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일의 '길 위에서'

늦지도 빠르지도 않은 가장 알맞은 때 비단강에서 매년 한번 열리는 꽃 잔치가 열렸다. 우연처럼, 필연처럼 이 곳을 지나던 나그네들 잔치판을 어정거리고 서성거리며 가만히 한숨 짓는다.
지금이 곧 지나가고 과거가 된 이 시간을 나는 어느 시간의 모퉁이에서 다시 그리워 할테지!

멈추지 않고 흐르는 강, 강물은 흐른다. 멈추지 않고 흐르는 것이 곧 살아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스스로 노래하면서 흐른다.
좔좔. 소살소살.

강물은 흐르면서 깊어진다. 실핏줄처럼 흐르다가 넓어지는 강, 강은 어느 것 하나 방관하지 않고서 흐르고 흐른다. 때로는 격렬하게 흐르면서 조심하라고 경고를 하고, 때로는 무심하게 흐르면서 마음에 평화와 여유를 선사하며 흐르는 팔색조 같은 강.

강물은 흐른다. 오늘도 내일도 쉬지 않고 흐르고 흐르는 강물은 월급도 받지 않고 그렇다고 자화자찬도 하지 않고, 아무리 피곤해도 피곤한 기색도 보이지 않으며, 동맥경화도 걸리지 않고 세상 곳곳을 순시하는 지구촌 가족의 주치의다.

강물은 흐르고 우리들 인생도 흐른다. 쉬지 않고.
/글·사진=신정일(길 위의 인문학 우리 땅 걷기 대표)
신정일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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