단 실외 마스크까지 다시 제한할 필요는 없다고 봐요.” 

/이영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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