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금속노동조합 기자회견문

"시제품 검사 작업 중 현대차의 안전조치 부재로 협착사망"

3월 31일(목) 1시 10분경 현대차 전주공장 대형트럭 QC공정(품질관리검사)에서 양산을 앞둔 신형 시제품 트럭의 캡 틸팅 장치인 유압실린더 이상여부를 검사하기 위해, 트럭 캡(운전석이 달린 부분)을 틸팅하고 작업하던 중 800KG의 캡이 낙하해 캡과 프레임 사이에 작업하던 노동자의 얼굴이 끼여 사망하는 중대재해가 발생했다. 재해 노동자는 실제로 검수업무만 담당하고 보정작업은 본인의 업무가 아님에도 회사의 부당한 작업지시로 보정작업 중 사고를 당했다.

새로운 설비가 도입되거나 시제품에 대한 작업시 기존 작업방법대로 작업하다가 사고가 발생할 수 있기에 사업주가 작업지휘자와 제품설계자 등을 배치해 작업 중 유의사항을 제대로 알려주며 검사작업을 했다면 막을 수 있는 사고였지만, 노동자 혼자 작업하다 사고를 당해 사고당시 상황을 목격한 동료조차 없다. 노동조합은 중량물작업과 위험작업에 대해 신규인원채용을 통해 2인1조 작업을 수차례 요구했으나 사측은 비용을 이유로 들어주지 않았다.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에 중량물 취급작업이나 공작기계ㆍ수송기계ㆍ건설기계 등의 보수ㆍ점검작업시 기계가 갑자기 가동될 우려가 있는 경우 사업주는 작업지휘자를 배치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하도록 되어있다.

"800kg 들어 올리는데 안전 장치 전혀 없어" 

당시 작업하던 캡의 무게는 무려 800kg이었다. 대형 중량물인 캡을 유압실린더로 고정시키게 되어있고 실린더가 고장시 낙하사고 등의 위험이 상시 존재하는 작업이었지만 아무런 안전장치가 없었다. 더구나 시제품에 대한 새로운 작업이라 위험도는 훨씬 높았지만 현장은 기본적인 안전조치조차 이뤄지지 않은 상태였고, 새로운 작업의 위험성에 대해 현장작업자들에 대한 실질적인 안전보건교육도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았다.

800kg 이상의 중량물인 캡을 들어 올리고 캡 하부에 들어가 상태를 살피고 조치를 하는 하부 작업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캡이 어떠한 조건에서도 낙하하지 않도록 완전히 고정하는 것은 너무나 기본적이고 상식적인 안전조치 사항이다. 유압실런더를 제외하고 캡을 고정해주는 별도의 유압장치 지지대나 고정용 호이스트 등 안전장치가 없다보니 고정해주는 실린더가 파손되었거나 실린더가 문제가 생겼을 때 캡이 낙하해 중대재해가 발생할 수 밖에 없는 구조이다. 이번 사고는 트럭생산 공정만이 아니라 트럭을 정비하는 전국의 모든 현장에서 똑같은 형태 사고가 발생할 수 있기에 정확한 원인조사와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또한 해당 작업에 대한 표준작업지시서가 있지만 작업안내서에 불과할 뿐 작업 시 발생할 수 있는 세부적인 위험요인과 그에 따른 안전조치 내용이 구체적으로 명시돼있지 않았다. 특히 캡의 낙하 위험에 대해서는 제대로 언급되지 않았다. 이 어처구니없는 작업표준으로 어떻게 노동자의 생명을 보호할 수 있단 말인가. 또한 중량물 취급작업이고 낙하 위험이 있음에도 해당공정에는 ‘위험성평가표’도 배치되어 있지 않았다.

이번 중대재해는 얼마든지 예측할 수 있었던 사고였다. 현대자동차는 언제든지 사고가 날 수 있는 위험한 작업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근본적인 안전대책을 세우지 않았다. 위험은 온전히 노동자들에게 떠넘겨졌고, 노동자들은 위험을 알면서도 알아서 죽지 않을 방법을 찾아야만 했다. 이번 사고에서 현대차의 안전보건관리시스템이 얼마나 허술하고 무너져 있는지 드러나고 있다. 작업자의 협착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이중, 삼중의 안전조치를 해야 하는 위험한 공정임에도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가 제대로 취해져 있지 않아 작업을 해야했던 노동자는 결국 참변을 당한 것이다. 현대차의 안전조치 부실이 이번 사고의 유일한 원인이다. 모든 책임은 기본적인 안전조치를 무시하고, 사전에 노동자의 안전을 확보하고 작업 중 안전관리를 해야 할 사업주의 의무를 내팽개친 현대차에게 있다. 이번 중대재해는 명백히 현대자동차에 의한 기업살인이다.

산업안전보건법을 위반한 현대차 책임자를 엄벌하고, 경영책임자에게 책임을 분명히 물어야한다.

현대자동차에 요구한다.

- 대표이사는 노동자들에게 공개사과문을 발표하고 중대재해 사망사고 책임자를 처벌하라!

- 중대재해 재발방지를 위한 안전대책을 노사가 협의해 마련하라!

- 노동조합이 참여하는 위험성평가를 통해 사업장 전체에 대한 안전점검을 진행하여 근본적인 안전대책 수립하라!

- 중대재해 트라우마 대응매뉴얼에 따라 가족 및 목격자, 동일유사업무 노동자 상담 및 트라우마 치료를 시행하라!

신규인원채용을 통해 중량물 취급작업과 위험작업에 대해 즉각 2인 1조 작업을 실시하라!

고용노동부 전주지청에 요구한다.

- 현대자동차 전주공장에 전체에 대해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해 유해위험요인을 철저히 조사하고 현대차 안전보건시스템 일제 점검하라!

- 현대차에 안전보건진단을 명령하고 노사가 공동으로 이행점검까지 확인할 수 있도록 지도하라!

- 산업안전보건법을 위반한 안전관리책임자를 엄벌하고, 중대재해를 일으킨 경영책임자를 구속하라!

2022년 4월 1일. 

전국금속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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