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광 기자, 온몸으로 묻는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정부가 행정안전부 내에 경찰국 신설을 공식화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지난 6월 27일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행안부 내 경찰 관련 지원조직 신설과 ‘소속 청장에 대한 지휘 규칙’ 제정 및 인사 절차의 투명화는 조속히 추진할 것”이라면서 “7월 15일까지 최종안을 마련해 발표하고 관련 규정 제·개정에 착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경찰은 물론 야당과 시민 단체까지 나서서 경찰국 신설은 치안본부가 있었던 87체제 전으로 되돌리는 거라고 반발하고 있다. 행안부 내에 경찰국 신설에 대한 의견 들어 보고자 지난 6월 30일 서울 국회 근처 커피숍에서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만났다. 다음은 한 교수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치안에 관한 권한, 행안부 장관이 아니라 경찰청이 독립해서 집행하는 것"

-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지난 27일 경찰국 설치 방안을 공식 발표했어요. 그래서 정권의 경찰 장악 아니냐는 논란이 있는데 경찰국 설치 어떻게 보세요?
“행정안전부에 경찰국 설치하는 건 여러 맥락에서 살펴봐야 합니다. 우선 역사적으로 보면, 1987년 6월 민주항쟁이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으로부터 촉발이 되었지 않습니까. 그때 경찰권의 남용에 대해서 엄청난 비판이 있었고요. 그 결과 정부조직법 개정과 경찰청 법 제정 과정에서 ‘치안’이라는 말을 행안부의 권한에서 빼 버렸습니다. 그 치안을 담당하기 위해서 독립한 외청으로 경찰청을 설치하였고요. 1987년 헌법 체제에서 치안에 관한 권한은 행안부 장관이 아니라 경찰청이 독립해서 집행하는 것으로 못 박은 것입니다.
또 다른 관점에서는 경찰권의 비대화 현상을 짚어봐야 합니다. 특히 지난 정부의 검경 수사권 조정이나 검수완박 국면을 거치면서 경찰의 권한이 엄청 확대됩니다. 그럼 경찰 권력을 통제하여야 할 필요성이 나타나게 됩니다. 요컨대, 한편에서는 경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기 위한 장치가 마련될 필요가 있고, 다른 한편에서는 경찰 권한을 외부적으로 통제해야 한다는 요청이 나옵니다. 이렇게 두 요청이 충돌하는 가운데 행안부 장관의 경찰국 설치안이 나온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 부분에서 가장 중요한 변수는 현행 헌법입니다. 행안부에 경찰국을 설치하여 치안에 관한 권한을 행안부 장관이 행사할 수 있게 하느냐의 문제는 헌법 원칙에 따라 대통령령이 아니라 법률로써 정해야 합니다. 입법자인 국회가 결정할 사항이라는 것이지요. 왜냐하면 이미 1991년도에 국회가 정부조직법에서 의도적으로 행안부 장관의 권한에 치안이라는 말을 빼버리면서 ‘치안’은 행안부장관의 권한이 아니라는 것을 명시적으로 선언하였기 때문입니다. 행안부 장관에게서 치안의 권한을 뺀 것이 국회인 만큼 그것을 부활하는 것도 국회의 논의에 맡겨야 한다는 것입니다.”
"경찰국 생긴다고 예전처럼 완전히 행안부장관의 통제권 안에 들어가지 않아"
- 그럼 경찰국 설치는 87년 체제 이전으로 가는 건가요?
“그런 면도 있지만 정확하게는 완전 복귀는 아닙니다. 1987년 체제 이전에는 독립된 외청이 아니라 치안본부라는 행안부의 내부 기관이었습니다. 경찰 조직은 당시 내무부 장관에 종속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다 1991년 경찰법 개정으로 경찰청이 외청으로 독립했거든요. 지금 경찰국이 신설된다 하더라도 여전히 외청으로서의 어느 정도 독립성은 확보할 수 있겠지요. 물론 구체적인 법령안을 봐야 판단할 수 있겠지만, 경찰국이 생긴다고 해서 경찰이 예전처럼 완전히 행안부장관의 통제권 안에 들어가지는 않을 듯합니다.”
- 그럼 검찰청과 법무부의 관계가 비슷한가요?
“경찰청이 예산권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제외한다면 실질적으로 비슷한 구조가 될 것입니다. 얼마 전 소위 추윤 갈등 사태에서 잘 드러났듯이 행안부 장관과 경찰청장 사이에 의견의 충돌이 있을 때 행안부 장관은 얼마든지 경찰의 조직을 개편하거나 권한, 업무수행 절차 등을 바꾸며 경찰 사무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인사권을 행사해서 담당자를 바꿀 수도 있고요.
그런데 양자를 비교할 때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법무부에 검찰국을 설치할 수 있는 것은 정부조직법상 법무부 장관의 권한에 검찰에 관한 사무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경찰의 경우에는 행안부 장관이 경찰 사무를 처리할 수 있는 근거 조항은 아무 데도 없습니다. 정부조직법에서는 앞서 말했듯이 아예 ‘치안’이라는 말 자체를 빼버렸고, 경찰청 법에도 검찰청법과 비슷한 규정은 전혀 없고요..”
- 하지만 이상민 장관은 정부조직법 제34조 제5항을 거론했거든요.
“그 조항은 경찰청이 행안부장관 소속이라는 점을 규정한 것에 불과합니다. 한마디로 조직법적 규정일 따름입니다. 행안부 장관이 경찰청에 대하여 어떠한 일을 하려면 그 권한이 별도로 규정되어야 합니다. 게다가 그다음 조항인 제6항에서는 아예 ‘경찰청의 조직. 직무 범위. 그 밖에 필요한 사항은 따로 법률로 정한다’고 하여 행안부 장관이라고 해서 함부로 이 경찰청에 대해 어떤 권한을 행사할 수 없게 하였습니다.
또, 정부조직법은 제7조 제4항에서 장관은 소속청에 대해 주요 정책 수립에 관해 그 청의 장을 직접 지휘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만, 이때 지휘 대상은 ‘주요 정책 수립’이지 경찰국이 하고자 하는 인사라든가 조직과 같은 문제는 아닙니다. 그것이 지금 행안부 장관이 구상하고 있는 경찰국의 권한 범위 안에 들어가는 것이 전혀 아니라는 것입니다. 더구나 경찰청 법에서는 이런 주요 정책은 국가경찰위원회가 심의 되어 있고 행안부 장관은 그 의결에 대해 거부권만 행사할 수 있게 해 두었습니다. 우리 법제를 찬찬히 살펴보면 행안부장관의 권한으로부터 경찰권을 되도록 독립시키는 구조를 만들어 두고 있는 것이지요.”
"경찰국 설치?, 공룡 경찰을 정치권력 손아귀에 쥐어주는 결과...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 교수님은 경찰국 설치가 안 된다는 건지 아니면 설치하되 법률을 개정하라는 건가요?
“저는 행안부 장관이 원하는 경찰국 체제는 공룡조직 경찰을 통제하는 한 방법일 수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 방안이 경찰 그 자체는 통제할 수 있지만, 그 공룡 경찰을 정치권력의 손아귀에 쥐어주는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는 점에서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대체로 외청 조직은 두 가지 성격을 가집니다. 국세청이나 질병관리청같이 중요한 정책은 장관이 결정하고 그 정책을 전문적이고 기술적으로 집행하기 위해 외청을 설치하는 경우와 어떠한 국가업무를 독립적이고 정치 중립적으로 수행하기 위하여 그 사무처리조직과 절차를 정치인인 장관으로부터 분리하는 경우로 나뉩니다. 우리 입법사를 볼 때, 검찰청이나 경찰청 같은 경우는 후자에 속합니다. 그 독립성을 확보하고 그 정치적인 중립성을 강화하기 위해 외청 조직으로 만들어 둔 것입니다.
그래서 이런 독립적인 외청 조직에 대해서는 장관에 의한 정치적 통제방식보다는 국민이나 그 대표기관인 국회가 이를 감시하고 통제하도록 만드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경찰의 정치적 독립성이 강조되던 1987년 이후의 정국에서 경찰법으로 경찰위원회라는 합의제 방식의 통제 조직을 갖추게끔 한 것도 그 때문이었고, 향후 경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더욱 강화해 나가야 한다는 약속이 이루어졌던 것도 이런 맥락이었습니다. 경찰 권력이 공룡화되어 무언가 통제가 필요하다면 경찰위원회와 같은 조직을 확대 강화하면서 민주화시키고 그렇게 해서 경찰이 전반적으로 민주적인 통제를 받도록 해야지 이게 공룡조직이 된다고 다시 행안부 장관이 끌고 가지고 정치적으로 통제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 그럼 국가경찰위원회를 어떻게 해야 한다고 보세요?
“지금 국가경찰위원회의 권한은 추상적인 수준에서 너무 한정되어 있습니다. 위원 구성도 경찰청장이 주도하게 하여 중립성이나 민주적 대표성을 확보하기 어렵고요. 또 그 위원들은 한 명만 상임이고 나머지는 모두 비상임입니다. 행정지원체계도 미미하고요, 이런 방식으로는 경찰을 실질적으로 통제할 수 없습니다. 91년 정부조직법이나 경찰법 재개정 작업 이후 지금까지 이 점은 많은 지적을 받았습니다만, 경찰의 완강한 저항으로 인해 그냥 형식적인 기구에 머무르고 있을 따름입니다.
경찰을 제대로 통제하려면 무엇보다 먼저 이런 국가경찰위원회와 같은 조직에 실질적인 권한을 부여하고 그 구성을 민주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일종의 합의제 행정기관으로 하여 경찰청장을 직접 지휘·감독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하는 것이지요.”
"경찰위원회로도 얼마든지 경찰 통제 가능"

- 경찰위원회로 통제가 가능하다고 보세요?
“얼마든지 통제 가능합니다. 지금도 경찰청장 혼자서 통제를 다 하고 있습니다. 그 경찰청장 위에 경찰청장 지휘·감독하는 국가경찰위원회를 두자는 겁니다. 그럼 전반적인 지휘 체계는 흔들리지 않습니다. 다만 그것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 않기 때문에 경찰 조직을 쪼개가지고 행정경찰과 사법경찰로 나누고 또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을 제대로 구분하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 지금도 국가경찰과 자치경찰 등 경찰을 나눠서 서로 견제가 가능하다는 거 같던데 어떻게 보시는지요?
“아닙니다. 무늬만 자치경찰입니다. 자치경찰의 사무라는 게 기껏해야 교통 단속하고 생활질서 유지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을 뿐입니다. 그건 자치경찰이라고 할 수는 없죠. 예를 들어서 경주나 제주 지역의 자치경찰이라면 관광 경찰이 될 수 있어야 하고 산업지역의 자치경찰이라면 그에 걸맞게 산업 중심의 치안 정책을 펼칠 수가 있어야 하잖아요. 현재의 자치경찰은 스스로 그런 정책들을 구상할 수가 없습니다. 그러다 보니 지역사회에서 핵심적인 경찰 기능은 자치경찰이 아니라 국가경찰이 수행하게 됩니다.”
- 경찰 출신인 국민의힘 이만희 의원은 경찰국 설치 방안에 대해 대통령이 법률에 따라 행정부 수반으로서 각부 장관 통해 행정기능을 수행하겠다는 운영의 정상화라고 말하던데, 어떻게 보신지요?
“대통령이 행정부의 수반이라고 해서 모든 행정을 대통령의 의제에 종속시켜야 하는 건 아닙니다. 예컨대 방송통신위원회나 금융통화위원회 같은 경우 그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은 무엇보다 강조되죠. 행정조직법정주의에 따라 입법자인 국회가 행정부의 각 부서가 대통령이나 장관과 어떤 관계를 가져야 하는지를 결정합니다. 경찰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 정부 조직의 기본 틀은 경찰을 정치적으로 중립적이고 독립적인 존재로 한다는 전제 위에 만들어져 있습니다. 경찰에 대해 궁극적으로는 대통령이 책임지는 구조이지만 그 구체적인 업무는 이들 정치인들로부터 경찰이 독립하여 중립적으로 수행하라는 체제를 만들어 놓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경찰의 정치적 중립성 요청은 대통령이 행정부의 수반이라고 해서 경찰을 마음대로 좌지우지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다만 대통령은 행정부의 수반이기 때문에 경찰청장이나 경찰 간부를 임명하고 또 자기 이름으로 경찰청의 예산안이나 경찰에 관한 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하는 지위를 가지는 것일 뿐, 실질적으로 경찰 사무를 구체적으로 지휘할 수 있는 것은 아니기를 명령한 것이지요. 그러니까 이 이만희 의원이 이야기한 건 한편만 봤고 실질적으로는 틀린 이야기인 셈입니다.”
"행안부 장관이 경찰에 개입할 수 있는 길은 지금도 충분"

- 그동안 청와대 민정실을 통해 암암리에 경찰에 개입하던 걸 이제 공개적으로 한다는 것 같은데 이건 어떻게 보세요?
“민정실이든 경찰국이든 비공개적으로 개입하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여태까지는 민정실이 하던 일을 이제는 경찰국을 매개로 행안부 장관이 하게 되겠지요. 그런데 현 정부가 민정실을 없애버린 것이 이 사태의 발단인 듯합니다. 대통령이든 행안부 장관이든 경찰에 개입할 수 있는 중요한 틀 하나가 사라진 것이지요. 경찰국 설치방안은 그 민정실의 역할을 행안부 장관으로 대체하고자 한 것 같습니다.
사실 공룡 경찰 운운하지만, 행안부 장관이 경찰에 개입할 수 있는 길은 지금도 충분합니다. 행안부 장관은 국가경찰위원회에 안건을 제출할 수 있고, 또 그 결정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도 있습니다. 고위 경찰에 대한 인사 추천권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것을 통해 영향력을 행사할 수도 있습니다.
문제는 그것이 아니라 행안부장관 혹은 그로 대표되는 집권 세력이 비공개적, 비공식적으로 국가경찰위원회나 경찰을 압박하고자 할 때 마땅한 수단이 없다는 것이 지금 정부의 답답함일 것입니다. 하지만 바로 그 답답함이 87년 체제 혹은 현행 정부조직법과 경찰법이 ‘경찰의 정치적 중립성’이라는 말로 추구한 바입니다.”
- 행안부의 경찰국 설치에 반발해 김창룡 경찰청장이 사의 표명을 했는데.
“김창룡 경찰청장이 임기 한 달을 남기고 경찰국 설치 문제라든가 소위 국기문란 사건 등을 계기로 사의를 표명했습니다. 저는 사표가 반려되기는 했지만 나름 의미 있다고 봐요. 경찰청장이라면 임기가 하루가 남았더라도 경찰 사무에 책임을 지는 자세를 보이는 것이 옳은 일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경찰청장이 지금 일어나고 있는 경찰 조직 변화에 대해서 자기 몫을 다하고 물러나겠다고 한 것인지는 좀 의문입니다.
사실 지난 문재인 정부 당시 검찰과 경찰의 개혁 논의가 나왔을 때 경찰은 강하게 저항하였거든요. 경찰이 거의 바뀌지 않았지요. 경찰청장은 그 책임을 져야 하고, 아울러 지금 이 소용돌이를 계기로 그나마 경찰을 보다 민주적이고 국민의 경찰로 만들기 위한 방안들을 모색해야 하는데, 그런 책무에 충실했는지는 돌이켜 볼 필요가 있을 듯합니다.”
"정부 조직의 기본적인 원칙 흔드는 것은 충분히 탄핵 사유 될 수도"
- 국민의힘 권은희 의원은 이상민 행안부 장관 탄핵을 언급했던데 이게 장관 탄핵 사유로 보이나요?
“탄핵이 강구할만한 대안인지는 의문입니다만, 지금은 그 경계선상에 있다고 봅니다. 우리 헌법 체계나 정부 조직의 기본원칙을 따르자면 행안부 장관이 ‘치안’에 관한 권한을 가지려면 먼저 법률부터 개정해야 합니다. 그런데 법률을 개정하지 않고 대통령령이라는 우회적인 방법으로 치안 권한을 가지고자 하는 것은 나름 헌법과 법률에 반하는 행위라 할 수 있습니다. 저는 이 상황에서 조금 더 나아간다면 탄핵 사유가 될 수도 있다고 봅니다. 경찰을 어떤 모습으로 만들 것이냐는 국회의 권한입니다.
국회는 국민을 대표하는 기관이고 그 심의 과정은 국민들과 함께 하는 공개적인 공론의 장을 여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런데 이런 절차를 우회해서, 자문위원회라고 하는 비공개 조직을 통해서 경찰 사무의 틀을 바꾸겠다고 한 것이잖습니까. 그것도 한 달 만에요. 이런 과정을 통해서 정부 조직의 기본적인 원칙을 흔드는 것은 충분히 탄핵 사유가 될 수도 있습니다. 행안부 장관은 여기서 더 나가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최소한 이 문제는 국회를 통해서 공론의 장에 붙여야 된다고 봅니다.”
/이영광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