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이슈
전북지역 17개 일간지들 중 3대 메이저로 꼽혀온 전라일보가 최근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역 정치권과 시민사회를 강타한 '선거 브로커' 태풍의 진원지로 밝혀지면서 위상이 급락하고 있다.
서울에 본사를 둔 미디어 전문 비평 매체인 <미디어스>는 25일 ‘전라일보 기자·임원 연루된 ’선거 브로커‘ 사건’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전주시장 선거 브로커 개입'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이 브로커 2명을 구속해 검찰에 송치했다”며 “이중 브로커 A씨는 전라일보 미등기 임원, 민주당 전북도당 특별위원장 등을 역임한 것으로 전해졌고, 또한 같은 혐의로 전라일보 기자 B씨가 입건됐다”고 해당 언론사를 거명했다.
"전라일보 기자·임원 연루된 ’선거 브로커‘ 사건"...전국 이슈화

또한 “해당 사건 녹취록에 따르면 해당 기자는 로비와 선거개입 내용을 구체적으로 언급했다”고 밝힌 기사는 그동안 전북지역에서 암약해 온 선거 브로커 실상을 녹취록 등의 내용과 함께 상세히 공개해 주목을 끌었다.
더불어민주당 전주시장 후보 경선에 나선 이중선 전 청와대 행정관이 지난달 7일 기자회견을 열고 '정치 브로커들이 당선 시 인사권을 요구했다'고 폭로한 배경과 선거에서 이기기 위한 조직과 자금 지원, 선거 후 인사권 및 이권 보장 등을 제안한 내용이 담긴 녹취록 일부를 밝힌 기사는 그동안 전북지역과 다른 전국 통신·방송·일간지 등이 익명으로 보도해왔던 것과는 달리 ’전라일보‘ 소속 기자와 미등기 임원 2명이 포함됐다고 구체적으로 밝혀 시선을 끌었다.
기사는 또 “전북시민사회 27개 단체는 지난 23일 전북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엄정한 수사를 통해 선거 브로커의 몸통을 밝혀내야 한다‘고 촉구했다”며 “지역사회의 대형 의혹들이 민주당 간부, 시민단체 대표, 일간지 기자의 협작과 농간에 놀아난 것이고, 그 배후에 특혜를 요구하는 건설업체, 타락한 정치인들이 도사리고 있었다는 것을 녹취록이 증명하고 있다"며 "검찰과 경찰은 이런 사안들에 대하여 철저하게 수사하여 시민들의 의혹을 해소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밝힌 시민사회단체 목소리를 부각시켜 보도하기도 했다.
이처럼 전북에서 발생한 선거 브로커 사건으로 3명이 브로커로 지목돼 2명이 구속되고 1명이 입건돼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가운데 이 중 2명이 전라일보와 무관하지 않다는 점에서 주목을 끌 만하다.
이미 구속된 미등기 임원과 입건된 기자는 이번 사건의 중추적 핵심 인물들인데다 일간지 현직 언론인으로 활동을 하면서 불거진 사안이어서 후폭풍이 만만치 않다. 당사자는 물론 해당 언론사도 취재 윤리를 위배하거나 불법과 비리를 알고도 묵인했다면 결코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언론윤리 정면 위배, 신문사 공식 사과·해명보다 중요한 것은?

녹취록대로라면 언론인들의 금과옥조라 할 수 있는 취재·윤리강령을 정면으로 위배한 행동들을 취재 현장에서 드러낸 것이어서 해당 언론사에 곱지 않은 시선이 쏠리는 이유다.
더구나 녹취록 안의 브로커로 지목되는 현직 기자는 20여 년 동안 해당 신문사에서 근무하며 정치부장과 부국장을 겸할 정도로 신문사 편집국 간부급에 위치해 있으면서 차기 편집국장으로도 거론되는 인물이란 점에서 지역 언론계에 미치는 충격과 파장이 크다.
이와 관련해 전북기자협회는 지난 18일 성명을 통해 "해당 언론사는 관련 의혹을 받고 있는 언론인에 대해 '직무배제'와 '대기발령' 등의 조치를 통해 사법기관의 수사 결과를 겸허히 지켜보고 있다"고 전했지만 전라일보는 공식 해명과 사과는 내놓지 않고 있다.
전북환경운동연합은 이번 사건으로 구속된 2명 중 1명이 전 전북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를 맡은 것으로 알려지자 사건 발생 40여 일 만에 해명과 사과를 내놓아 대조를 보였다. ’공정성을 바탕으로 언제나 기자들이 현장 곳곳을 직접 발로 뛰며 독자의 입장에서 제작하는 신문이 되겠다'던 전라일보가 이번 선거 브로커 사건으로 인해 이미지와 위상이 크게 추락하는 형국을 보이고 있는데 대해 일각에선 안타깝다는 반응도 나온다.
"열악한 지역언론 환경이 빚어낸 구태 단면...환골탈태 변화·노력 필요"
KBS 노동조합(구노조)도 27일 낸 성명에서 "전북지역의 3대 메이저 신문사인 전라일보 전직 임원 A씨와 현직 기자 B씨가 등장하여 선거출마를 고심하는 지역 정치권 인사들에게 접근해 선거 조직과 금전적 지원 을 대가로 당선되면 인사권을 요구한 혐의로 구속되거나 불구속 입건된 사건은 더불어민주당 전주시장 후보 경선에 나선 이중선 전 청 와대 행정관이 지난달 기자회견을 하면서 불거졌다“고 상세히 소개했다.
전북일보, 전북도민일보와 함께 전북지역에서 '3대 주류 일간지(창간 순)'에 속해 온 전라일보가 지난 1994년 창간 이후 제호를 두 차례(전라매일, 전북제일신문)나 바꾸며 '유춘택 회장 체제'로 맥을 이어오다 최근 유 회장이 건강상의 이유로 신문사 경영을 아들 유현식 씨(발행인 겸 편집인)에게 물려주면서 최대 위기를 맡게 됐다는 지적이다.
"신문사의 해명과 사과도 중요하지만 이번 선거 브로커 사건은 열악한 전북지역의 언론 환경이 빚어낸 구태 중 한 단면에 불과하다"는 비판과 함께 "전라일보는 물론 지역 일간지들의 자성과 환골탈태의 변화·노력이 필요하다"는 따가운 지적이 높게 일고 있다.
/박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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