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승종의 '역사칼럼'

본디 <코란>은 여성에게 재혼의 권리를 보장했다. 여성(딸)도 남성(아들) 몫의 절반을 상속받을 권리를 가졌다. <코란> 4장 11절에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다.
"아들의 지분은 딸 두 명의 지분과 같다. 오직 딸들만 있으면 딸들의 상속분은 전 상속재산의 3분의 2이고 외동딸이면 상속재산의 2분의 1이다.“
<코란>에 여성의 재산권이 비교적 확고하게 보장된 까닭은 무엇일까. 많은 연구자들은 이슬람의 교조 무함마드의 첫째 아내 덕분이라고 본다. 무함마드와 결혼했을 당시 그 여성의 나이는 이미 중년이었다. 정확히 말해, 그녀는 전 남편의 재산을 상속한 부유한 미망인이었다. 그런 아내 덕분에 무함마드는 평생 돈 걱정을 할 필요가 없었다.
그러나 현대 이슬람 세계에서는 여성의 상속권이 크게 약화되었다. 가장이 유언을 남기지 않고 갑자기 사망했을 경우, 대다수 유가족은 이슬람 법정에 상속문제를 의뢰한다. 법정의 판례를 조사해보면 여성은 상속에서 완전히 제외되기 일쑤이다.
오늘날 이슬람 세계에서는 망자의 재산이 아들들의 차지이다. 망자에게 딸만 있을 경우에도, 그 재산은 딸들이 아니라 망자의 형제들에게 돌아간다. <코란>의 취지와는 달리 이슬람세계에서는 딸들이 상속에서 완전히 배제되고 말았다.
20세기에는 이슬람 세계가 서구와 심한 갈등을 겪었는데, 그 와중에 이슬람 사회는 더더욱 보수 반동화되었다. 이것이 상속제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하겠다.
무릇 시간이 많이 흐른다고 해서 세상이 절로 공평해지는 것은 아니다. 역사의 시계는 얼마든지 거꾸로 돌아갈 수 있다. 우리 한국사회에서도 지금 당장 우리가 목격하는 현실이 아닌가. 깨어있는 시민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가.
/백승종 객원논설위원(역사학자, 전 서강대 사학과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