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승종의 '역사칼럼'

6월 1일 지방선거를 치렀다. 민주당이 크게 패하였는데, 그 결과를 지켜본 뜻있는 시민들이 ‘환골탈태’하라는 주문을 내놓고 있다. 뼈를 바꾸고 태(胎)까지 바꾸면 어떻게 되는가. 이야말로 우화등선(羽化登仙)이니, 날개가 돋아 신선이 될 것이다.

11세기 중국 북송(北宋) 시절에 황정견(黃庭堅)이란 문장가가 있었다. 그는 좋은 문장을 쓰고 싶은 선비들을 향하여 이렇게 말하였다.

“자신의 뜻은 바꾸지 않고 표현만 새로 바꾸면 환골법이라고 하겠소. 그러나 만약에 뜻을 집어넣어 표현도 새롭게 한다면 탈태법이라 하겠지요.”

不易其意而造其語 謂之換骨法 窺入其意而形容之 謂之奪胎法

우리는 아마 때로는 “환골”에 만족해도 될 것이오, 또 어떤 때는 아예 “탈태”를 각오해야 할 것이다. “환골”이든 “탈태”든 범연하게 사는 우리로서는 쉽게 이룰 수 있는 일이 아닐 성싶다.

만약 “환골탈태”를 단행하고 싶으면 어떻게 할까? 실학자 다산 정약용이 이중련에게 보내 한통의 짤막한 편지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겠다. 다산은 금강산 구경을 마치고 온 친구에게 이렇게 썼다.

“금강산(金剛山)에서 돌아온 사실을 알고도 바로 만나보지 못한 것이 안타깝습니다. 겨우 나흘 동안에 내금강과 외금강의 여러 명승지를 두루 답사했다지요. 어쩌면 그렇게 신속하게 여행할 수 있었습니까? ... 금강산 구경하며 지으신 시(詩)들일랑 숨겨두지 말고 급히 저에게 가지고 오십시오. 평점을 받으셔야 환골탈태(換骨奪胎)를 할 수 있을 테지요.”(정약용, (<이 휘조(李輝祖) 중련(重蓮)에게 답함>, <<다산시문집>>, 제18권)

친구와 다정하게 희롱하며 한 말이기는 하다. 하지만 깊이 뜻이 담겨 있기도 하다. 무릇 크게 달라지고 싶으면 애정을 가진 이로부터 엄정한 평가를 받아야 한다. 잘잘못에 관한 냉혹한 평가가 있어야만 “환골”이든 “탈태”든 가능하다고 본다.

민주당도 그렇고 이번 선거에 이긴 여당도 무사안일하게 지내면 곧 시민의 버림을 받기 마련이다. 아마 우리의 삶도 이와 마찬가지일 것이다. 싫은 소리를 두려워하면 우리 자신을 키울 수 없다. 

/백승종 객원논설위원(역사학자, 전 서강대 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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