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

최근 고위 간부를 해임하고 당사자가 '찍어내기 감사'라며 반발하는 등 올 연말 체육회장 선거를 앞두고 내홍을 겪고 있는 전북도체육회가 물의를 빚은 임원을 징계하지 않는 등 다수의 내부 비리가 감사에 적발돼 연거푸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특히 비위 사실과 관련해 수차례 이뤄진 징계 조치 절차 마련 요구가 오랫동안 묵살되는 등 전북도체육회가 부실·방만하게 운영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금품수수 ·민간인 폭행 사건 연루된 종목단체 회장 비위 눈감아 

KBS전주총국 6월 27일 뉴스(화면 캡처)
KBS전주총국 6월 27일 뉴스(화면 캡처)

27일 전북도 감사관실은 전북도체육회에 대한 정기감사를 통해 총 10개 사안의 문제점을 적발하고 기관장 경고 2건, 통보 6건, 훈계·시정 각 2건, 주의 5건, 권고 1건 등의 처분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이 중에는 지난해 전국체전을 앞두고 전북선수단이 입을 단복 계약을 부적정하게 하거나, 임원 가족이 운영하는 업체와 규정상 금지된 수의계약을 한 사실도 드러났다. 

전북도 감사결과에 따르면 전북도체육회는 전북A(종목)연맹 회장이 선수 2명에게 2회(2년)에 걸쳐 총 1,000만원의 금품을 수수한 사실을 조사·확인하고서도 징계 절차를 이행하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A연맹은 수차례의 징계조치 절차 마련 요청을 체육회에 촉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에 전북도는 정강선 전북도체육회장에 대해 기관장 경고 처분을 내렸다.

또 전북도체육회는 지난해 12월 15일 전북C연맹 D회장에게 폭행당했다는 민간인의 민원이 접수됐음에도 관련 사건에 대한 조사나 징계를 하지 않고 D회장을 자진 사퇴 처리해 징계처분 시 따르는 불이익을 면하게 해주기도 했다. 이에 전북도 감사관실은 기관장 경고 처분을 내렸다. 

포상금, 과태료, 회비, 수영장 운영비 차입금 등 목적에 맞지 않는 용도 집행

전주MBC 6월 21일 뉴스(화면 캡처)
전주MBC 6월 21일 뉴스(화면 캡처)

이해충돌 의심 사례도 발견됐다. 체육회는 지난해 ‘방역 및 청소 용역’을 추진하면서 임원이나 임원의 가족이 운영하는 회사 등과 수의계약이 불가능하다는 행동강령을 위반했다.

당시 체육회는 ‘한정된 예산과 코로나19 확산 상황에서 방역 업체를 구하기 힘들다’는 사유로 행동강령에서 정한 수의계약 체결 제한 여부를 등한시했다. 그 결과 체육회 임원의 배우자가 대표로 있는 한 업체가 5,000만원 상당의 수의계약을 체결했다.

또 부적절한 예비비 집행 사례도 적발됐다. 체육회는 지난 2020년 9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천재지변 등 긴급한 사유 발생 시 사용해야 할 예비비 4억 7,925만원 중 1억 1,393만원을 우수 직원 및 우수 부서 포상금, 과태료 납입, 회비 납부, 수영장 운영비 차입금 등 목적에 맞지 않는 용도로 집행했다. 일부는 이사회 승인도 받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체육회장 한마디에 바뀐 단복?...공정성·투명성 훼손

이밖에 지난해 열린 전국체육대회 당시 단복 선정 과정에도 문제가 있음이 드러났다. 당초 체육회는 우선 협상대상자로 선정된 E업체의 기성품을 단복으로 결정했다. 하지만 체육회장은 E업체의 단복이 체육회의 특성을 반영하지 못했다는 취지로 별도의 단복 제작을 지시했다. 이에 체육회는 E업체가 자체 제작한 단복을 제작·구입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대해 전북도 감사관실은 "체육회가 계약에 따라 평가받아 선정된 기성품의 동일성을 훼손하고 본질적인 내용을 변경해 새로운 제작품으로 납품받음으로써 입찰 참여업체 간 경쟁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훼손해 계약 질서를 어지렵했다"고 지적했다.  

"민선 1기 전북체육회, 체육행정 선진화 역행" 비판 

전북도체육회 전경
전북도체육회 전경

한편 전북도 감사관실 관계자는 "이번 감사 결과를 토대로 전북도체육회장은 앞으로 법률에 따라 계약업무 관련 규정을 철저히 준수하도록 엄중 경고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외에도 전북도체육회는 최근 고위 간부를 해임하고 당사자가 '찍어내기 감사'라며 반발하는 등 연말 체육회장 선거를 앞두고 내부 갈등이 표면화된 상황이다. 

이 때문에 '정치와 체육의 분리를 통한 체육행정의 선진화'라는 기대와 달리 민선 1기 전북체육회는 여러 난맥상을 드러내며 역행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박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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