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구의 '생각 줍기'

오늘도 저전거를 끌고 나왔다가 인근 수목원에 들렸는데 붉은 해당화가 피어있어 다시 한번 "옛날에 해당화를 찔레라고 불렀고 조선의 찔레는 하얀 꽃을 피웁니다"라는 말씀을 드립니다.

조선 중종 때 최세진이라는 학자가 어린이 학습용으로 한자 3,360자에 한글로 뜻과 음을 달아 만든 '훈몽자회'라는 서적을 보면 옛날에는 해당화를 '댓딜위'라고 부르다가 소리가 변하여 '때(바다) 찔레'라고 불렀다는 기록이 나옵니다. 특히, 조선반도 북쪽 함경도 항구도시 원산 인근의 명사십리나 황해도 해안 바닷가 모래밭에 붉게 핀 해당화를 '찔레'라고 불렀던 것 같습니다.
수목원에서 마주한 붉은 찔레 해당화

그래서 백난아 선생이 부른 유명한 노래 '찔레꽃'이란 노래에서도 “♪ 찔레꽃 붉게 피는 남쪽나라 내 고향~♬”이라고 노래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 주위에 피어나는 찔레꽃이 대부분 하얀 꽃이다 보니 "노랫말이 잘못됐다거나, 찔레가 남쪽 나라에서는 붉은 꽃을 피운다느니, 아니면 덩굴장미가 널리 보급되기 전 옛날 고향마을에 핀 덩굴장미를 찔레로 잘못 알았을 수도 있다"는 등 근거 없는 얘기들이 SNS상이나 신문지상에 떠돌고 있습니다.
이 노래를 작곡하게 된 동기를 보면 작곡가인 김교성 선생과 가수 백난아 선생이 만주 공연을 다녀온 뒤 만주 독립군들이 고향을 바라보는 심정을 담아 만들었다고 전해지고 있는데 실제 노래 3절 가사에 '북간도'라는 지명이 나옵니다.
♪ 연분홍 봄바람이 돌아드는 북간도~♬,
♪ 아름다운 찔레꽃이 피었습니다~♬"

여기서 만주땅인 북간도에서 바라본 남쪽 나라는 조선을 말하는 것이지 한반도 남쪽에 있는 남해안을 얘기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리고 ‘찔레꽃’노래를 작사한 아동문학가 김영일 선생은 고향이 황해도 신천 태생으로 인근 마을 백사리 바닷가 모래밭에 붉게 핀 찔레(해당화)를 생각하며 노랫말을 만들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한반도 남쪽 지방에서는 하얀 찔레꽃을 찔레라고 부릅니다. 가수 이연실의 ‘찔레꽃’이라는 노래에서도 “♪엄마 일 가는 길에 하얀 찔레꽃~ 찔레꽃 하얀 잎은 맛도 좋지~ ♬” 라고 노래하고 있듯이 하얀 꽃이며, 장사익의 찔레꽃 노래에서도 “♪ 하얀 꽃 찔레꽃 ~ 순박한 꽃 찔레꽃 ~ 별처럼 슬픈 찔레꽃 ~ 달처럼 서러운 찔레꽃 ~♬”이라 노래하며 하얀 꽃을 피웁니다.

또한 ‘고향의 봄’을 노래한 남쪽나라 바닷가 마산이 고향인 아동문학가 이원수 선생의 동시도 ‘하얀 찔레꽃’으로 노래하고 있습니다. 백난아 선생이 노래하는 찔레는 '때(바다)찔레'의 일종으로 붉은 꽃을 피워내는 해당화이기 때문에 해당화가 붉은 꽃을 피워낸다고 노래하고 있어 가사에 전혀 문제가 없는 것이며 이게 찔레꽃의 진실인 것입니다.
/글·사진=이화구(금융인ㆍCPA 국제공인회계사ㆍ임실문협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