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
김용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임기를 1년 4개월 남기고 돌연 사표를 제출하면서 공단 내부가 술렁이고 있다. 특히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또 다시 정치 바람이 부는 게 아니냐며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김용진 이사장 임기 1년 4개월 남기도 돌연 사퇴...왜?

16일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공단 등에 따르면 김용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최근 보건복지부에 사의를 전했다. 사표가 수리되는대로 김 이사장은 빠르면 오는 18일 국민연금공단 본부에서 퇴임식을 할 것이라는 서울언론들의 보도가 사퇴 의사 이후 이어진 것으로 미루어 이미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입김이 작용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더욱이 돌연 사표를 제출한 데 대해 공단 안팎에서는 새 정부 출범으로 임기를 채우기 힘들 것으로 이사장이 판단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도 이 같은 요인이 작용했을 가능성을 시사해 주고 있다.
김 이사장은 지난 2020년 8월 31일자로 취임, 3년 임기 중 절반가량 채운 셈이다. 그런데 취임 당시에도 김성주 이사장이 총선에 출마하기 위해 사임하면서 8개월 동안 이사장이 공백인 채 낙하산 논란이 제기됐었다.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임원추천위원회 추천과 복지부장관의 제청을 거쳐 대통령 재가를 받아 임명한다.
이 때문에 정권이 바뀌면 전문성과는 동떨어진 인물들이 수장 자리에 임명돼 보은 또는 낙하산 인사의 오명을 받아 온 터라 이번 중도 사퇴도 정치적인 입김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017년 11월 취임한 국민연금공단 16대 김성주 이사장(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도 취임 전 보은인사 논란에 휘말렸다.
1,000조 기금 달성 눈앞...전문성 동떨어진 낙하산 인사 되풀이

당시 김 이사장의 내정이 확정되자 주호영 바른정당 원내대표 겸 대표 권한대행은 “수백조가 넘는 기금을 운영하는 국민연금관리공단 이사장에 전문성도 없는 전 국회의원이 내정됐다”면서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승리의 전리품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면 이런 인사는 하지 않을 것“이라며 혹평했다. 그런데 다음 해인 2018년 3월 국민연금공단이 김성주 이사장의 고교 동문을 감사로 임명한 것을 놓고 낙하산 인사라는 따가운 지적을 받았다.
당시 공단의 '2인자'로 불리며 이사장을 비롯한 경영진의 방만 경영을 감시하고 견제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감사로 임명된 이춘구 전 KBS전주방송총국 보도국장은 김 이사장의 전주고 동문이었다. 이 때문에 공단 이사장과 감사의 관계에서 냉철하고 공정한 감사가 이뤄지는 것이 가능하겠냐는 지적이 나왔다. 뿐만아니라 언론계 전문가가 국민연금공단의 감사직을 수행한다는 것은 부적절한 인사라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처럼 국민의 노후자금 1,000조원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는 국민연금공단의 이사장과 감사 등의 주요 인사 때마다 낙하산 또는 보은성 인사라는 오명을 떨구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번에도 이사장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사퇴한 배경에 대해 여러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또 어떤 정치적 인물이 이사장으로 내려올지"...직원들 ‘술렁’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의 임기는 3년이지만 실적을 평가해 1년씩 연장할 수도 있다. 그러나 김 이사장의 경우 기본 임기는 2023년 8월 30일까지다. 이를 감안하면 아직 그의 잔여 임기는 1년 4개월 남은 셈이지만 중도 사퇴를 결정했다. 더구나 그동안 김 이사장도 정치적 인사 바람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경기도 이천 출신인 김 이사장은 문재인 정부 들어서 기획재정부에서 복지노동예산과장, 공공혁신본부 공공혁신기획팀장, 대외경제국장, 2차관 등을 지냈고 그 후 21대 총선 때 경기도 이천시에서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출마했으나 낙선 후 공단 이사장으로 임명됐다.
한편 국민연금공단 내부에선 다음 이사장으로 누가 내정될지 온통 관심이 집중된 형국이다. ”이번에는 또 어떤 정치적 인물이 수장 자리로 내려올지“를 놓고 크게 술렁이는 분위기다.
/박주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