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승종의 '역사칼럼'

독일 재통일 때 영국의 대처수상도 반대했고, 프랑스의 미테랑도 반대하였다는데요. 헬무트 콜 독일 총리와 디트리히 겐셔 외무장관이 고르바초프와 정말 긴밀한 관계였다지요. 고르비(고르바초프의 애칭)가 동독의 새방을 넘어서 제통일까지 적극적으로 찬성했대요. 물론 소련은 독일(서독)로부터 두둑한 현금을 받았지요. 그러나 고르비의 개혁개방정책은 어이없이 좌초했어요. 블라디미르 푸틴(현 러시아 대통령)은 그때 동독에 파견된 KGB 간부였고요. 세월은 흘러서 이제 고르비는 역사의 퇴물이요, 푸틴이 멋대로 세상을 휘젓는 모양이 되었습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제 책 <<제국의시대>>, 김영사, 2022를 참고하셔도 좋겠어요.)

유튜브 동영상 캡처

이 동영상에서 참 인상적인 대목이 있지요. 고르비가 핵무기의 완전한 청산을 주장한다는 점이죠. 1990년대 초에 다 없앴어야 하는 것인데요. 고르비는 자신의 개혁개방 정책을 서방세계가 적극적으로 후원해주기를 기다렸어요. 간청하기도 했고요. 그러나 미국의 아버지 부시가 철저히 외면했죠. 그 바람에 소련은 콩가루가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고요.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러시아를 일개 지방정권 정도로 취급했어요. 2004년까지만 해도 푸틴 역시 개방 노선을 취했으나, 추락한 러시아의 위상을 직시하고 마음을 바꿨다고 해요. 고르비 역시 그런 푸틴의 "좌절"을 공감하더라고요. 이 동영상에는 보이지 않으나, 다른 곳에서 고르비는 분명이 그렇게 말했어요. 서구의 배신에 대한 러시아의 분노가 매우 깊다고요.

상대가 아무리 철천지 원수라도 너무 짓밟으면 안되죠. 해도 적당히 해야합니다. 지금 새 대통령으로 뽑힌 윤석열 씨도 당선의 기쁨에 취해서 함부로 실력행사를 하지 말았으면 합니다. 기회와 운수란 돌고 도는 법입니다. 

/백승종 객원논설위원(역사학자, 전 서강대 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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